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다크 피닉스
감독 사이먼 킨버그
출연 소피 터너, 제니퍼 로렌스, 제임스 맥어보이

송경원 <씨네21> 기자
원점으로 돌아간 마침표
★★★
오리지널 트릴로지 3부작의 마지막 <엑스맨: 최후의 전쟁>(2006)이 망쳐 놨던 ‘피닉스포스’를 다시 부활시켜 제대로 마침표를 찍는다. 힘을 통제하지 못하는 진 그레이(소피 터너)를 중심으로 엑스맨 내부의 분열과 대립을 그렸다. 소수자들의 저항과 내부 갈등, 그리고 공존이라는 엑스맨의 전통적인 테마로 돌아가 드라마를 구축한 점은 납득이 간다. 빌런과 중심 히어로 모두 여성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한 명을 제외하곤) 캐릭터에게 고루 돌아간 작별 인사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동어반복이란 이상을 지우기엔 임팩트가 약해 보인다. 갈등의 봉합과 화해가 급작스러운 것도 아쉬운 지점. 그럼에도 재촬영과 개봉 연기로 인해 우려했던 것보다는 안정적인, 적절하고 적당한 마무리.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특별했던 시리즈의 평범한 피날레
★★★
다름에 대한 인정과 공감, <엑스맨> 시리즈가 지속해 온 특별함은 여전하다. 특히 시대의 감정을 소화하듯 주요한 캐릭터를 여성이 주도한 점도 인상 깊다. 하지만, 특별한 시리즈의 마무리로는 아쉬운 점이 두드러진다. 진 그레이의 활약을 제외하곤 그동안 시리즈를 지탱해 왔던 기존 캐릭터들의 서사는 평면적이고 연약하다. 시리즈를 거듭하며 쌓아 올린 이야기를 쫓기듯 서둘러 주워 담아 마침표의 지점에서 도리어 물음표를 발견하게 된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조금은 아쉬운 최종장
★★☆
히어로와 빌런 모두 여성이라는 점에서 <다크 피닉스>는 시리즈 안에서도, 또한 모든 슈퍼히어로 영화들 안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다른 존재’라는 이유로 많은 것들을 포기하는 삶을 살고, 때론 사랑하는 이들을 다치게 한 뮤턴트들의 고뇌는 진(소피 터너)의 상처를 중심으로 여전히 작품 전체를 지탱하는 힘. 액션은 준수하며, 개별 작품 하나로만 보면 나름 안정적인 시작과 마무리다. 다만 작품마다 크고 작은 설정 충돌로 물음표를 안겼던 <엑스맨> 시리즈의 맹점은 여전하다. 프리퀄 시리즈를 매력적으로 이끌어 온 기존 멤버들의 마지막을 처리하는 방식도 아쉬운 편. 몇몇 인물은 캐릭터 붕괴 수준으로 보이기도 한다. 시리즈 원작 중 걸작으로 손꼽히는 ‘다크 피닉스 사가’의 깊이 있는 세계관을 납작하게 소화한 점도 아쉬움 중 하나.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폭스의 맹맹한 마무리. 디즈니에서 새롭게 만나요
★★★
진 그레이의 솔로 무비로 바라본다면 그럭저럭 즐길만하다. 문제는 그러니까, 이게 폭스에서 만드는 마지막 엑스맨 작품으로서의 위용을 보여줄 만한 기획이었느냐는 것이다. 진 그레이의 방황과 성장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면서, <엑스맨> 프리퀄을 이끌어 온 매그니토와 프로페서X 등 주요 인물들의 서사가 너무 희미하게 마무리되는 아쉬움을 낳고 말았다. 여러모로 19년의 시간을 이어온 시리즈의 피날레로서 맹맹하다. 소수자들을 향한 <엑스맨>의 주제관은 이번에도 극을 강하게 관통하나, 그것이 반복될 뿐 기존 시리즈에서 발전된 모습은 보이지 못한다. 이 와중에서도 환호를 부르는 건 마이클 패스벤더가 연기하는 매그니토다. 감정 변화의 계기가 시나리오적으로 충분히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패스밴더의 뛰어난 표정 연기는 납작한 개연성을 초월해 버린다. 솔로 무비가 나와야 한다면 응당 패스벤더가 그리는 매그니토여야 하지 않았을까.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훨훨 날지 못하고 주춤한 시리즈
★★☆
19년을 이어온 <엑스맨> 시리즈의 마지막이라고 하기엔 여러모로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진 그레이를 중심에 내세워 시리즈가 줄곧 다뤄온 자기 정체성에 대한 고뇌를 부각하지만, 설득력 있게 그리지는 못했다. 메인 캐릭터의 가공할 만한 능력과 갈등 관계에 힘을 주려다가 되레 기존 주요 캐릭터의 힘을 약화시킨 꼴이다. 급작스럽게 전개하는 캐릭터의 등퇴장 방식도 아쉽기는 마찬가지. 여성 캐릭터의 입을 빌려 남성의 활약만 강조한 기존 시리즈에 시원한 일침을 가하고, 메인 악당에 제시카 차스테인을 등판시켜 변화를 꾀한 야심은 인정한다. 그럼에도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과 차별을 다루면서 시대를 선도한 시리즈의 정체성이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져야 하는 지금, 엑스맨의 존재감이 퇴색되어 목소리를 드높이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

