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재즈 1세대 드러머 최세진이 세상을 떠났다. ‘한국 재즈 드럼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닌 그는 1947년 ‘눈물 젖은 두만강’으로 유명한 가수 김정구에게 발탁되며 프로 드러머 활동을 시작했다. 겨우 중3의 나이였다. 그 뒤 60년 동안 그는 재즈에 천착하며 2007년엔 자신의 이름을 건 첫 독집 <Back To The Future>를 발매하기도 했다. 앨범에는 최세진의 드럼이 이끄는 스윙이 가득했다.

클라리넷 연주자 이동기.

지난 427일 클라리넷 연주자 이동기가 별세했다. 재즈 1세대로 활동해오며 무대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올라 클라리넷을 불던 그였다. 몇 해 전부터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식이 들려왔었다. 이동기와 함께 오랫동안 재즈 클럽 야누스에서 활동해온 피아니스트 임인건은 더 이상 늦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앨범<야누스, 그 기억의 현재>(2016)를 만들었다. 선배이자 좋은 선생님들이었던 재즈 1세대들이 이처럼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들으며 추억을 되살리고 기록을 남기기 위해 그들과 협연해 만든 앨범이었다. 앨범에는 이동기의 클라리넷 연주뿐 아니라 담담한 목소리로 노래해 더 큰 감동을 주는 하도리 가는 길’이 담겨 있다.
 
“2007년 홍덕표 선생이 세상을 떠났다. 이듬해 여름 드러머 최세진 선생이 세상을 떠났고, 얼마 전 트럼페터 강대관 선생의 은퇴 무대가 있었다.”

<브라보! 재즈 라이프> 예고편

영화 <브라보 재즈 라이프>(2010)의 제작 배경도 <야누스, 그 기억의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재즈평론가이자 만화가인 남무성 감독이 한국에서 처음 재즈를 연주하던 이들이 하나둘 사라져져가는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다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다. “그들의 존재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게 영화의 목적이고 목표였다. 그러기 위해 남무성 감독은 몇 개월 동안 당시 생존해있던 1세대 재즈 연주인들을 만나고 그들의 모습을 담았다. 그 동안에도 재즈 1세대들은 계속해서 연주하고 있었다.
 
은퇴 공연을 하고 고향인 경북 봉화로 내려가 있는 트럼펫 연주자 강대관을 만나기 위해 동료들이 길을 떠나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강대관(트럼펫), 김수열(테너 색소폰), 최선배(트럼펫), 신관웅(피아노), 연주 경력만 합쳐 200년이 될 이 거장들이 탁주 한 사발을 앞에 두고 연주를 선보인다. 그들의 관심은 여전히 음악이고 무대고 연주였다.

이밖에도 재즈 이론가 이판근, 타악기 연주자 류복성, 클라리넷 연주자 이동기, 재즈 보컬리스트 김준, 프리재즈 연주자 강태환, 재즈 보컬리스트 박성연, 재즈 드러머 조상국 등의 모습과 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전문 영화 연출가가 만든 게 아니어서 어색한 부분도 있고 흐름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지만, 영화의 의미와 함께 영화 사이로 흘러나오는 재즈 곡들. 그리고 ‘재즈인’들이 하는 멋있는 말들로 영화의 격은 더 높아진다.

“나는 나팔쟁이니까 음악을 잘할 때 내가 사람이 되는구나”라고 말하는 이동기, “외롭고 괴로울 때면 난 이렇게 생각했어요. 그래, 난 블루스를 더 잘 부를 수 있게 될 거야”라고 말하는 박성연의 독백은 특히 인상적이다. 이들의 합동 공연과 뜨거운 열기, 그리고 아쉬움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끝난다. “그들이 주축이 되는 무대는 작은 무대든 큰 무대든 그 자체로서 역사”라는 재즈비평가 김현준의 말처럼 재즈 1세대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 <브라보 재즈 라이프>는 그렇게 또 하나의 역사가 됐다.

<브라보 재즈 라이프>는 사운드트랙도 만들어졌다. 두 장의 디스크로 이루어진 앨범의 첫 장은 젊은 음악가들이 주축이 됐고, 두 번째 장에는 1세대 연주자들의 음악이 담겨 있다. 한국 재즈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도 이 사운드트랙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앞서 언급한 임인건의 <야누스, 그 기억의 현재>에서도 1세대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박성연이 부른 발라드 ‘바람이 부네요’와 이동기가 부른 ‘하도리 가는 길’에는 인생을 살아온 이가 들려줄 수 있는 깊은 울림이 담겨 있다. 두 곡 모두 아름답게 나이 들어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노래들이다.
 
또 ‘이판근과 코리안째즈퀸텟’1978년 발표한 앨범 <JAZZ: 째즈로 들어본 우리 민요, 가요, 팝송!>맹원식과 그의 째즈 오케스트라1970년대 초중반 녹음한 <성불사의 밤>의 음악들이 복각됐다. 이동기, 최선배 등의 젊은 시절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귀한 음반들이다. 이동기의 클라리넷 연주와 그가 부른 하도리 가는 길을 반복해 들으며 그의 명복을 빈다.

임인건, 이동기, 김수열 - 하도리 가는 길 [20140222 Cafe Hado]
브라보! 재즈 라이프

감독 남무성

출연 강대관, 이판근, 조상국, 류복성, 김수열, 이동기, 김준, 박성연, 최선배, 강태환, 신관웅

개봉 2010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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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