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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기 혹은 공허, 김서형의 얼굴들

독기 혹은 공허, 김서형의 얼굴들

연령대에 따라 김서형의 얼굴을 다르게 떠올릴 것이다. 드라마 에서 김서형을 알았다면 쿨하고 세련된 이미지로, 으로 알았다면 표독스러운 악녀 신애리로, 을 봤다면 고압적이고 소름 돋는 빌런 김주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김서형은 센 악역을 자주 맡았다. 의 권숙, 의 모가비, 의 황태후까지 늘 빳빳하게 고개를 들고 결코 숙이는 법이 없었다. 대중이 아는 김서형은 악하거나, 강했다. 그러나 김서형은 악녀 신애리를 지나 빌런 김주영이 되었고, 그를 지나 자신을 학대하는 여자 문정이 되었다.
배우 김아중·작가 정세랑이 추억하는 배우 강수연

배우 김아중·작가 정세랑이 추억하는 배우 강수연

강수연 1주기 추모전 '강수연, 영화롭게 오랫동안' 누군가는 말한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남은 자들의 손에 쥐어진 자유가 있다면, 그건 바로 먼저 떠난 사람을 기억할 수 있는 자유일 것이다. 2022년 5월 7일, 한국영화계에서 활동하는 매 순간 족적을 남긴 배우 강수연이 세상을 떠났다. 10년 만에 복귀하는 영화 공개를 앞둔 시점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23년, 영화인들은 강수연을 기억하고자 강수연 추모사업 추진위원회를 꾸렸고 강수연 1주기 추모전 ‘강수연, 영화롭게 오랫동안’을 열었다.
웬 흑인이 인어공주냐고? '아름다운 백인'이 좋으면 33년 전 <인어공주>를 보면 됩니다

웬 흑인이 인어공주냐고? '아름다운 백인'이 좋으면 33년 전 <인어공주>를 보면 됩니다

스칼렛 조핸슨이 연기한 메이저 2018년의 일이다. 스칼렛 조핸슨은 트랜스남성의 생애를 그린 영화 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었으나 금세 하차했다. GLAAD를 포함한 미국의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이 “실제 트랜스젠더 배우들이 있는 만큼 해당 배역을 트랜스젠더 배우가 연기하는 게 옳지 않느냐. ”라고 문제 제기를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만 쓰면 스칼렛 조핸슨이 순순히 하차한 것 같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색감 천재로만 알고 있다면, 웨스 앤더슨의 필모그래피 톺아보기

색감 천재로만 알고 있다면, 웨스 앤더슨의 필모그래피 톺아보기

선명한 색감과 실제 동화책을 보는 듯한 평면적인 연출을 통해 탄탄하게 팬층을 쌓아온 웨스 앤더슨. 그는 강박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구도를 대칭으로 조율하고 의도적으로 색감을 제한한다. 그의 영화에는 소위 ‘한 가닥’ 하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지만, 그 누구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곳은 웨스 앤더슨의 세계라는 것을 강조하듯이, 작은 모형 세계 속 인형처럼 연기한다. 극적인 연출이나 카메라 무빙도 없기 때문에 마치 페이지가 넘어가듯, 장면이 전환되어 동화책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팜 스프링스>와 영화의 반복에 관한 짧은 단상

<팜 스프링스>와 영화의 반복에 관한 짧은 단상

반복이 파열을 일으킬 때 영화는 장면마다 하나의 오케이컷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으므로, 아무리 근사하고 매력적인 순간이 담긴 테이크라 하더라도 연출자가 설정한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버려지기 마련이다. 나는 매 순간 오케이와 엔지를 구분하는 직관의 근거가 무엇을 토대로 결정되는지 여전히 궁금하지만(그래서 가끔 오케이컷으로 이루어진 통상적인 ‘완성본’과 누락된 장면들로 구성한 ‘해적판’을 비교해보고 싶은 충동이 들곤 하지만), 반대로 이러한 강박에서 느슨하게 벗어나 한 장면에 서로 다른 선택과 비전의...
<더 체어> 비백인 최초의 여성 학과장, 학과의 위기도 자신의 위기도 극복할 수 있을까?

