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드로잉" 검색 결과

[강정의 씬드로잉] 무사는 죽어야 산다, 아니 죽음의 리듬으로 산다 〈고스트 독 - 사무라이의 길〉

[강정의 씬드로잉] 무사는 죽어야 산다, 아니 죽음의 리듬으로 산다 〈고스트 독 - 사무라이의 길〉

일본 전국시대 무사도 관련 고서 중 이런 구절이 있다. ‘강개부사이 종용취사난慷槪赴死易 從容就死難’ 해석하면 “의기에 북받쳐 죽는 것은 쉬우나, 차분하고 침착하게 죽는 것은 어렵다”는 뜻. 삶과 죽음을 대하는 사무라이의 태도를 한 마디로 요약한 문장이라 할 수 있다. 사무라이가 어떤 존재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주군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자. 그러기 위해 주군의 그림자가 되어 유령처럼 존재하는 자. 짐 자무시 감독의 (1999, 이하 )은 그러한 사무라이 정신을 뉴욕 한복판에 다소 엉뚱하게 옮겨온 작품이다.
[강정의 씬드로잉] 나를 알려고 하지 마! 〈더 킬러〉

[강정의 씬드로잉] 나를 알려고 하지 마! 〈더 킬러〉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근작 (2023)에선 다음과 같은 대사가 여러 차례 반복된다. “예측하되 임기응변하지 마라. 아무도 믿지 마라. 단계마다 자문하라 ‘이게 이득이 되는가. ’ 그게 전부다. ” 그리고 이어지는 대사. ​ “공감하지 마라. 공감은 나약함이다. 나약함은 약점이다. 성공하고 싶다면 전념해야 한다. 간단하다. ” ‘예측’하되, ‘임기응변’하지 않는 영화 ​ 무슨 상투적인 자기계발서에서 볼 수 있을법한, 그런 만큼 삶에 있어 때론 지극히 당연한 지침들이다. 영화에서 이 대사는 주인공의 독백, 그러니까 일종의 방백 효과를 낸다.
[강정의 씬드로잉] “뭘 물어봐? 그림을 보는 건 당신들이잖아?” 〈히든 어웨이〉

[강정의 씬드로잉] “뭘 물어봐? 그림을 보는 건 당신들이잖아?” 〈히든 어웨이〉

선사(先史)라는 건 말 그대로 역사가 종이에 글자로 쓰이기 이전이다. 지구 역사는 역사 시대보다 선사시대가 훨씬 길다. 하지만 서시(西紀)가 선사와 역사 시대를 구분하는 척도로 선험화된 지 오래다. 기준이 예수의 생몰 시점이다. 연원을 따지자면 보다 긴 얘기가 필요하겠지만 결론만 추리자면, 언어 탄생 이후보다 그 이전의 생몰 현상이 더 본원적이라는 뜻일 수도 있다. 물론, 하나의 관점에 불과하다. 사람인가 동물인가 원시인인가 선사는 어떤 개념 규정이나 판단이 없었다. 짐승적 본능이 우선이었다고 해도 아주 틀리진 않을 거다.
[강정의 씬드로잉] 원숭이는 인간을 보고 피 터지게 웃지! 〈몽키맨〉

[강정의 씬드로잉] 원숭이는 인간을 보고 피 터지게 웃지! 〈몽키맨〉

(2024)은 우연히 보게 된 영화다. 아무 정보도 없었다. 각본과 감독, 주연까지 맡은 데브 파텔이란 배우도 처음 알았다. 우선, 가장 인상적인 장면부터 말하겠다. 주인공 키드(‘바비’라고도 불리는데, 본명은 안 드러난다. 내가 놓친 건가. )가 경찰에게 쫓기다가 한 트렌스젠더 집단에 의해 구출된다. 일종의 치외법권 지역으로 보이지만, 알고 보니 그렇지만도 않다. 여자도 남자도 아니고, 남자 아닌 여자도, 여자 아닌 남자도 아닌, 그저 ‘다른 성(性)’을 지향하는 수도자들 같다. 왜 원숭이는 얻어터지기만 하지.
[강정의 씬드로잉] 인간은 ‘실재가 된 가짜’에 더 흥분한다! 〈크래시〉

[강정의 씬드로잉] 인간은 ‘실재가 된 가짜’에 더 흥분한다! 〈크래시〉

영국의 소설가 제임스 G. 발라드는 기이하고 괴팍한 소설들로 유명하다. SF작가로도 알려졌지만, 우주선이나 외계인 등이 등장하고 로봇이나 AI가 활개치는 정통 SF와는 많이 다르다. 그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인간과 테크놀로지, 그리고 자연의 변화에 따른 삶의 폭력적인 변형 등을 주로 다뤘다. 한국에선 일부 마니아 말고는 독자층이 적다. 그래도 2010년대 이후 웬만한 작품들은 다수 번역됐다. 휴대전화도 컴퓨터도 없는 과거의 미래 해외에서 제임스 발라드의 열혈 독자들은 ‘발라드리언’이라 불린다.
[강정의 씬드로잉] 영화는 침묵 속에서 울리는 장대한 꿈이야! 〈멀홀랜드 드라이브〉

