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 맨: 파 프롬 홈
감독 존 왓츠
출연 톰 홀랜드, 사무엘 L. 잭슨, 젠다야 콜맨

송경원 <씨네21> 기자
어쨌든(아니 어떻게든) 귀엽고 풋풋한 하이틴 로맨스
★★★
이미 단독 영화로의 조밀함은 포기한 마블식 드라마의 에피소드 중 하나. 아이언맨의 바통을 이어받아야 하는 스파이더맨의 무게를 특유의 경쾌함으로 이겨낸다.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은 기본적으로 하이틴 영화를 기본으로 하는데 이번엔 로맨스의 함량을 상당히 늘렸다. 아이언맨의 유산을 이어받되 스파이더맨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나름 선을 긋는다. 스파이더맨이란 프랜차이즈를 향한 여러 욕망과 욕심이 섞여 있다 보니 기계적으로 조립한 부분이 적지 않은데 다소 엉성한 부분을 쉽고 친절하게 이어 붙인다. 한마디로 의도적으로 깊이와 무게를 제거해버렸다.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게 귀엽고 통통 튀는 캐릭터(정확히는 톰 홀랜드)의 매력이다. 호불호의 기준도 거기에 있다.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화려함을 덧씌우니 쫄쫄이 땀내 같은 성장통이 옅어졌다
★★★
연애 풋내기의 소심함, 인류 구원이라는 책임감. 여기에 아이언맨의 후계자로서의 부담감. 10대 슈퍼히어로가 헤쳐나가야 할 현실적 고뇌는 이 시리즈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주제다. 단단하게 조련된 특별한 능력으로도 감정의 동요를 이겨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마블의 유머를 수혈받은 스파이더맨은 이런 통과 의례가 조금은 가벼워 보인다. 쫄쫄이 땀내 같은 피터 파커의 성장통이 그리운 것은 그 수월함이 주는 어색함 때문일 것이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토니의 부재를 이겨내는 피터의 성장기
★★★☆
MCU의 차세대 주자가 왜 스파이더맨일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주는 작품. 다정한 이웃에 머무르고 싶어 하던 소년은, 히어로 완전체가 아닌 독자적 상황에서도 자신의 모습과 역할을 받아들인다. 더는 ‘리틀 아이언맨’이 아니라 그 자신이 온전한 히어로로 성장하는 과정이 뭉클하다. 그리고 이것은 명백히 사랑의 서사다. 비단 피터와 MJ의 귀여운 로맨스뿐만을 언급하는 건 아니다. 애틋한 마음을 남긴 토니 스타크와 그 마음을 소중하고 무겁게 받아들이는 피터 파커, 둘 사이의 이야기. 다른 모든 것들은 이걸 뒷받침하는 장치처럼 보일 지경이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마블 후광 그리고 풀어야 할 숙제
★★★☆
스파이더맨을 어디 소속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감상은 조금씩 달라진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후속편이자 MCU 페이지3 닫는 작품으로 본다면 드라마적 완성도와 독창성이 다소 아쉽고, 소니픽쳐스의 리부트 작으로 본다면 기존 샘 레이미와 마크 웹 버전의 <스파이더맨> 잔영에서 완벽하게 벗어나서 반갑다. 질풍노도의 틴에이저 히어로로 본다면 하이틴 무비로 제격이지만, 또 여러 세계관과 자웅을 겨루는 엄연한 영웅이란 관점에서는 조금 유치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제이크 젤렌할의 매력을 보존하기에 그가 맡은 미스테리오의 매력이 얕은 건 그의 팬으로서 느끼는 커다란 아쉬움. 유럽으로 무대를 옮긴 만큼 액션 시퀀스 활용도가 다양해지긴 했지만, 스파이더맨 특유의 액션이 얼마나 잘 구현됐는가는 또 다른 문제로 보인다. 유럽으로 수학여행을 떠난 스파이더맨은 뉴욕 마천루가 그에게 얼마나 찰떡인가를 아이러니하게 드러내기도 하니까. 스파이더맨이란 브랜드에 마블의 후광까지 더해져 당장은 그 주목도가 뜨겁겠으나, 이 관심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려면 다음번엔 조금 더 촘촘한 거미줄 치기가 필요해 보인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히어로 무비와 하이틴 무비의 적절한 균형
★★★☆
<어벤져스: 엔드 게임> 이후 막중한 자리를 이어받아야 하는 젊은 히어로의 고민과 사랑에 빠진 10대 소년 피터 파커의 청춘기를 유쾌한 분위기로 엮었다. 부제를 피터 파커의 수학여행기’로 바꿔 불러도 무방할 만큼 유럽 곳곳의 이색적인 장소를 배경으로 박진감 넘치는 활약을 펼친다.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 미스테리오의 쓰임이 흥미롭고, 증강현실과 드론을 적극 활용한 액션 장면이 시선을 압도한다. 전작 <스파이더맨: 홈커밍>(2017)과 비교해 유머 코드가 늘었으며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는 비로소 세대교체가 원만하게 성공적으로 이뤄졌음을 선언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진지하지만 무게 잡지 않고, 가벼운 듯 보여도 핵심 주제를 전달하는데 능한 마블의 재간둥이 <스파이더맨>은 요즘 세대가 원하는 능력을 펼쳐 보인다. 그러니 열렬히 지지할 수밖에 없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감독 존 왓츠