<더 체어> 비백인 최초의 여성 학과장, 학과의 위기도 자신의 위기도 극복할 수 있을까?

미국의 어느 대학교, 역사상 최초로 비백인 인종 여성 학과장이 탄생했다. 그의 이름은 김지윤. 하지만 그가 학과장 자리에 오른 영문학과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 과거에 비해 수강 인원은 줄었으며, 주어진 예산조차 깎여나갔다. 새로운 대책이 필요한 상황에서 주변 사람들의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지윤은 애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는 미국의 펨브로크 대학교 영문학과 학과장이 된 지윤이 학과장 자리에 앉으면서 보고 겪고 느끼는 온갖 이야기들을 한데 모은 드라마다.
<D.P.>가 너무 많이 보여주는 것과 끝내 드러내지 못한 것

가 너무 많이 보여주는 것과 끝내 드러내지 못한 것

안전한 거리에서 가 재미있게 잘 만들어진 드라마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군 내부에 고착화된 부조리를 성공적으로 환기시키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 의 장점은 명확하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군 내부폭력에 대한 신랄한 고발을 통해 공감과 호응을 일으킨다는 것. 여기에 버디물과 형사물을 섞어놓은 D. P. 요원 안준호 과 한호열 의 활약상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죽어도 좋은 경험: 천사여 악녀가 되라>에서 인간의 극단적인 열망이 드러내는 것

<죽어도 좋은 경험: 천사여 악녀가 되라>에서 인간의 극단적인 열망이 드러내는 것

김기영의 악녀는 행복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20여년 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이 영화를 보았다. 당시에는 벽화 속의 말 그림이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했다. 진부한 욕망의 기표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다시 보니 조금 다른 해석을 하게 된다. 시각화에 있어서는 여전히 아쉽지만 장점이 훨씬 더 많이 보인다. (이하 ) 는 김기영 필모그래피의 원형 이라 할 수 있는 (1960)의 뒤를 잇는 작품으로, 물질의 화신인 남성 캐릭터의 세계로 그로테스크한 혼동의 여주인공이 침입하는 서사를 지녔다. 이른바 ‘악녀’와의 조우다.
요리스 이벤스의 영화는 어떻게 회고의 대상이기를 거절하는가

요리스 이벤스의 영화는 어떻게 회고의 대상이기를 거절하는가

목적에서 떨어져나온 선동 최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요리스 이벤스 회고전이 진행되었다. 이 글은 회고전에 맞춰 요리스 이벤스의 영화 세계를 조망할 의도로 쓴 것이 아니다. 요리스 이벤스의 영화를 오늘날 체험하는 일과 그 의미에 관한 기록이다. 더 솔직하게는 같은 날 동시에 관람하게 된 두 영화를 중심으로 어떻게든 이벤스의 영화 세계와 접속해보려는 시도다. 그의 작품 중 특정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작품, 특히 초기작 (1930)에 주목했다. 긴급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그 목적의 시효가 다한 뒤에는 어떻게 살아남는가.
태극기 등장? 마블 코믹스 속 한국인 히어로

태극기 등장? 마블 코믹스 속 한국인 히어로

‘태스크마스터’에 등장한 캐릭터 태극기. 한국형 히어로라는 말이 좀 두려워지는 시점이다. 중국에서는 한복도 모자라 김치까지 자기들 거라고 근거 없는 주장을 하는 이 시국에 이런 말을 하는 게 맞나 싶지만 그래도 이건… 우리가 원했던 게 아니다. ​ 지난 10일 발매된 마블 코믹스의 ‘태스크마스터’ #3 이슈에 새롭게 등장한 히어로의 이름은 태극기였다. 한국인 히어로라는 걸 말 안 해도 알 것 같은 비주얼은 그렇다 치고 철권에 태권도 사범님이 등장하던 그 시절의 한국인 이미지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은 것 같은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