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감독 이종언
출연 설경구, 전도연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위로와 공감을 내미는 가장 순수한 방법
★★★
무너지지 않으려 버티고 있지만, 매일 쓰러지고 다시 몸을 일으킬 뿐이다. 막을 수도 있었을 사고로 사랑하는 이를 잃은 마음이 그렇다. 자식의 죽음으로 일상이 무너져버린 어머니, 그 죽음을 지킬 수 없어 미안한 아버지. 그리고, 아픈 가족사 때문에 나이에 비해 일찍 철이 들어버린 어린 동생. 영화는 형언할 수 없는 큰 상실을 경험한 이 가족의 일상을 차분히 지켜보며, 위로와 공감의 과정에 동행한다. 극적인 서사도, 감동을 끌어올리려는 장치도 없는 정직한 연출이 진정성을 더한다. 함께 울 수 있어서 고마웠던 영화.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우리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에 대하여
★★★☆
아이를 잃은 부모의 자책, 친구 대신 살아남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의 부채감, 그런 이들의 마음을 넉넉히 끌어안으려는 이웃들의 애정, 또한 이 모든 상황을 불편해하는 이들의 마음까지.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면면은 결코 단선적이지 않다. <생일>은 극 중 인물들이, 혹은 관객 각자가 짊어지고 있던 이 모든 마음들을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하는 장이 되기를 자처한다. 그렇게 영화를 통해 우리 모두는 세월호를, 아이들의 삶을 기억하는 자리에 초대받은 일원이 된다. 그리고 문득 깨닫게 된다. 정작 우리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이런 담백하고도 진솔한 애도의 시간이었음을. 떠난 이들의 죽음이 아니라 삶을 기억하는 일이었음을. 이 영화에서 배우들의 눈물과 그들이 표현하는 슬픔은 단순한 연기의 차원을 벗어나 신성한 제의(祭儀)처럼 보이기도 한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사려깊게 응시한다
★★★☆
“이제 그만 하라”고, “피로하니 잊으라”고, 그해 4월에 대해 이렇게 말하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초대장이다. 왜 우리가 아직 이야기해야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 완벽한 답은 아닐지라도 사려 깊은 마음으로 예를 갖춰 <생일>은 응시한다. 어떤 슬픔은 평생 잊혀지지 않는다. 잊었다 싶다가도 기습적으로 찾아와 삶을 흔드는 슬픔이 있다. 진실이 확보되지 않은 슬픔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이 슬픔은 유효하다. <생일>은 각자의 방식으로 슬픔을 견뎌내는 이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다독인다. 강요 없이. 기교 없이.

생일

감독 이종언

출연 설경구, 전도연

개봉 2019.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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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잠!
감독 데이비드 F. 샌드버그
출연 제커리 레비, 애셔 앤젤

송경원 <씨네21> 기자
어린이 가족 드라마와 슈퍼히어로의 콜라보
★★★
<아쿠아맨>의 선전을 이어받아 죽어가던 DC 라인업을 심폐소생 한다. 비결은 DC 확장 유니버스(DCEU)에서 신경 끄기. 괜한 욕심 부리지 않고 개별영화에 집중한다. 깨알 같은 이스터에그로 장난칠 수 있는 것도 그 덕분이다. 이 순진한 코믹 영웅의 핵심은 소년의 마음과 거대한 힘 사이 부조화에 있다. 어두운 고뇌 따윈 집어치운 재롱둥이 히어로. <구니스>(1995)나 <빅>(1988) 같은 어드벤쳐물을 닮은 고전적이고 정직한 드라마. DC보다는 디즈니에 가까운 착한 맛 히어로. 진부하고 둔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낮은 눈높이와 착한 전개가 의외로 잘 먹힌다. 예상을 하나도 벗어나지 않음에도 충분히 재미있다. 어린이용 특촬물 마냥 조악하고 촌스러운 면모도 있지만 그런 부분까지 포함하여 ‘샤잠’이 된다.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성공적인 '가족관람가' 슈퍼히어로 무비
★★★
남다른 능력을 갖게 된 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성장하는 익숙한 영웅의 서사지만, 심각한 사유와 고뇌 같은 것 대신 경험과 실수를 통해 스스로를 발견하는 성장 드라마란 점에서 기존의 히어로물과 결을 달리한다. 너무 가벼워서 때론 유치해 보이지만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눈높이를 낮춘 이야기는 흥미롭고 재미있다. 묵직하고 진중한 DC의 히어로들과 완벽하게 다른 새로운 히어로의 등장만으로도 특별한 영화. 장점인지 단점인지 애매하지만 함께 있을 때보다 각자의 길을 갈 때 더 힘을 내는 DC의 궤적은 이번에도 유효하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특별하긴 한데…
★★☆
히어로물? 그보다는 ‘미국식 가족 드라마’에 가까워 보인다. 그것이 문제일까. 적어도 히어로물이 전 세계 남녀노소가 즐기는 컨텐츠로 자리매김한 상황에서 한정된 타깃층에 집중한 <샤잠!>의 전략이 얼마나 시의적절했는가에는 의문이 든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짜 난맥은 한껏 낮춘 눈높이에 있지 않다. 소년 빌리가 샤잠으로 발탁되는 과정에서의 개연성이 엉성하고, 악당의 서사 역시 펼쳐놓기만 할 뿐 수습되진 않는다. 다인종 대안 가족을 통해 ‘다양성 존중’이란 시대적 요구를 끌어안은 점은 반가우나, 그 관계를 재현하는 방식과 역할 분배는 전형적이기에 기계적 조합이란 인상도 있다. 여러 의미에서 DC의 특별한 히어로란 점엔 동의한다.

