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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에게> 임대형 감독은 왜 오타루에서 김희애에게 코트를 입게 했을까

<윤희에게> 임대형 감독은 왜 오타루에서 김희애에게 코트를 입게 했을까

는 10대의 끝무렵, 여자들의 사랑을 인정받지 못했던 두 소녀가 20여년이 훌쩍 지나 재회하는 이야기다. 윤희 와 준 의 유예된 사랑과 상처는, 이제 윤희의 딸 새봄 의 성장과 함께 뜻밖의 복원 궤도에 오른다. 오타루의 설원과 담담한 편지 내레이션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영화는 한국과 일본을 잇는 중년 여성의 퀴어 멜로드라마이자 일상의 근심을 덜어내는 아스라한 겨울 여행기로서 구석구석 충만하다.
<피아노>, 그것은 나의 혀

<피아노>, 그것은 나의 혀

*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나무조차 거짓말을 한다 ​ 다시 읽어 보자니, 에 관해 쓴 지난 글에서 나는 평소 가급적이면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단어를 두 번이나 쓰고 말았다. ‘아름답다’라는 형용사가 그것인데, 안토니아를 지모신에 비유하면서 “넓고 ‘아름다운’ 대지에 곡식 씨앗을 뿌리는“이라고 한 번, 그녀의 농장 앞마당 식탁에서의 연회 장면들을 두고 “내가 본 것들 중 가장 민주적이고 ‘아름다운’ 공동체”라고 말하면서 두 번…….
<나를 찾아줘> 등 11월 넷째주 개봉작 전문가 평

<나를 찾아줘> 등 11월 넷째주 개봉작 전문가 평

나를 찾아줘감독 김승우출연 이영애, 유재명, 박해준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악의 순간들 ★★☆ 이 영화가 진정 빛을 발하는 순간은 일상의 악을 그릴 때다. 비뚤어진 작은 의도들이 모여 비극적인 순간들이 탄생하는 것에 대한, 비정하리만치 날카로운 포착이 있다. 개인 가정의 실종 아동들뿐 아니라 한국 사회가 잃어버린 아이들을 기억해달라는 이야기로도 읽히기도 한다. 다만 폭력의 구현은 보다 신중한 방식을 썼다면 좋았을 것이다. 지금도 몇몇 설정은 이미 신중하지만, 전체적으로 폭주해버리는 듯한 대목도 있다.
<안토니아스 라인>, 다른 세상도 가능했다

<안토니아스 라인>, 다른 세상도 가능했다

*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법 없이 사는 사람들 ​ 영화 을 보다 보면 의아해지는 점이 하나 있다. 이 영화에는 이상하게도 경찰이 등장하질 않는다. 소녀가 성폭행당하는 사건도 일어나고, 그 성폭행범이 피살당하는 사건도 일어나지만, 경찰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이, 마을에 찾아오질 않는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일어난 일들을 알고 있지만, 그 누구도 신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마을 사람들은 잘 살아간다.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옛날 옛적 버밍햄에서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옛날 옛적 버밍햄에서

*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버지 프레이저 의 한 장면에서 커츠 의 어두운 처소에 놓여 있던 프레이저의 책, 는 사연이 많은 책이다. 이 책은 한 때 열 두 권짜리 판본까지 출판되었다고 하는데, 오로지 ‘숲의 왕’과 관련된 신화와 전설들을 모아 이른바 비교 인류학(그는 스스로를 ‘현장 인류학자’가 아니라 ‘비교 인류학자’라고 말하곤 했다)적 작업을 수행하다 보니, 엄청나게 많은 사례들을 모아 제시했던 때문이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책의 방대함이 아니다.
국내 소설 원작 영화들의 성적표, 1위는?

국내 소설 원작 영화들의 성적표, 1위는?

정유미와 공유가 주연을 맡은 11월 화제작 년생 김지영>이 오는 10월 23일 개봉했다. 이 영화가 제작 당시부터 세간의 주목을 끌게 된 이유는 한 소설을 원작으로 했기 때문. 영화의 바탕이 된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여성들의 삶을 보다 현실적으로 반영해 높은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2016년 출간한 이래로 누적 판매 부수 120만 부를 돌파하며 큰 인기를 끌었던 베스트셀러다. 이처럼 소설들이 스크린으로 옮겨온 것은 비단 년생 김지영> 뿐만이 아니다.
<지옥의 묵시록>, 숲의 왕

<지옥의 묵시록>, 숲의 왕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감추어진 텍스트 ​ ​이제 많이 알려진 대로, 역사상 최고의 반전(反戰) 영화들 중 하나로 꼽히곤 하는 코폴라 감독의 Apocalypse Now>에는 원작이 있었다. 폴란드계 영국 작가 조지프 콘래드의 소설 『암흑의 핵심 Heart of Darkness』(1902)이 그것이다. ​ 물론 코폴라 감독은 거장답게 문학 작품을 원작으로 삼은 많은 영화들이 자주 범하곤 하는 오류를 잘 피해 갔다.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 그를 먹어라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 그를 먹어라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삼색의 제국 수많은 유럽 국민국가들 의 국기에 새겨진 파란색, 흰색, 빨간색, 이 세 가지 색깔이 이전에 어디서 유래했고 무엇을 상징했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1789년 프랑스 혁명 당시 바스티유가 습격당한 다음 날(7월 15일), 국민군 총사령관 라파예트가 시민들에게 저 세 가지 색으로 된 모자를 나누어 준 이후로, 삼색이 상징하는 바는 굳어졌다.
<나는 부정한다>, 재판은 치료가 아닙니다

<나는 부정한다>, 재판은 치료가 아닙니다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나는 ‘아우슈비츠’를 부정한다 ​ 당연히 똥이 무서운 건 아니다. 괜히 마주쳐봐야 옷만 더럽힐 게 뻔해서, 그저 피하는 것일 뿐…… 반유대주의 역사가 데이비드 어빙이 명예훼손 혐의로 자신을 고소하기 전, 데보라 립스타트 교수의 태도가 그랬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살아 있다고 말하는 이들과 논쟁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녀는 어빙의 비열한 도발에도 불구하고 아우슈비츠 부정론자들과 논쟁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주변 사람들의 입장도 비슷하다.
<사울의 아들>, 죽은 나를 묻으러

<사울의 아들>, 죽은 나를 묻으러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건과 재현의 딜레마 ​ 지난 글에 인용한 오카 마리의 문장으로부터 다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사건’의 폭력을 현재형으로 하여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그러한 이유로 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말을 지닐 수 없는 것은 아닐까. ” 『기억 서사』, 김병구 옮김, 소명출판, 2004 “말을 지닐 수 없다”고 했으니 이 문장을 (상식적인 세계의 질서와 언어를 초과하는) ‘사건의 재현 불가능성’에 대한 언급으로 읽어도 무방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