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넷> 공식 예고편
테넷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로버트 패틴슨, 엘리자베스 데비키, 애런 존슨, 존 데이비드 워싱턴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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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테넷>의 공식 예고편이 공개됐다. 국내에 많은 팬을 거느린 놀란 감독의 신작에 대해 그간 알려진 바는 많지 않다. 예고편 영상과 다섯 가지 키워드를 통해 <테넷>이 어떤 영화가 될지 가늠해보자. <테넷>은 7월 17일 미국 개봉 예정이다.


키워드 1│사후 세계
“사후 세계(Afterlife)에 잘 왔네.” 예고편 영상에서 의문스러운 캐릭터가 주인공을 향해 이런 대사를 건넨다. 우리가 본 <테넷>의 주인공인듯한 흑인 캐릭터, 덴젤 위싱턴의 아들인 존 데이비드 워싱턴이 연기한 캐릭터는 정말 죽은 걸까. 아마도 아닌 것 같다. 그 앞에 나온 대사를 들어보면 “동료를 버리기보단 죽음을 택했으니 (…) 자네가 통과한 그 시험을 모두가 통과하진 못해”라는 말이 있다. 추측하자면 <테넷>의 주인공 캐릭터는 어떤 테스트를 통과하고 비밀 조직에 합류하게 된 듯하다. 영화에서 봐온 대개의 비밀 조직이 그렇겠지만 비밀 요원은 이전의 삶의 기록을 지운다. 그러니 새로 합류한 조직을 일종의 사후 세계라고 부를 수 있겠다. 반대로 정말 주인공이 죽은 것으로 추측해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테넷>은 일종의 가상현실 프로그램에서 진행되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제이크 질렌할이 출연한 <소스 코드>라는 영화가 연상되기도 한다.


키워드 2 세계 3차대전
<테넷>의 예고편에는 세계 3차대전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세계 3차대전과 이어지는 대사는 “핵재앙?”이라는 물음이다. 이에 대한 대답은 “아니, 더 끔찍한 일”이다. 자, 이제 대략의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테넷>은 테스트를 통과하고 비밀 조직에 합류한 주인공이 세계 3차대전을 막는 임무를 수행하는 이야기다. 만약 이 시놉시스가 맞다고 가정하면 특별해 보일 게 없어 보인다. <미션 임파서블> 프랜차이즈와 비슷한 분위기의 영화라고 봐도 될까?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우리가 아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참고로 IMDb의 로케이션 정보에 따르면 <테넷>은 에스토니아, 이탈리아, 영국, 미국, 덴마크, 인도, 노르웨이 등 7개국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또한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가 상영되는 일부 아이맥스관에서 공개된 6분가량의 <테넷>의 프롤로그 영상은 러시아 심포니 홀이 테러리스트에게 공격받는 장면이라고 한다.


<테넷> 포스터 원본(왼쪽)과 180도 회전시킨 포스터.

키워드 3 테넷
핵재앙보다 더 끔찍한 일은 뭘까. “사후 세계에 잘 왔다”고 말했던 마틴 도노반이 연기한 캐릭터가 다시 예고편에 등장한다. 그는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테넷’이라는 말을 주인공에게 건넨다. 이 단어가 바른길 혹은 잘못된 길을 열 수 있다고 말한다. 바른길이라는 대사는 마이클 케인과 잘못된 길이라는 대사는 케네스 브래너와 함께 나온다. 테넷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우선 사전을 찾아보자. 주의(主義), 교리(敎理)라는 뜻이라고 한다. 흐음…. 놀란 감독이 이런 의미로 이 단어를 제목을 정했을지 알 수 없다. 사실 제목의 숨은 뜻은 이미 살짝 공개돼 있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포스트에 나와 있는 내용에 따르면 TEN+(뒤집힌)TEN의 조합이라고 한다. 핵심은 앞으로 읽어도 테넷, 뒤로 읽어도 테넷이 된다는 거다. 즉, 테넷은 회문(回文, palindrome)이다. 게다가 포스터에는 마지막 T가 거꾸로 돼 있기 때문에 상하반전(180도 회전)을 해도 그전과 완벽하게 똑같이 제목을 테넷이라고 읽을 수 있다. 이때 주인공 캐릭터는 앞모습과 뒷모습의 위치가 바뀐다. 또 가운데 N을 시작으로 바깥으로 제목을 읽으면 NET+NET이 된다. 참고로 <테넷>의 가제는 <메리 고 라운드>였다. 메리 고 라운드는 회전목마를 뜻한다.


키워드 4 시간
<테넷>에 출연한 로버트 패틴슨은 ‘USA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테넷>의 시나리오가 “비현실적”(unreal)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그는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의 문이 잠긴 방에서 <테넷>의 시나리오를 딱 한 번 읽었다”고 한다. 패틴슨의 말처럼 <테넷> 예고편에는 “세상을 새롭게 봐야 해” “이해하려 들지 마, 느껴”라는 대사들이 등장한다. 이와 함께 예고편의 막바지에는 거꾸로 흘러가는 시간을 담은 영상을 볼 수 있다. 전복되면서 크게 파손된 자동차가 시간을 거스르며 다시 멀쩡하게 변한다. 이때 (한스 짐머가 아닌) 루드비히 고란손의 음악(혹은 효과음)이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아마도 이 음악 또한 어떤 사운드 소스를 증폭시키고 되감기 한 것일지도 모른다. <인셉션>에서 경험한 것에 따르면 말이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주인공 캐릭터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예견한다. 예고편의 마지막엔 ‘시간이 없다’라는 카피가 등장한다. 여기서 추측해볼 수 있는 것은 시간의 제약이다. <테넷>에서 주인공이 시간을 제어하거나, 다른 시간대에 있거나, 가상 세계에 들어가거나, 뭐가 됐든 비현실의 시간은 제한이 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10분 혹은 10시간?


<테넷> 예고편의 한 장면. 두 캐릭터가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배치돼 있다. 각 캐릭터에 한 번씩 포커싱이 이뤄진다.

키워드 5 맥거핀
4개의 키워드를 정리해보자. <테넷>은 시간에 대한 영화다. 놀란 감독의 팬이라면 누구나 <메멘토>라는 영화를 떠올릴 수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 비주얼과 음악은 <인셉션>을 닮았다. <테넷>을 <메멘토>+<인셉션>이라고 말해도 좋겠다. 예고편만 보면 충분히 그런 예상이 가능하다. 주인공은 현실에서 혹은 네트워크가 연결된 가상 세계 속에서 초능력자처럼 시간을 제어하면서 세계 3차대전의 위기를 해결한다. 영화 속 시간대는 현실과 뒤섞일 것이다. 이를 예고편 속 로버트 패틴슨 캐릭터를 통해 추측하는 것도 가능하다. 패틴슨의 캐릭터는 예고편에서 단독으로 등장하지 않았다. 항상 존 데이비드 워싱턴 캐릭터와 함께 등장했고 나란히 밧줄을 타고 건물을 오르거나, 나란히 운전석과 조수석에 타고 있거나,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걷고 있다. 둘은 거의 대칭(데칼코마니)의 위치에 있다. 두 사람이 직접 대화하는 장면이 있었던가. 과연 두 사람은 같은 공간과 시간대에 있었던 걸까. 둘은 단순한 파트너가 아닐지도 모른다. 관객은 놀란 감독이 펼쳐놓은 여러 겹의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미 예고편만으로도 머릿속이 복잡해졌으니 말이다. <인셉션>의 캐릭터들처럼 ‘토템’을 갖고 있어야 할 판이다. 어쩌면 예고편 전체가 일종의 맥거핀일 가능성도 있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