샤잠!

감독 데이비드 F. 샌드버그

출연 제커리 레비, 애셔 앤젤

개봉 2019.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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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망
감독 이창근
출연 이순재, 정영숙, 조한철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해변의 노부부
★★★
그저 생계를 잇고 자식 키우는 것을 삶의 모든 것으로 여기며 살아온 노부부. 그들에게 갑작스레 치매가 찾아온다. 아이러니는, 그제서야 그들에게 서로를 돌보고 자신들의 삶을 뒤돌아볼 계기와 시간이 생겼다는 것. 그렇게 그들은 함께 바다로 간다. 연기 경력을 합하면 100년이 훌쩍 넘는 이순재 정영숙 노장 배우의 연기는 익숙하면서도 리얼하다.

로망

감독 이창근

출연 이순재, 정영숙, 조한철, 배해선, 이예원

개봉 2019.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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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시인에게
감독 사라 코랑겔로
출연 매기 질렌할, 파커 세바크,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영감을 주는 여성 심리극
★★★☆
유치원 교사와 어린 천재 시인이 예술적 교감을 나누는 다정한 영화가 아니다. 여성의 심리를 철저하게 파고드는 심리 스릴러에 더 가깝다. 사라 코랑겔로 감독은 교사이자 아내, 엄마 그리고 예술적 욕망을 실현하고픈 한 인간의 심연을 다양한 층위로 들여다본다. 위태로운 인물을 지켜보기가 만만치 않음에도 음악과 시(詩)로 긴장을 조율하면서 민감한 소재를 신중하게 다루는 감독의 태도가 마지막까지 시선을 붙들어 맨다. 영화의 제작과 주연을 맡은 메기 질렌할은 쉽게 지울 수 없는 캐릭터의 그림자까지 만들어냈다. 반드시 확인해야 할 연기다. 

나의 작은 시인에게

감독 사라 코랑겔로

출연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매기 질렌할, 파커 세바크

개봉 2019.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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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평화로운
감독 백승기
출연 손이용

이화정 <씨네21> 기자
배짱이 8할
★★☆
노트북 중고 사기사건. <오늘도 평화로운>은 피해 사건이 주사위가 되어, 어디로 굴러갈지 따라가는 영화다. 전 장면이 다음 장면을 끌어오고, 그 다음 장면이 다음 장면으로 연결된다. 힌트나 추측은 불가인데, 그게 스토리라인 뿐만 아니라 제작에도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중국 로케이션을 시치미 떼고 인천 차이나타운으로 끌어들이는 식이다. 자유자재의 패러디로 연결되는 엉성한 숏들이지만, 그것들이 모여 영화의 어떤 기운을 만들어준다는 데는, 소소하게 즐거운 지점이 있다.

오늘도 평화로운

감독 백승기

출연 손이용

개봉 2019.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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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게
감독 박근영
출연 강진아, 강길우

송경원 <씨네21> 기자
괴로움의 형태. 마음의 얼룩. 나도 그렇다는 나지막한 속삭임.
★★★☆
괴로움에도 종류와 형태와 색깔이 있을까. 시인은 혼수상태에 빠진 연인에 대한 죄책감으로 시를 쓰지 못한다. 아니다. 거짓말이다. <한강에게>는 괴로움에 이유를 달거나 이야기라는 꼬리표를 붙이지 않는다. 그저 지금, 괜찮지 않은 한 시인의 괜찮지 않은 상태를 가만히 지켜본다. 일상을 그리고 여백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다소 양식적이라 아쉽다. 하지만 고요한 수면에 떨어진 한 방울의 번잡스러움은 점점 퍼져나가 무시할 수 없는 파장을 만들어낸다. 느리고 긴 호흡의 화면을 오롯이 책임지는 배우들의 몸짓이 애틋하고, 아리고, 소중하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극복되지 않을 슬픔을 어루만지는 손길. 세심한 가운데 힘이 느껴진다
★★★☆
연인의 갑작스런 사고 앞에서 진아(강진아)의 시간은 멈춰 버린다. 시집 출간을 앞두고 있고, 늘 관계를 유지하던 지인들과도 만나는 일상을 맞이하지만, 그 시간들은 더 이상 진아에게 전처럼 기쁘게 허용되지 않는다. <한강에게>는 ‘멈춰버린’ 그 시간에 대한 기록이다. 현재의 진아가 겪는 통점, 즉 불쑥불쑥 찾아와 그녀를 놓아주지 않는 과거의 시간들을 구현한 영화적 장치가 뛰어나다. 강진아, 강길우를 비롯해 배우들의 자연스런 연기가 이 고통스런 시간을 현실처럼 만들어 준다.