출연 톰 홀랜드, 사무엘 L. 잭슨, 젠다야 콜맨

개봉 2019.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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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드런 액트
감독 리처드 이어
출연 엠마 톰슨, 스탠리 투치, 핀 화이트헤드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모든 것
★★★
이성과 합리만으로 건조하게 풀어낸 법의 언어는 삶의 방향을 안내할 수는 있지만, 숨겨진 감정까지 설명해내지는 못한다. 존경받는 판사 피오나(엠마 톰슨)는 다른 이의 삶에 영향을 줄 말들을 항상 주의 깊게 다듬지만, 정작 자신이 생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지는 알 수가 없다. 견고해 보이는 것들도 의외의 순간에 무너지고 진심은 그렇게 드러나게 된다. 불완전한 인간들의 불완전한 선택이 곧 인생임을 증명하는 영화. 강인함 속에 불안감을 세심하게 담은 엠마 톰슨의 얼굴과 서툰 신념을 순수하게 드러낸 핀 화이트헤드의 표정이 오랫동안 남는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엠마 톰슨이라는 작품
★★★
<칠드런 액트>는 이언 매큐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두고 있다. 그의 작품들이 그러하듯 영화는 순간의 선택이 초래한 사건이 인물에게 어떤 자국을 남기는지에 집중한다. 타인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판결을 내리느라 정작 자신의 결혼 생활은 돌보지 못하는 판사 피오나(엠마 톰슨)와 그가 내린 수많은 판결 중 하나로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믿는 소년 애덤(핀 화이트헤드). 이들이 만나면서 서로의 삶에 밀려든 격랑을 엠마 톰슨의 우아한 연기가 유려하게 펼쳐낸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전환기의 격랑. 굳건한 흔들림을 드러내는 엠마 톰슨만의 표정 
★★★
완벽주의자로 통하는 고등법원 판사 피오나(엠마 톰슨). 자신의 판결이 누군가의 인생에 갈림길이 되는 중요한 사안 앞에서 피오나는 늘 긴장을 놓지 못했고, 그 사이 정작 자신의 삶(남편과의 관계 악화)은 돌아보지 못했다. <칠드런 액트>는 막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는 애덤(핀 화이트헤드)을 통해 피오나의 상황을 비춘다. 시종 무표정한 마 톰슨의 표정과, 그 표정을 잡아당기듯 담는 카메라의 움직임이 그녀의 경직된 인생을 말해준다. 자신을 겹겹이 무장시켜왔던 중년 여성에게 닥쳐 온 세찬 격랑은, 그래서 차라리 꼭 필요한 통과 의례처럼 자연스럽다.

