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해리가 된 해롤드
★★☆
친구인 회사 보스는 개 취급하고, 아내는 그 친구와 바람이 났으며, 멕시코 출장 길에선 웬일인지 온통 그를 찾는 사람들뿐이다. 불쌍한 남자 해롤드가 겪는 좌충우돌과 악전고투 이야기인 <그링고>는 할리우드 범죄 장르 영화의 수많은 클리셰를 아슬아슬하게 엮어낸 장르 영화다. 거짓 납치극이라는 면에서 <파고>를 연상시키지만, 엔딩에 가면 ‘해리가 된 해롤드’의 <쇼생크 탈출> 같은 느낌도 주는 영화. 여러 개의 스토리라인을 동시에 진행시키다 보니 이야기의 속도감이 다소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지만 데이빗 오예로워를 비롯해 샤를리즈 테론, 조엘 에저튼, 아만다 사이프리드, 탠디 뉴튼, 샬토 코플리 등 탄탄한 출연진을 보는 재미가 있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눈길을 끄는 캐스팅만으로는
★★☆
화려한 캐스팅이 이목을 끄는 <그링고>는 그로 인해 감점되는 것도 많은 영화다. 멋진 배우들이 포진한 만큼 캐릭터 저마다의 활약에 대한 기대가 따라붙는데, 그에 부합하는 사연을 그려내지 못한 탓에 ‘이 좋은 배우를 굳이....’란 의문이 따라붙는다. 그런 의문의 집중포화를 받을 대표적인 배우는 서니 역할의 아만다 사이프리드다. 이 정도면 재능 낭비 아닌가. 여러 인물을 한 사건에 잘 꿰어놓기는 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배우들의 재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해 김이 새고, 극을 진전시키는 아이디어의 참신함이 부족하다 보니 사건이 연신 터지는데도 불구하고 포만감이 크게 일지 않는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호화 캐스팅이 무색
★★☆
착하고 바르게 살아온 남자에게 닥친 인생 최대 위기를 그린 블랙 코미디. 우정과 사랑에 배신당하고 멕시코 범죄 집단에 쫓기는 신세가 된 주인공의 엎친 데 덮친 격 해프닝을 다루는데 닮은꼴 범죄 코미디 영화들을 따라 하는 모양새다. 캐릭터 배치와 배경 설정은 전형적이다 못해 낡아 보일 정도로 편협하고, 얽히고설킨 관계를 풀어내는 연출의 묘가 턱없이 부족하다. 영화에 얼굴을 내민 여러 명의 유명 배우 중에서 샤를리즈 테론, 조엘 에저튼, 샬토 코플리 정도가 존재감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