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 촬영 현장.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왼쪽)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수많은 영화팬들에게 ‘인생영화’로 뽑히는 <인셉션>이 개봉 10주년을 맞아 재개봉한다. ‘영.알.못’ 아니, 영화를 잘 모르는 이도 한 번쯤은 <인셉션>을 연출한 이 감독의 작품을 보았을 것. <메멘토>를 시작으로 <덩케르크>까지, 매 영화마다 대중과 평단의 찬사를 받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소한 사실들을 모았다. 

인셉션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와타나베 켄, 조셉 고든 레빗, 마리옹 꼬띠아르, 엘렌 페이지, 톰 하디

개봉 2010.07.21. / 2020.01.29.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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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크리스토퍼 놀란

1. 1970730, 크리스토퍼 놀란은 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광고 회사 임원 겸 카피라이터였던 브렌던 제임스 놀란이었고, 어머니 크리스티나는 승무원이었다(후에 어머니는 영어 교사가 됐다). 승무원이었던 어머니로 인해 크리스토퍼 놀란은 어린 시절부터 영국 런던과 미국 일리노이주 에번스톤을 오가며 생활했다고. 이덕에 영국과 미국의 시민권을 모두 가지고 있다.
 
2. 영화를 처음 찍기 시작한 건 7때부터였다. 아버지 소장품이었던 슈퍼-8 카메라로 단편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동생 조나단 놀란과 함께 밀가루, 계란 상자, 화장대로 세트를 제작했고, 액션 피규어를 활용했다. 완성된 영화에는 <스타워즈>가 연상되는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도 포함되어 있었다. 또 당시 NASA에서 근무하던 삼촌이 보내준 로켓 발사 장면 필름을 스크린에 상영하고 그 이미지를 촬영해 영화에 넣었다고 한다.


<도둑질>(1996) 스틸컷

3. 11살 때 본격적으로 영화감독을 꿈꾸기 시작한 놀란은 친구 애드리언, 로코 벨릭과 함께 영화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19살 때 8mm 초현실주의 단편영화인 <타란텔라>(1989), 후에 <도둑질>(1996)을 연출했다. <타란텔라>의 경우 로코 벨릭과 공동 감독한 것으로, BBC에서 방영됐으며 <도둑질>은 케임브리지영화제에서 상영됐다.

<미행>(1998)

4. 런던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크리스토퍼 놀란은 교내 영화 동아리 활동 당시 16mm의 영화를 찍었는데, 주말에 모여 촬영하는 게릴라 방식으로 영화를 제작했다. 이 촬영 방식은 훗날 크리스토퍼 놀란의 장편 데뷔작 <미행>(1998)에서도 사용됐으며, 제작비를 6000달러로 절감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엠마 토마스(왼쪽)와 크리스토퍼 놀란 부부.

5. 19세에 그는 영화 동아리 활동 중 한 여성을 만나게 된다. 이름은 엠마 토마스다. 두 사람은 영문학 전공자이자 영화광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두 사람은 고전영화 상영회를 주선, 영화 상영 티켓을 팔아 놀란의 첫 장편영화 <미행> 제작비를 마련하기도 했다. 연인 관계로 발전한 둘은 1997, 결혼에 골인해 현재 4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엠마 토마스는 크리스토퍼 놀란과 제작사 신카피(Syncopy)를 설립했으며, 주요 작품 제작에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다.


<메멘토> 촬영 현장. 크리스토퍼 놀란(왼쪽) 감독과 가이 피어스.

6. 1999년 홍콩영화제에서 그는 영화 <미행>을 상영한 후 관객들에게 차기작 기부를 요청했다. 기부를 통해 모아진 자금으로 <메멘토>를 제작할 수 있었다고. 이쯤되면 제작비 마련의 달인.


크리스토퍼 놀란(왼쪽)과 조나단 놀란

7. <미행>으로 국제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크리스토퍼 놀란은 차기작 <메멘토>로 스타 감독 반열에 올랐다. <메멘토>의 각본은 크리스토퍼 놀란이 집필했으나, 동생인 조나단 놀란의 단편 소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조나단 놀란은 <프레스티지>, <인터스텔라>, TV시리즈 <웨스트월드> 각본을 집필하며 현재 할리우드에서 각본가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왼쪽부터) 조나단 놀란, 크리스토퍼 놀란, 매튜 놀란

8. 영화계에서 협업하고 있는 동생 조나단과는 달리, 놀란 형제의 첫째 매튜 놀란은 살인범(…)이다. 2005년 미국 회계사 로버트 코헨을 납치하고 고문, 살인한 혐의로 코스타리카에서 체포돼어 투옥됐다가 풀려났다. 코스타리카의 송환 요청은 법적 기준에 맞지 않으며 살인 혐의에 대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 이유로 거절됐으며 결국 코스타리카 당국은 요청을 포기, 매튜는 2010년 풀려나게 됐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

