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배우들의 영상을 유X브로 보다 보면 한 번쯤은 보게 되는 영상이 있다. 배우들이 무대에 나와 립싱크 배틀을 벌이는 것으로, 쓸데없이 고퀄리티(?)인 무대와 배우들의 충격적인 분장, 파격적인 매너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영상이다.
미국의 스파이크(Spike)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되고 있는 프로그램 ‘립싱크 배틀’은 래퍼 LL 쿨 J와 모델 크리시 타이겐이 진행하는 음악 예능이다. 할리우드 유명 배우 및 가수들이 출연해 립싱크 무대를 선보이는 것으로, 미국 시트콤 ‘오피스’의 연출가 스티븐 머천트, 오피스의 배우 존 크래신스키와 아내 에밀리 블런트가 파티를 위해 발명한 게임이라고. 스티븐이 미국의 토크쇼 '지미 팰런쇼'에 출연해 게임을 한 것이 시작이 되어 토크쇼의 코너가 되었으며, 이후 2015년 정식 프로그램이 되었다. 제작자로 참여하고 있는 존 크래신스키와 스티븐 머천트 덕분에 할리우드 유명 스타들이 대거 출연해 매 회마다 화제를 모았다. 주로 영화 속 장면이나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하는 것이 특징. 오늘은 립싱크 배틀에 출연한 배우들의 무대 중 레전드로 뽑히는 무대들을 모아보았다. 충격적일 수 있지만 가볍게 재미로 읽어주시길!
   


테리 크루즈

‘테리는 요거트를 좋아해’, ‘테리는~’. 다부진 근육질 몸에 어울리지 않는 3인칭 문장으로 미국 드라마 <브루클린 나인-나인>에서 신 스틸러 테리 제퍼즈 형사를 연기하고 있는 배우 테리 크루즈. 최근 <데드풀 2>에서 베들램 역으로 스쳐가듯 출연했으며, 국내에서 잘 알려진 코미디 무비 <화이트 칙스>에서 마커스에게 반해 대시하는 농구 선수 라트렐 스펜서 역을 맡아 큰 웃음을 주었다. 립싱크 배틀에 출연한 테리 크루즈는 <화이트 칙스>에서 불렀던 바네사 칼튼의 ‘어 싸우전 마일즈(A Thousand Miles)’를 립싱크 했는데, 체격과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가 싱크로율에 맞게 흘러나오는 것이 압권이다.

(좌) <화이트 칙스> (우) <데드풀 2>
<화이트 칙스>의 이 장면을 패러디했다
Lip Sync Battle - Terry Crews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

드웨인 존슨

‘세계 최고 흥행 배우’, ‘할리우드 최고 몸값 배우’. 프로 레슬러 ‘더 락’에서 이제는 드웨인 존슨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해진 그는 할리우드를 종횡무진하며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명성답게 그가 출연한 립싱크 배틀 영상 역시 조회수가 6천 만으로, 방송 영상들 중에서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1라운드에서 테일러 스위프트의 ‘쉐이크 잇 옵(Shake It Off)’을 부른 드웨인 존슨은 노래와 랩, 웃음소리 디테일까지 하나도 틀리지 않고 소화해내며 큰 환호를 받았다. 앙증맞게 어깨를 으쓱이고, 두 발로 콩콩 뛰는 것까지 포인트. 상대였던 지미 팰런에게 손가락 욕을 날리는 것도 까먹지 않았다.

Dwayne Johnson's "Shake It Off" vs Jimmy Fallon's "Jump In The Line" | Lip Sync Battle

<오션스 8>

앤 해서웨이

<레미제라블>, <오션스 8> 등 국내에도 잘 알려진 배우 앤 해서웨이. 그 역시 립싱크 배틀의 레전드로 유명하다. 앤 해서웨이는 절친한 친구 사이이자 립싱크 배틀의 창시자 에밀리 블런트와 출연했다. 가볍게 시작하는 1라운드에서는 에밀리의 기세에 눌린 것 같았으나 2라운드는 반전 그 자체.
그가 패러디 한 무대는 마일리 사이러스의 ‘래킹 볼(Wrecking Ball)’ 뮤직비디오였다. 친구의 충격적인 모습을 본 에밀리가 “오, 맨”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마자 앤 해서웨이가 바지를 뜯어버리고 래킹 볼의 후렴구가 울려 퍼지는 것이 첫 번째 포인트. 마일리가 뮤비 속에서 입었던 의상을 그대로 입고 망치를 핥는 파격적인 퍼포먼스까지 선보였다. 곧바로 두 번째 래킹 볼 후렴구가 울려 퍼지면서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거대한 볼에 올라타는 것이 마지막 포인트다. 이 날 우승 벨트는 당연하게도 앤 해서웨이의 차지였다.  

(좌) 마일리 사이러스 '래킹볼' 뮤비 (우) 앤 해서웨이 립싱크 배틀
해맑게 웃으며 에밀리 블런트에게 욕을 날리는 앤(..)
Lip Sync Battle | Anne Hathaway Wrecking Ball

<스텝 업>

채닝 테이텀 VS 제나 드완

본격적으로 무대도 레전드지만 대결도 전설로 남은 3 팀을 소개하고자 한다. 가장 먼저 채닝 테이텀과 전 부인 제나 드완의 배틀이다. 방영 당시 부부였던 두 사람은 댄스 영화 <스텝 업>으로 인연을 맺어 결혼에 성공한 커플이었다. 춤에 일가견 있는 두 사람이기에 방영 전부터 화제였다고. 보통 1라운드에서는 가볍게 시작하기 마련인데 두 사람은 시작부터 무대를 뒤집어 놓았다. 제나 드완이 폴라 압둘의 ‘콜드
허티드(Cold Hearted)’에 맞춰 무대를 선보였으나, 채닝 테이텀은 <겨울왕국>의 엘사 분장(..)을 하고 등장했다. 이디나 멘젤이 부른 <겨울왕국>의 주제곡, ‘렛 잇 고(Let It Go)’를 립싱크하는 채닝 테이텀에게 제나 드완은 밀릴 수밖에.