엑스맨: 다크 피닉스

감독 사이먼 킨버그

출연 소피 터너, 제니퍼 로렌스, 제임스 맥어보이, 타이 쉐리던, 마이클 패스벤더, 니콜라스 홀트, 제시카 차스테인, 에반 피터스

개봉 2019.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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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맨
감독 덱스터 플레처
출연 태런 에저튼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주인공 스스로 윤색한 자서전을 읽는 기분
★★☆
뛰어난 작곡과 연주 실력에 더해 화려한 의상, 세련된 무대매너까지. 팝 역사의 기념비적인 뮤지션 엘튼 존의 삶을 그린 영화. 단순히 그의 삶 속의 사건들을 읽어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굴곡에서 돌출되었던 불안과 공허의 순간들을 좇으며 기록해간다. 영화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엘튼 존의 히트곡은 영화의 즐길 거리로 사용되지 않고, 그의 감정을 서술하는 장치로 활용된다. 동성애, 약물중독 등 불편한 주제도 가감 없이 드러낸 자신감이 인상 깊지만, 주관적 시점으로 보여주는 삶은 다소 윤색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엘튼 존에 이끌려 갔다가 태런 에저튼에 놀란
★★★☆
브라이언 싱어 대신 <보헤미안 랩소디> 마무리를 담당했던 덱스터 플레처가 연출을 맡은 작품. 자연스럽게 <보헤미안 랩소디>와의 비교가 불가피한 <로켓맨>은 그러나 엘튼 존이 생존 인물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피어오른다. 게다가 엘튼 존이 직접 제작자로 참여했다. 그가 실제로 느꼈을 감정들이 1인칭 전지적 시점으로 침투해 <로켓맨>에 십분 활용됐다. 엄밀히 말해, 단순한 전기물이라기보다 그의 심리를 영화적 상상력으로 꾸민 판타지에 가깝다. 성공과 추락과 재기를 오간 엘튼 존 개인의 삶은 매우 영화적이나, 이러한 예술가의 삶이 영화적 소재로 이미 많이 소비돼 온 탓에 서사 특징이 흐릿한 건 아이러니한 아쉬움이다. 하지만 엘튼 존의 명곡과 그의 스타일들이 극 전반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어깨춤을 부른다. 태런 에저튼은 이 영화에서 놀랍다. ‘엘튼 존을 연기하기에 태런 애저튼의 외모와 노래 실력이 엇나가는 거 아닌가’라는 의구심은 영화 시작 얼마 지나지 않아 로켓처럼 발사돼 폭발한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연출, 음악, 배우가 쏘아 올린 최고의 음악 전기 영화
★★★★
거두절미하고 잘 만든 음악 영화다. 천재 아티스트의 성공과 사랑, 좌절을 다뤘다는 점에서 최근 흥행작 <보헤미안 랩소디>(2018)와 비교할 수밖에 없는데 엘튼 존의 명곡에 기대지 않고 당당하게 그의 삶과 음악을 일치시킨다. 전기 영화의 틀을 뮤지컬 형식으로 돌파하면서 극의 몰입도를 높였고, 텐션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연출은 화력이 어마어마하다. 기승전결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화룡점정은 태런 에저튼이다. 화려한 쇼맨십부터 상처받은 내면 아이까지 엘튼 존의 익숙하고도 숨겨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온몸으로 연기 열정을 불태운다. 직접 부른 노래도 수준급이다. 태런 에저튼은 이제부터 ‘킹스맨’보다 ‘로켓맨’으로 기억될 것이다.