9. SF 장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스타워즈> 시리즈 덕분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외에도 세계관을 구축하는 데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 <블레이드 러너>(1982), <차이나타운>(1974), <힛처>(1986>,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 등이 있다스탠리 큐브릭, 리들리 스콧, 테런스 맬릭 감독 등의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10. 라디오 헤드의 엄청난 팬이다. <메멘토> 엔딩 크레딧에 라디오헤드의 파라노이드 안드로이드’(Paranoid Android)를 삽입하려 했으나 900만 달러의 저작권을 감당하지 못해 포기한 일화도 있다. 그게 한이 됐는지, <프레스티지>(2006) 엔딩 곡에 톰 요크의 애널라이즈’(Analyse) 사용하며 소원을 이뤘다.
 
11. 빨간색과 초록색을 인지하지 못하는 색맹이다.


(왼쪽부터) <덩케르크> 킬리언 머피, <다크 나이트> 마이클 케인

12. 배우 킬리언 머피와 마이클 케인이 대표적인 페르소나 배우로 뽑힌다. 이클 케인과는 <프레스티지>,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 <인셉션>, <인터스텔라>, <덩케르크>(목소리 출연) 개봉 예정인 <테넷>까지8편의 작품을 함께 했으며 킬리언 머피 역시 5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 촬영 현장

13. <다크 나이트>(2008)로 아이맥스 카메라를 상업 영화에 첫 도입했으며, 오프닝을 포함해 총 2716초에 달하는 6개의 시퀀스를 아이맥스 필름 화면비로 선보였다. 현재까지도 아이맥스 카메라를 활용해 촬영하는 대표적인 감독이다. 개봉 예정인 <테넷> 역시 70mm 아이맥스 필름으로 촬영됐다.

<덩케르크> 촬영 현장

14. 놀란 손에만 오면 아이맥스 카메라는 수난시대(…)를 겪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크 나이트> 촬영을 위해 아이맥스 카메라 4대를 대여했는데, 그중 두 개를 지미집으로도 사용 가능하게 개조했다고. 그런데 추격신을 촬영하는 도중 100kg이 넘는 아이맥스 카메라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지미집과 함께 아이맥스 카메라 한 대가 부서져 버렸다.

이게 끝이 아니다. <덩케르크> 촬영 때는 카메라가 바다에 빠져버리는 사고가 발생하기까지 했다. 촬영감독 호이티 반 호이테마의 말에 따르면, 사고는 공중전투신을 촬영할 때 일어났다. 전투기가 바다에 충돌했을 때도 충격을 견뎌서 바닷물에 카메라가 들어가지 않도록 고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충돌로 생긴 여파로 인해 카메라를 고정시킨 고정대가 빠지게 되면서 카메라가 바닷속으로 가라앉게 됐다. 결국 잠수부들이 투입되어 수색한 끝에 분실된 카메라를 찾을 수 있었다고. 다행히 필름으로 촬영했던지라 해당 장면이 유실되지 않고 복구가 가능했다.


(왼쪽부터)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액션, 잭 스나이더의 배트맨 액션

15. 현실주의적인 영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CG 사용을 최소화해 작품을 찍는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다크 나이트>에서 대형 트럭을 뒤집는 장면과 병원을 폭파시키는 장면이 대표적. <인터스텔라>에선 옥수수 밭 촬영을 위해 실제로 옥수수 밭을 매입해 1년간 기르기도 했다. <덩케르크> 전투기 시퀀스도 마찬가지다.

다만, CG 사용이 드물다 보니 액션을 구현하는 데 있어서 현저히 한계가 있는 편이다. 특히 1 대 1의 격투신에서 그 차이를 찾아볼 수 있다. CG를 활용해 속도감과 타격감을 살린 타 액션영화들과는 달리 느리고, 극의 몰입감을 깰 정도의 현실적인 액션을 선보여 일각에서는 비판을 받기도.


16.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잡은 영화로 매 작품마다 찬사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와는 인연이 없는 편에 속한다. 2002 <메멘토>로 각본상에, 2011 <인셉션>으로 작품상과 각본상, 2018 <덩케르크> 통해 작품상, 감독상에 노미네이트된 것이 전부다.

17. ‘할리우드 리포터’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메일과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는 단지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라며, “이메일은 내가 하고 있는 어떤 일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휴대폰도 마찬가지다. 나는 항상 일을 하고 있고 내 주위에는 누군가가 있기 때문에 필요하면 내 어깨를 두드리고 전화기를 건네줄 수 있다. 나는 사실 스마트폰이 없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생각할 시간을 주기 때문이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크리스토퍼 놀란은 영화 세트장에서 배우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감독 가운데 한 명이다. 쿠엔틴 타란티노 역시 그렇다.


씨네플레이 문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