(좌) <매직 마이크 XXL> (우) 제나 드완 립싱크 배틀
상당히 부끄러워하는 채닝 테이텀.

2라운드는 더욱 가관이었다. 1라운드에서 밀린 제나 드완이 제대로 이를 갈고 준비한 무대는 지누와인의 ‘포니(Pony)'로, 채닝 테이텀이 주연을 맡은 <매직 마이크 XXL>의 OST였다. 영화 초반에 포니에 맞춰 선보이는 댄스 장면을 그대로 패러디 했으며, 중간엔 채닝을 무대 한가운데로 데리고 와 높은 수위의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이에 부끄러워 어쩔 줄 모르는 채닝 테이텀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그렇게 어느 정도 기세가 다시 제나 드완에게로 기울어진 듯했으나..  

이에 맞서 채닝 테이텀이 선곡한 곡은 비욘세의 ‘런 더 월드(Run The World)'였다. 거기에 비욘세 분장까지 하고 섹시 댄스를 선보이며 제나 드완과 관객을 충격에 빠트렸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중간엔 비욘세가 깜짝 등장하기까지 한다. 끝판왕이나 다름없는 이 무대는 채닝 테이텀에게 완승을 안겨주었으며, 해당 영상은 현재 2600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레전드 무대로 손꼽힌다.

Lip Sync Battle - Channing Tatum I
Lip Sync Battle - Channing Tatum II
Lip Sync Battle - Jenna Dewan-Tatum I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톰 홀랜드 VS 젠데이아 콜먼

또 다른 레전드 배틀은 <스파이더맨>의 주역, 톰 홀랜드와 젠데이아의 대결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톰 홀랜드의 레전드 무대이기도 하다. <스파이더맨: 홈커밍> 홍보차 출연한 두 배우. 1라운드에서는 그렇다 할 것 없이 무난한 무대를 선보였지만, 2라운드는 달랐다. 먼저 젠데이아가 브루노 마스의 ‘24K 매직(24K Magic)’에 맞춰 립싱크를 선보였다.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화려한 세트와 모자, 의상까지 완벽하게 패러디하며 흥겨운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무대를 통해 댄서이자 가수로도 활동한 바 있는 젠데이아의 수준급의 춤 실력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젠데이아의 무대는 얼마 안가 묻히고 만다. 뒤이어 시작된 톰 홀랜드의 무대가 지금까지도 ‘전설 아닌 레전드’로 회자되는 무대였기 때문. 톰 홀랜드는 처음에 수트를 차려입고 <사랑은 비를 타고>(1962)의 대표곡 ‘싱잉 인 더 레인(Singing In The Rain)’에 맞춰 귀여운 안무를 선보였다. 그러나 얼마 안가 곡이 뒤바뀌고, 모습을 감췄던 톰은 리한나의 ‘엄브렐러(Umbrella)’ 곡에 맞춰 여장을 하고 등장했다. 거의 헐벗은 의상에 ‘빌리 엘리어트’ 출신 다운 춤 실력으로 '애플잭' 등 고난이도 기술을 선보이며 무대를 장악하는데 성공했다. 빗속에서의 덤블링으로 마무리한 톰 홀랜드는 해당 회의 최종 우승 벨트를 거머쥘 수 있었다.

춤을 추는 톰을 보고 충격에 빠진 젠데이아
우승은 톰 홀랜드에게로
Lip Sync Battle - Zendaya
Tom Holland Performs Rihanna's "Umbrella" | Lip Sync Battle

클락 그레그 VS 해일리 앳웰

마지막 립싱크 배틀의 레전드 대결. ‘이 배우들까지 나왔다고?’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클락 그레그와 헤일리 앳웰의 무대다. 이름으로 말해 누군지 모르겠다고? 캐릭터로 말하자면 콜슨 요원과 페기 카터의 대결이다. 짧은 출연이지만 MCU에서 인상 깊은 존재감을 남겼던 두 배우는 립싱크 대결에서도 그 빛을 발했다. 헤일리 앳웰이 먼저 선택한 곡은 레이디 가가의 ‘배드 로맨스(Bad Romance)로, 뮤직비디오에서 레이디 가가가 입고 나왔던 기괴한 의상을 검정색으로 입고 나와 춤을 췄다. 해당 영상에 네티즌들은 “스티브(캡틴)의 죽음 이후 페기가 변했다"라는 댓글을 다는 등의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질 수 없다는 듯 클락 그레그가 준비한 무대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
톡식(Toxic)'. 뮤직비디오에서 입었던 의상과 춤들을 그대로 패러디해 충격을 주었다. 클락 그레그를 어벤져스를 향한 굳건한 믿음과 닉 퓨리를 향한 우직함을 보여줬던 콜슨 요원으로 기억하고 싶다면 이 영상은 흐린 눈으로 지나가시길. 이 무대 덕분에 클락 그레그는 헤일리를 이기고 우승할 수 있었다.

요원님들 여기서 이러시면..
Lip Sync Battle - Clark Gregg
Lip Sync Battle - Hayley Atwell

씨네플레이 문선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