로켓맨

감독 덱스터 플레처

출연 태런 에저튼

개봉 2019.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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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피아노!
감독 필립 예디케
출연 칠리 곤잘레스

송경원 <씨네21> 기자
파격을 성실하게 담아낸 80분간의 퍼포먼스
★★★
스스로를 피아노 천재라고 소개하는 칠리 곤잘레스의 작업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 캐나다 출신의 뮤지션 칠리 곤잘레스(본명 제이슨 찰스 벡)은 천재 혹은 기인으로 불리는 멀티 아티스트다. 3살 때 피아노를 치고 10살 때부터 작곡을 시작한 그는 펑크 음악에 매료된 뒤 최전선에서 음악적 실험을 이어간다. 천재 예술가, 영리한 엔터테이너, 미디어를 이용하는 괴짜 등 그의 앞에 붙은 수식어는 많지만 대체로 ‘파격’과 ‘치열함’이라는 단어 아래 수렴된다. 그의 실체를 잡아내려는 다큐멘터리 역시 칠리 곤잘레스의 화법을 그대로 따라 분열적인 모습을 다채로운 방식으로 잡아낸다. 이해한다기보다는 음악을 즐기고 듣게 만드는 쪽에 가까운 영상 모음집. 좋은 의미는 물론 아쉬운 의미로도 ‘칠리 곤잘레스’스럽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다이내믹 솔로
★★★☆
음악가 칠리 곤잘레스를 이해하는 친절한 안내서. 래퍼이자 피아니스트, 예술가와 엔터테이너를 넘나드는 그를 흥미로운 방식으로 조명한다. 도발적인 자기소개 영상에 이어 진지한 인터뷰가 나오고 기행에 가까운 퍼포먼스 영상이 따라붙으면서 다큐멘터리에 변화무쌍한 리듬과 템포를 만든다. 음악세계를 다루면서 사적인 세계까지 파고들지 못한 한계는 분명하지만, 끊임없이 자신을 드러내고자 분투하는 한 인간의 열띤 에너지를 담는 데는 성공한다. 체취까지 느껴질 정도다.

닥치고 피아노!

감독 필립 예디케

출연 칠리 곤잘레스

개봉 2019.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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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레이 베이
감독 마츠나가 다이시
출연 요시다 요, 사노 레오, 무라카미 니지로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상실의 고통을 딛고 일어서는 바다
★★★
이미지, 사운드, 배우의 연기 등을 통해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는 영화라는 매체의 속성이 십분 발휘된 영화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원작의 문장들보다 이 영화가 전하는 감흥이 훨씬 생생하게 살갗에 와닿는 이유다. 상실을 치유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의 움직임과,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 파도를 받아들이는 서핑의 과정은 근본적으로 닮아있다. 어느 구석으로 눈을 돌려도 아름다운 하와이의 풍광은 역으로 인물의 슬픔을 배가시킨다. 이 영화의 바다는 한없이 푸르고 청량하기에 더 슬픈 공간이 되고, 상처를 남긴 바로 그곳에서 슬픔을 딛고 일어나려는 주인공의 움직임은 때때로 경이롭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끝까지 몰아붙여 정면으로 마주한 고통
★★★☆
아들의 죽음 이후, 아들을 찾아가는 여성 ‘사치’. 상실의 고통에 앞서는 건, 아들과 소원했던 죽음 이전의 상황이고 그런 의미에서 둘의 관계는 10년이 지나도 풀리지 않은 현재진행형의 아픔이다. 매년 같은 시기, 같은 해변, 같은 벤치, 같은 풍경 속으로 들어가 고심해 봐도 실마리가 잡히지 않는 감정의 고갈 상태. 고통에 고통으로 맞서는, 한 여성의 표정은 햇빛 가득한 하와이의 풍광 중 가장 이질적인 요소가 되어 보는 이의 감정을 헤집는다. 대사도, 표정의 변화도 많지 않다. 표현할 도구가 적음에도 사치가 겪는 내면의 상처, 절박한 고통의 시간을 짐작게 하는 배우 요시다 요의 클로즈업 컷은 이 영화가 가진 가장 강렬한 표정이다.

