장난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 날만을 기다렸을 것이다. 4월 1일, 만우절이다. 이날은 상대방을 골탕 먹이는 농담, 거짓말, 장난이 암묵적으로 용인되니까. 서양문화에서 유래된 만큼 해외에서도 기상천외한 만우절 장난을 만날 수 있다. 최근 할리우드에선 어떤 만우절 장난들이 등장했을까?
캐나다 왈, 울버린 우리나라 국민 맞다
캐나다 국립도서관기록관(Library and Archives Canada)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제임스 하울릿의 군 복무 증명서를 공개했다. 그들의 서류에 따르면 그는 1882년생으로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누구냐고? 풀네임은 제임스 “로건” 하울릿. 그렇다, <엑스맨> 시리즈의 울버린이다. 캐나다 국립도서관기록관은 젊은 시절 휴 잭… 제임스 하울릿의 사진까지 첨부해 캐나다 국민 사랑을 여실히 드러냈다.
조커
“누군가 비밀번호 바꾸는 걸 까먹었네!”
2016년, <수어사이드 스쿼드> 공식 계정에 뜬금없는 트윗이 올라왔다. 전문은 이렇다. “누군가 이 비밀번호를 바꾸는 걸 잊어버렸네! 하하하! #조커는여기었었다 해시태그로 트위터를 탈취하는 걸 도와줘, 난 어쩌면 널까지 망칠지도 몰라”.
이어 두 시간 간격으로 글이 올라왔다. "종이 울릴 때마다 천사가 날개를 얻는다는 말 들어본 적 없어? 너가 이 해시태그를 쓸 때마다 박쥐는 날개를 잃게 될거야. 하하하!" "내가 사이렌 소리를 들은 거 같아, 이제 로그아웃해야할 거 같아. 슬퍼하지마, 조만간 나를 다시 보게 될 테니까. 하하!" 조커의 장난스런 캐릭터성을 이용한 마케팅 컨셉은 훌륭했으나 매번 "#조커는여기있었다"는 해시태그를 구걸하는 것 같아 무섭다기보다 귀엽게 느껴진다.
IGN
<백 투 더 퓨처>의 신작은 바로…!
게임 전문 매체 IGN은 “<백 투 더 퓨처> 신작 트레일러”를 유튜브 공식 계정에 게재했다. 영상 내용은 이렇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로고가 지나가면, 드로리안(<백 투 더 퓨처>의 차량식 타임머신)이 지나간듯 불길이 쏟아있고, ‘아웃 앳 타임’이라 적인 번호판이 뒹굴고 있다. 이어지는 장면은 드로리안의 질투. 그런데 마티 맥플라이(마이클 J. 폭스)가 아닌 도미닉 토레토(빈 디젤)가 운전석에 있다. 그리고 나오는 제목. <패스트 투 더 퓨처>(Fast to the future). <분노의 질주> 원제 <패스트 앤 퓨리어스>(The Fast and the Furious)를 패러디한 것이다. 센스 있는 패러디는 팬들의 시선을 모아 475만번 이상 재생됐다. 댓글란도 “이거 왜 현실화 안 되냐”, “엄마 보여드렸는데 엄청 행복해하셨어” 등 훈훈함이 가득했다. “가서 폴(<분노의 질주> 시리즈에 출연했던 폴 워커)를 구해와”라는 진심 어린 댓글도 있었다.
넷플릭스
우리가 세스 로건 삼 ^오^
넷플릭스는 수많은 직원과 시청자를 거느린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다. 이들이 배우 세스 로건을 ‘인수‘한 걸 알고 있는가. 2018년, 넷플릭스는 배우 세스 로건을 인수했다고 공식 보도자료(링크)와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자신의 몸과 마음 자주권을 넷플릭스에게 넘긴다는 계약서를 읊는 세스 로건의 모습이 담겼다. 보도자료는 한 술 더 떴다. “캐나다 국민, 상습적 마리화나 중독자, 2015년 MTV 베스트 키스 수상자 세스 Q. 로건과의 평생 계약을 체결했다"고 소개한다(세스 로건의 미들 네임은 ‘아론’이라 A로 시작한다). 보도 자료 말미엔 “넷플릭스 보도자료 담당자 세스 로건”이라고 적혀있다.
사실 넷플릭스의 장난은 이전에도 있었다. <풀하우스>, <퓰러 하우스> 등 TV 드라마에서 맹활약 중인 존 스타모스 다큐멘터리를 제작, 공개한다고 예고한 적도 있다. 제목은 <존 스타모스: 인간, 존재>. 넷플릭스는 “우리의 발표는 거짓이 아니다. 넷플릭스는 이 다큐멘터리를 위해 모든 지원을 제공할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넷플릭스 CCO와 이를 지켜보는 존 스타모스를 담은 영상까지 트위터에 게시하며 2연타를 날렸다.
띵작 <더 룸>을 무대에서 만나세요!
연극, 뮤지컬를 다루는 씨어터매니아(Theatermania)는 영화 <더 룸>이 뮤지컬화된다고 독점 공개(링크)했다. <더 룸>은 토미 웨소가 주연, 연출한 영화로, 너무 못 만들어서 유명해진 ‘망작 중 망작’이다. 이날 씨어터매니아는 포스터와 캐스팅을 비롯해 뮤지컬 넘버까지 공개했지만, “즐거운 만우절 되세요”라는 마지막 문장을 덧붙여 만우절 장난임을 명시했다. “아이 디드 낫-. 오 하이 마크”를 직접 듣고 싶었던 팬들에겐 조금 아쉬울 수도 있겠다.
소니가 해냈습니다.
여러분들도 고스트버스터즈가 되어보세요!
소니는 신제품 출시를 예고했다. 바로 <고스트 버스터즈>의 프로톤 팩. 양성자 광선을 뿜어 유령을 포획하는 기계이다. 소니 측은 이 제품을 위해 질리안 홀츠만 박사, 이곤 스펜글러 박사와 30년간 협업했다고 밝혔다. 발표 영상을 보면 여러 전문 용어를 섞어가며 설명하지만, 당연히 공들인 거짓말이다. 이곤 스펜글러는 오리지널 <고스트 버스터즈>에서 해롤드 래미스가 연기한, 질리안 홀츠만은 2016년 <고스트 버스터즈>에서 케이트 맥키넌이 연기한 캐릭터다. 뭐, 내준다면 귀신을 잡을 수 있든 없든 메고 다닐 팬들도 꽤 있을 듯하다.
머글, 노마지 사용금지
투명망토 팝니다
이걸 보면 앞서 설명한 장난들이 괜한 수고를 한 것 같다. 워너 브러더스는 이 상품을 판다고 발표했다. 이름하야 ‘투명 망토’. <해리 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그것 맞다. 보면 알겠지만, 이미지에 그림자와 텍스트만 넣은 간단한 방법으로 투명 망토를 ‘진짜’ 보여줬다. 이 망토만 있으면, 해리 포터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친구들에게 장난 칠 수 있을 것이다. 기자도 이때 이걸 파는 걸 알았다면 샀을 텐데, 지금 알게 돼 아쉬움만 남는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