칠드런 액트

감독 리처드 이어

출연 엠마 톰슨, 스탠리 투치, 핀 화이트헤드

개봉 2019.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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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피크닉
감독 강동완, 김한라, 임오정
출연 권해효, 김금순, 곽민규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여행, 낯선 우리를 만나는 순간
★★★
다 아는 것 같아도, 모르는 것투성이다. 한집에 사는 가족도, 오랫동안 만난 친구끼리도 마찬가지다. 한 공간에서 몸을 부대껴야 하는 여행은 서로 잘 몰랐던 진심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균열과 봉합은 늘 함께 하기에 가족은 여전히 건재하고(<돌아오는 길엔>), 해결할 수 없는 것임을 알기에 제 처지의 낙담은 술기운을 빌려야 한다(<대풍감>). 위로란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다는 것을 오랜 친구는 결국 증명해낸다(<내가 필요하면 전화해>).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옴니버스 장점을 잘 살려낸 여행기
★★★
여행과 일탈을 주제로 3편의 이야기를 묶은 옴니버스 영화. 옴니버스 영화는 그 안에 모인 작품의 완성도가 편차를 드러내며 균형이 기울어지기 쉬운데, <한낮의 피크닉>은 오히려 각각의 작품들이 자신에게 없는 결을 상대의 작품에서 보완하고 보충하며 하나의 단단한 공동체를 이룬다. 세 명 감독의 개성이 올곧이 작품에 스며있고,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안정적으로 마감된 덕분이다. 가족이란 희비극(‘돌아오는 길엔’)으로 시작해, 위태롭고도 희망찬 청춘의 한 시기(‘대풍감’) 거쳐, 소소한 일상의 위로(‘내가 필요하면 전화해’)로 마무리되는 79분의 멋진 피크닉.

한낮의 피크닉

감독 강동완, 김한라, 임오정

출연 권해효, 김금순, 곽민규, 윤혜리, 류경수, 김욱, 서벽준, 공민정, 이우정

개봉 2019.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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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의 공백
감독 사이토 타쿠미
출연 타카하시 잇세이, 릴리 프랭키, 사이토 타쿠미

송경원 <씨네21> 기자
내가 미처 몰랐던, 당신의 기억을 상상하며
★★★☆
자신들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벗고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 이 영화를 누군가에게 전달한다면 이렇게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주 틀린 설명은 아니다. 하지만 핵심은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몰랐던 기억을 들려주는 것을 통해 목구멍 아래 삼켰던 수백 마디 말을 대신 전하는 태도에 있다. 배우이기도 한 사이토 타쿠미는 자신의 연출 데뷔작에서 욕심부리지 않고 차분한 호흡으로 장면을, 아니 내가 몰랐던 아버지의 기억을 모아나간다. ‘자신의 이야기 모두의 이야기로 물들이는 담백한 연출과 잔잔한 표정들. 영화가 기억의 공백을 메우는 방식.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당신에게 아버지는 어떤 의미입니까
★★★☆
화장터의 풍경으로 시작해 같은 모습으로 문을 닫는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70분 남짓. 한 사람이 재로 완전히 돌아가는 시간 동안, 카메라는 삶과 죽음 사이를 고요하게 오가며 돌아보게 만든다. 우리 각자의 트라우마이자 우리 모두의 애증의 대상일 수밖에 없는, 가족이라는 이름이 만들어온 깊고 복잡한 시간들을. 담담한 인상의 영화 안에 남겨진 여백들은 관객 각자의 사유로 한층 풍성하게 채워진다. 기대하지 못한 상황에서 튀어나오는 코미디의 감각 또한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든다.

13년의 공백

감독 사이토 타쿠미

출연 타카하시 잇세이, 마츠오카 마유, 릴리 프랭키, 사이토 타쿠미, 칸노 미스즈

개봉 2019.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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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정원
감독 원종식
(목소리) 출연 김연우, 신용우, 전태열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반짝반짝 빛나는 창작 애니메이션
★★★
한국 애니메이션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판타지 가족 애니메이션. 사고로 아빠를 잃고 엄마와 관계마저 서먹해진 사춘기 소녀가 어둠을 극복하는 이야기를 밝게 그렸다. 주인공 소녀를 능동적으로 표현했고 별정원사의 캐릭터 디자인, 악역으로 등장하는 우주 해적단 일원을 입체적으로 다루는 등 캐릭터가 두루 돋보인다. 실제 장소를 담은 시골 풍경과 다양한 빛깔과 상상력으로 채운 별세계 공간은 감흥에 깊이를 더한다. ‘좋아서 하는 밴드가 참여한 음악도 인상적이다. 판타지 모험극에 사투리나 시골 외갓집 같은 한국적 정서를 잘 녹여낸 연출이 빛난다

별의 정원

감독 원종식

출연 김연우, 신용우, 전태열, 배수빈, 김새해

개봉 2019.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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