하나레이 베이

감독 마츠나가 다이시

출연 요시다 요, 사노 레오, 무라카미 니지로

개봉 2019.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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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샤크2: 해저2만리
감독 신우
(목소리) 출연 장병관, 김소희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해양 블록버스터급 애니메이션
★★★
1편은 2018년 개봉한 <빅샤크: 매직 체인지>, 거슬러 올라가면 2014년 개봉한 <꼬마 잠수함 올리>가 있다. 국내 개봉명은 빅샤크를 내세웠는데 노란 꼬마 잠수함 올리와 베스가 주인공인 해양 애니메이션 시리즈다. 이번에는 쥘 베른의 과학 소설 <해저 2만리>에서 소재를 가져와 규모와 볼거리를 넓혔고, 해양 오염 주제도 깊게 다룬다. 이야기가 산만하게 펼쳐지지만 소용돌이 장면은 해양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의 ‘파워’를 실감케 하는 대목. 전편에 이어 아기 상어와 꼬마 잠수함, 작은 바닷속 친구들이 펼치는 모험이 앙증맞은 재미를 주고, 아빠 상어 ‘빅샤크’는 굵은 재미를 안기며 이름값을 한다.

빅샤크2: 해저2만리

감독 신우

출연 장병관, 김소희

개봉 2019.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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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토토로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목소리) 출연 히다카 노리코, 사카모토 치카, 타카기 히토시

송경원 <씨네21> 기자
문화가 된 동화
★★★★☆
1988년 세상에 빛을 본 이래 지브리 스튜디오의 상징이 된 숲의 정령. 1950년대를 배경으로 시골마을에서 생활하는 두 소녀가 겪는 미지의 모험을 그렸다. 신화, 민담, 전설에서 따온 모티브를 기반으로 아이들에게 허락된 동화와 상상의 세계를 구현한, 꿈의 프로젝트 중 하나다. 숲과 생태주의, 하늘에의 동경, 물의 곡선을 닮은 작화 등 미야자키 하야오의 코드들을 충실히 구현했다. 개봉 당시엔 여러 문화적인 코드들을 집약시킨 정수였지만 지금에 와서는 도리어 일본 아니메 문화의 원천 혹은 기준점이 된 동화. 특수한 것에서 보편적인 것으로 확장되는 가운데 이젠 전설로 자리매김한 애니메이션.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나의 가장 순수했던 한철을 다시 꺼내 보는 기적
★★★★☆
동심의 세계를 다시 떠오르게 하는 마법 같은 이야기. 자연의 품에서 펼쳐지는 꿈 같은 장면들 속에서 잊고 있던 내 추억을 발견할 때 감동은 배가된다. 미야자키 하야오 세계관의 입구에 표식처럼 자리 잡은 토토로는 그의 기억과 경험, 희망과 동경을 모두 담은 분신이다. 전설 속 신비한 존재를 경이로운 캐릭터로 탄생시켰고, 삶의 평범한 순간을 빛나는 묘사로 짚어낸 이야기가 섬세하다. 자연 친화의 주제와 가족의 의미 등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의 소용에 닿는 시대의 걸작.

이미지 준비중
이웃집 토토로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출연 히다카 노리코, 사카모토 치카, 타카기 히토시

개봉 2001.07.28. / 2019.06.06.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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