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됐든 최고가 되라는 말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어떤 부분에서든 최고가 가장 잘 기억되니까. 그리고 그건 '망작' 부문에서도 동일하다. 애매하게 망한 작품은 잠시 반짝할 뿐이고, "아빠 일어나"나 "박스 치워" 같은 명대사를 남긴 작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진한(?) 여운을 남긴다. 그래서 이번 포스트에서 만날 영화들은 당대 최고의 망작 소리를 들었으나 밈이 되지 못해 지금은 묻히고만 작품들이다. 혹시 이 영화들을 다 본 구독자가 있다면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 기자도 절반은 봤다.
배틀필드 네이버 5점·IMDb 2.5점·로튼 토마토 3%
이렇게 잊힌 작품 중 가장 유망한(?) 영화는 <배틀필드>. 인류가 외계 종족의 노예가 된 미래상을 배경으로 인류의 반란을 그린 블록버스터 영화다. 존 트라볼타가 외계 종족 아시클로의 사령관 테를 역을 맡았는데, 하마터면 <펄프 픽션>과 <페이스 오프>로 다시 맞이한 전성기를 바로 종료할 뻔했다. 당시 존 트라볼타가 사이언톨로지에 심취해 각본에 손대 영화가 엉망진창이 됐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영화의 완성도는 둘째치고 디자인부터 하도 충격적이라 다들 제목보다 '그 코뚜레한 외계인 나오는 영화' 정도로 기억하고 있다.
엔드 오브 데이즈 네이버 6.8점·IMDb 6점·로튼 토마토 11%
80년대부터 90년대 초까지 온 세계를 호령하던 액션스타 아놀드 슈왈제네거조차 90년대 말부터 200년대 초는 거의 재기 불가능의 연속처럼 보였다. <솔드 아웃>처럼 의외의 장르로 흥행한 작품도 있으나 <이레이저>, <6번째 날>, <콜래트럴 데미지>, 배트맨 역사에도 전설이 된 <배트맨과 로빈> 등은 혹평의 연속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호불호가 갈린 작품은 <엔드 오브 데이즈>. 1999년 종말론을 소재로 악마와 맞붙는 전직 형사 케인의 사투를 그린 이 영화는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장단점이 명백히 드러났다. 아놀드가 지적인 캐릭터를 맡아 영화를 끌고 가기엔 설득력이 부족했던 것. 덕분에 그 시기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출연작 중 가장 독특한 영화였으나… 영화 분위기가 괜찮았는데 세기말 이후 종말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도 사라졌다.
다크 타이드 IMDb 4.3점·로튼 토마토 0%
할리 베리의 망작 하면 떠오르는 것. <캣우먼>? 이런 영화가 망했어도 성공한 영화다. 사실 할리 베리의 진짜 망작은 <다크 타이트>다. 이 영화는 한국에 개봉하지도 못했다. 남자친구를 상어에게 잃은 후 트라우마로 바다에 가지 못했던 상어 전문가 케이트는 거금을 받기 위해 백만장자들과 함께 샤크 앨리로 떠난다. <죠스>와 범죄 영화의 개요를 섞은 듯한 스토리에서 <블루 크러쉬>, <블루 스톰>을 만든 존 스톡웰의 집념이 느껴질 정도. 관객들 또한 케이트의 캐릭터에 공감할 수 없고, 영화 스토리의 아귀가 맞지 않는다는 혹평을 했다. 특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제작비를 지원받아 일견 홍보영화처럼 보일 정도라고. 이런 이유로 로튼토마토에서 0%를 달성하고도 인지도는 <캣우먼>에 비비지도 못할 정도다.
쿨 월드 IMDb 4.9점·로튼 토마토 4%
혁신적인 작품을 잘만 따라가면, 아류작 소리는 들어도 오래 회자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것도 일정 수준은 돼야 가능한 얘기. <누가 로져 래빗을 모함했나>처럼 애니메이션과 실사를 결합한 <쿨 월드>는 킴 베이싱어라는 희대의 스타와 브래드 피트라는 꽃미남의 출연에도 지금은 거의 거론되지 않고 있다. 전술한 영화처럼 팝컬처와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려는 노력은 가상했지만, 작품 제작 도중 사공이 너무 많아 시나리오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면서 디자인은 성인용인데 스토리와 장면은 유치해서 혹평을 받았다. 그나마 킴 베이싱어가 활동하던 시절엔 그를 만화화한 캐릭터 홀리를 보려는 사람들에게 소문이 나있었으나 그의 작품 활동이 잦아들면서 지금은 아는 사람이 확 줄었다. 브래드 피트의 신인시절로 소문날 법한데, 이것 또한 더 짧게 나온 <트루 로맨스>에 밀리고 있다.
스카이라인 네이버 6.2점·IMDb 4.4점·로튼 토마토 15%
지금이야 영화 정보를 미리 찾아보고 영화관에 가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예전만 해도 '무슨 무슨 제작진'이란 문구 하나에 속아 이상한 영화를 접하는 경우도 꽤 있었다. <스카이라인>도 그중 하나였는데, <아바타>와 <2012>를 파는 심보에 극장 문을 들어갔던 관객들은 대부분 속았다는 마음으로 엔딩크레딧을 맞이해야 했다. 할리우드 기준 저예산 영화라서 애초에 두 영화와는 급이 달랐으니까. 국내외로 혹평이 어마어마했는데, 그 혹평 때문에 기대(?)하고 봤다가 은근히 취향에 잘 맞았다는 후기도 있었다. 7년 후 속편이 제작되고, 프랭크 그릴로와 보자나 노바코빅에 이코 우웨이스까지 출연하는 의외의 캐스팅을 선보인 덕에 컬트 시리즈로 자리 잡게 됐다.
라스트 갓파더 네이버 6.24점 ·IMDb 3.6점·로튼 토마토 29%(관객)
한국 영화도 하나쯤은 넣어야겠다. <라스트 갓파더>는 영원한 영구 심형래가 할리우드에서 제작한 영구 영화다. 마피아가 된 영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는데, 하비 케이틀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원래는 CG로 말론 브란도를 재현하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당연히) 초상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마피아 영화의 대표 얼굴 하비 케이틀을 캐스팅한 것. 심형래의 주특기인 슬랩스틱 코미디, 바보 연기를 장착했지만 결국 중요한 영화적 완성도는 바닥을 쳐서 국내에서조차 혹평과 흥행 실패라는 쓴맛을 봤다. 이 정도 되면 전설이 될 법한 망작이지만 심형래 감독의 전작 <디 워>와 이듬해 등장한 <제7광구>의 힘이 너무 강한지 지금은 완전히 묻힌 모양새.
엑스 대 세버 3.5·IMDb 3.7·로튼 토마토 0%
2000년대 초엔 대결 구도로 시작해 협동하는 식의 영화가 은근히 많았는데, <엑스 대 세버>도 전 FBI 요원과 전 DIA 요원이 싸우다가 협력하게 되는 내용의 영화다. 조각미남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미녀 삼총사>가 주가가 오른 루시 리우가 출연하니 기대를 많이 모았는데, 웬만한 관객들이 '보지 마'라고 요약할 정도로 형편없었다. 특수 요원을 내세운 영화치고 액션이 허술하며 두 주인공이 쌓아가는 긴장감이나 카타르시스도 전무해 그야말로 남는 게 없는 작품이었다. 소재라도 독특했다거나 액션이라도 끝내줬으면 은근히 회자됐을 법한 구성인데, 좋은 구석 하나 없고 특이하지도 않게 그냥 구리기만 해서 어느새 잊힌 망작이 되고 말았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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