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원 <씨네21> 기자
어쨌든(아니 어떻게든) 귀엽고 풋풋한 하이틴 로맨스
★★★
이미 단독 영화로의 조밀함은 포기한 마블식 드라마의 에피소드 중 하나. 아이언맨의 바통을 이어받아야 하는 스파이더맨의 무게를 특유의 경쾌함으로 이겨낸다.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은 기본적으로 하이틴 영화를 기본으로 하는데 이번엔 로맨스의 함량을 상당히 늘렸다. 아이언맨의 유산을 이어받되 스파이더맨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나름 선을 긋는다. 스파이더맨이란 프랜차이즈를 향한 여러 욕망과 욕심이 섞여 있다 보니 기계적으로 조립한 부분이 적지 않은데 다소 엉성한 부분을 쉽고 친절하게 이어 붙인다. 한마디로 의도적으로 깊이와 무게를 제거해버렸다.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게 귀엽고 통통 튀는 캐릭터(정확히는 톰 홀랜드)의 매력이다. 호불호의 기준도 거기에 있다.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화려함을 덧씌우니 쫄쫄이 땀내 같은 성장통이 옅어졌다
★★★
연애 풋내기의 소심함, 인류 구원이라는 책임감. 여기에 아이언맨의 후계자로서의 부담감. 10대 슈퍼히어로가 헤쳐나가야 할 현실적 고뇌는 이 시리즈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주제다. 단단하게 조련된 특별한 능력으로도 감정의 동요를 이겨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마블의 유머를 수혈받은 스파이더맨은 이런 통과 의례가 조금은 가벼워 보인다. 쫄쫄이 땀내 같은 피터 파커의 성장통이 그리운 것은 그 수월함이 주는 어색함 때문일 것이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토니의 부재를 이겨내는 피터의 성장기
★★★☆
MCU의 차세대 주자가 왜 스파이더맨일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주는 작품. 다정한 이웃에 머무르고 싶어 하던 소년은, 히어로 완전체가 아닌 독자적 상황에서도 자신의 모습과 역할을 받아들인다. 더는 ‘리틀 아이언맨’이 아니라 그 자신이 온전한 히어로로 성장하는 과정이 뭉클하다. 그리고 이것은 명백히 사랑의 서사다. 비단 피터와 MJ의 귀여운 로맨스뿐만을 언급하는 건 아니다. 애틋한 마음을 남긴 토니 스타크와 그 마음을 소중하고 무겁게 받아들이는 피터 파커, 둘 사이의 이야기. 다른 모든 것들은 이걸 뒷받침하는 장치처럼 보일 지경이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마블 후광 그리고 풀어야 할 숙제
★★★☆
스파이더맨을 어디 소속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감상은 조금씩 달라진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후속편이자 MCU 페이지3을 닫는 작품으로 본다면 드라마적 완성도와 독창성이 다소 아쉽고, 소니픽쳐스의 리부트 작으로 본다면 기존 샘 레이미와 마크 웹 버전의 <스파이더맨> 잔영에서 완벽하게 벗어나서 반갑다. 질풍노도의 틴에이저 히어로로 본다면 하이틴 무비로 제격이지만, 또 여러 세계관과 자웅을 겨루는 엄연한 영웅이란 관점에서는 조금 유치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제이크 젤렌할의 매력을 보존하기에 그가 맡은 미스테리오의 매력이 얕은 건 그의 팬으로서 느끼는 커다란 아쉬움. 유럽으로 무대를 옮긴 만큼 액션 시퀀스 활용도가 다양해지긴 했지만, 스파이더맨 특유의 액션이 얼마나 잘 구현됐는가는 또 다른 문제로 보인다. 유럽으로 수학여행을 떠난 스파이더맨은 ‘뉴욕 마천루가 그에게 얼마나 찰떡인가’를 아이러니하게 드러내기도 하니까. 스파이더맨이란 브랜드에 마블의 후광까지 더해져 당장은 그 주목도가 뜨겁겠으나, 이 관심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려면 다음번엔 조금 더 촘촘한 거미줄 치기가 필요해 보인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히어로 무비와 하이틴 무비의 적절한 균형
★★★☆
<어벤져스: 엔드 게임> 이후 막중한 자리를 이어받아야 하는 젊은 히어로의 고민과 사랑에 빠진 10대 소년 피터 파커의 청춘기를 유쾌한 분위기로 엮었다. 부제를 ‘피터 파커의 수학여행기’로 바꿔 불러도 무방할 만큼 유럽 곳곳의 이색적인 장소를 배경으로 박진감 넘치는 활약을 펼친다.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 미스테리오의 쓰임이 흥미롭고, 증강현실과 드론을 적극 활용한 액션 장면이 시선을 압도한다. 전작 <스파이더맨: 홈커밍>(2017)과 비교해 유머 코드가 늘었으며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는 비로소 세대교체가 원만하게 성공적으로 이뤄졌음을 선언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진지하지만 무게 잡지 않고, 가벼운 듯 보여도 핵심 주제를 전달하는데 능한 마블의 재간둥이 <스파이더맨>은 요즘 세대가 원하는 능력을 펼쳐 보인다. 그러니 열렬히 지지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