한강에게

감독 박근영

출연 강진아, 강길우

개봉 2019.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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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완벽한 세계
감독 시바야마 겐지
출연 스기사키 하나, 이와타 타카노리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정면 돌파하는 첫사랑 영화
★★★
벚꽃, 학교 도서관, 첫사랑. 일본 청춘 멜로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요소들이 진부하면서도 매번 어떻게 표현했는지 기대하고 확인하는 즐거움이 이 장르의 매력이다. 영화는 요령 부리지 않고 장르의 기본 공식대로 걷는다. 사랑 이야기 이상으로 주인공 남녀가 장애라는 벽을 무너뜨리는 과정에 심혈을 기울인 연출도 역력하게 드러난다. 틀에 박힌 음악과 느슨한 후반 전개가 약점으로 작용하지만 스기사키 하나의 다부진 내레이션과 이와타 카타노리의 성실한 연기가 끝내 감정의 동화를 일으킨다. 

우리들의 완벽한 세계

감독 시바야마 겐지

출연 스기사키 하나, 이와타 타카노리

개봉 2019.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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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골목의 추억
감독 최현영
출연 수영, 타나카 슌스케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
★★☆
낯선 곳에서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집중해가며 상처를 치유하는 주인공의 여정이 단정하게 담겨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동명 단편 소설을 골자로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소설보다 담백하고도 효과적으로 각색된 면이 있다. 마음의 회복이라는 소재 자체에 집중한 연출이 좋다. 다만 언어 활용을 줄이고, 이미지와 여백으로서 인물들의 정서를 조금 더 표현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주인공 유미를 연기한 수영은 차분하고도 안정적으로 극을 이끌어간다. 배우로서 더 많은 쓰임이 기대되는 얼굴이다.

막다른 골목의 추억

감독 최현영

출연 수영, 타나카 슌스케

개봉 2019.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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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치는 땅
감독 임태규
출연 박정학, 이태경, 맹세창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반복되는 폭력의 역사
★★★
임태규 감독은 전작 <폭력의 씨앗>(2017)에 이어 다시 한번 폭력이라는 주제를 파고든다. 이번에는 국가 폭력이 개인의 삶으로 스며든 풍경이다. 영화는 이것이 모습과 이름을 바꿔 되풀이되는 역사이며,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고통이라는 것을 말한다. 카메라는 늘 구석과 후미진 곳에 위태롭고도 아슬아슬하게 위치하며 상흔 안에 자리한 인물들을 바라본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언제든 가려질 존재들이 아니냐고 반문하듯이. 명확히 보여주기보다 일부를 제시하고 전체를 사유하게 하는 영화다. 투박하지만 힘이 있다. 

파도치는 땅

감독 임태규

출연 박정학, 이태경, 맹세창

개봉 2019.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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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와 슈퍼레이스
감독 라스무스 A. 실버르센
(한국어 목소리) 출연 김보나, 이다은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제목보다 한 수 위
★★★☆
국내 개봉 제목은 흥미를 돋우는 영화 키워드를 조합해 새로 지었지만, 노르웨이의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걸작 <그랑프리>(1975)의 명성을 이어가는 <솔란과 루드빅>(루이스와 루카) 시리즈 중 한 편이다. 사고뭉치 까치와 겁쟁이 고슴도치, 인정 많은 발명가 할아버지 캐릭터의 조합이 이색적이면서도 친근하다. 레이스를 통해 진정한 승리의 의미를 깨닫는다는 보편적 주제를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의 특성을 살린 아이디어와 구성으로 참신하게 풀었다. 에듀테인먼트 영화로도 적합하고 고전적인 애니메이션의 단단함과 정감 어린 맛을 느끼기에도 충분하다.

고릴라와 슈퍼레이스

감독 라스무스 A. 실버르센

출연 김보나, 이다은

개봉 2019.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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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녀유혼
감독 정소동
출연 장국영, 왕조현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왕조현의 추억
★★★★
<영웅본색>과 함께, ‘응팔’ 세대에겐 잊을 수 없는 영화. 당시 홍콩 영화의 컬트 현상 한 축엔 이 영화가 있으며, ‘왕조현 신드롬’의 위세는 진정 대단했다. 액션과 판타지, 스릴과 애절한 로맨스까지 상업영화의 거의 모든 요소를 갖춘 작품. 30년이 지났지만, 이 영화의 짜임새는 꽤나 탄탄하게 느껴진다. 중년 세대들에겐 ‘그 시절’을 소환시킬 강력한 영화. 요즘 세대들에겐 어떤 ‘발견’이 될 것이다.

천녀유혼

감독 정소동

출연 장국영, 왕조현

개봉 1987.12.25. / 2019.04.04.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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