[강정의 씬드로잉] 영화는 침묵 속에서 울리는 장대한 꿈이야! 〈멀홀랜드 드라이브〉

한때, 영화를 얘기하며 자크 라캉이나 슬라보예 지젝 같은 이들의 이론을 인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영화가 가지고 있는 철학적 의미나 구조에 대해 설명 또는 해석하는 방식이었다. 한 소설가는 “깡깡거리고 짹짹거린다”며 빈정댄 적도 있거니와, 다분히 현학적이고 과잉된 지적 편린을 영화에 끼얹는 방식이라 비판할 소지가 다분했다. 그럼에도 때론 일상 어법이나 논리로는 이해도 납득도 힘들어지는 영화를 만나게 될 때도 있는 건 분명하다.
[강정의 씬드로잉] “D는 묵음이야! 알고 있지?” 〈장고: 분노의 추적자〉

[강정의 씬드로잉] “D는 묵음이야! 알고 있지?” 〈장고: 분노의 추적자〉

이탈리아의 거장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은 무명이었던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세계적인 스타로 발굴해낸 인물이다. 그는 (1964>, (1965), (1966) 세 편으로 기존 서부극의 개념을 바꿔버렸다. 이전까지 서부극은 백인 중심의 개척사와 맞물려 미국의 정통성을 선전하는 형식이나 다름없었다. 존 웨인은 서부극의 대표적 남성상이었다. “형님은 햄버거만 드슈. ” 존 웨인은 세르지오 레오네로부터 시작된 이른바 ‘스파게피 웨스턴’을 아주 싫어했다.
[강정의 씬드로잉] “나? 바늘 하나로 세상 잡아먹을 사람이야!”〈나이트 크롤러〉

[강정의 씬드로잉] “나? 바늘 하나로 세상 잡아먹을 사람이야!”〈나이트 크롤러〉

(2014)는 시나리오 작가였던 댄 길로이의 첫 번째 연출작이다. 그는 이 영화로 87회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했다. 전체 줄거리는 단순하고 밋밋한 편이지만, 루이스 블룸 이라는 소시오패스 캐릭터를 섬뜩하게 창조했다는 점에 큰 점수를 준 듯하다. ‘나이트 크롤러’는 사고나 사건 영상을 촬영해 방송국과 거래하는 사람을 뜻한다. 방송 시스템에 기생하는 사기꾼 혹은 협잡꾼이라 할 수 있다. 당신은 뉴스를 정말 믿습니까. 영화는 현대 사회에 방송과 언론 시스템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강정의 씬드로잉] ‘당신’이 죽어 찬연하기에, ‘내’가 오늘 슬프고 황홀하다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강정의 씬드로잉] ‘당신’이 죽어 찬연하기에, ‘내’가 오늘 슬프고 황홀하다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1966년 크리스마스에 태어난 사람은 지구에 얼마나 될까. 그중 몇 명이나 아직 살아있고, 죽었다면 몇 살 때 왜 죽었을까. 살아있는 사람들의 삶은 어떠할까. 불행할까 행복할까. 국제인구조사 단체 같은 곳에 문의하면 알아내기 어려운 사항이 아닐지도 모른다. 굳이 1966년 크리스마스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세계에는 같은 날 같은 시각에 태어난 사람이 한둘 아닐 테니까. 그녀는 아직 살아있을까 그럼에도 1966년이라는 연도, 그것도 크리스마스라 딱 짚게 되는 건 임의적이기도, 개인적인 기억 때문이기도 있다.
[강정의 씬드로잉] 세상은 더럽고 비참한 놀이터… 화끈하게 놀다 가자!〈가여운 것들〉

[강정의 씬드로잉] 세상은 더럽고 비참한 놀이터… 화끈하게 놀다 가자!〈가여운 것들〉

흔히 알 듯, 동심(童心)은 어린아이의 마음이다. 순수하고 해맑고 투명하고…어쩌고라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사실 그렇지만은 않다. 동심은 외려 너무 순수해서 더러워지기 쉽고, 너무 해맑아 혼탁해질 위험이 있으며, 너무 투명해서 새카매지기 십상이다. 유리 같지만, 그렇기에 자칫 깨지면 흉기가 되고, 자유롭지만 그래서 때로 기성 세계에 혼란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 감당 못할 동심의 유쾌한 횡포라니.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2023)은 현재 개봉 중인 영화다. 관객과 비평계 모두 긍정적인 반응이 다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