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윰세’를 기다려온 이유, ‘유미의 세포들3’ 1,2화 미리 보다

〈유미의 세포들〉 시즌3
〈유미의 세포들〉 시즌3

식은땀이 났다. 어색한 동료와 같은 버스를 타지 않으려 몸부림치는 유미(김고은)의 모습이, 너무나 적나라할 정도로 나 같았기 때문이다. 〈유미의 세포들〉 시즌3에 이르러 로맨스 작가로 그야말로 대성공한 유미는 모든 ‘스몰톡’이 불가능한, 순록(김재원)이라는 새로운 PD를 만났다. 친근하게 말을 걸어도, 돌아오는 것은 ‘예’ 혹은 ‘아니오’라는 단답뿐. 순록과 집 가는 방향이 같고, 심지어 같은 버스를 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유미는 늑장을 부리다 순록보다 10분 늦게 퇴근하며 그를 피하려 한다. 근데 웬걸! 10분 늦게 버스정류장에 나왔음에도, 그곳에는 순록이 있다. 꼼짝없이 순록과 함께 집에 가는 버스를 타야 하는 상황. 무슨 말을 건네? 이어폰을 껴? 말아?

돌이켜보면 우리가 유미, 그리고 ‘윰세’를 사랑한 이유도 바로 그런 순간들 때문이었다. 너무나 사소하고, 쪼잔하고, 어설퍼서 타 작품에서는 구태여 조명하지 않는 순간과 감정들까지도 비집고 들어가 ‘00 세포’라는 이름으로 호명한다. ‘응큼세포’ ‘촉 세포’ 등, 이름 붙이기 민망하고, 어색하고, 부끄럽던 감정에 라벨을 붙여 비로소 나와 시청자 모두의 보편적인 감정을 꺼낸다.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시리즈는 항상 그랬다.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남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내밀한 감정을 포착해, 이를 기어코 귀엽고 사랑스러운 형태로 묘사해 냈다. ‘윰세’는 그래서 매 시즌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유미의 세포들〉 시즌3
〈유미의 세포들〉 시즌3

〈유미의 세포들〉 시리즈는 판타지에 가까운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처럼 화려한 사건이 발생하고 마법처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가 아닌, 유미의 사소한 감정들이 중심인 드라마였다. 물론, 시즌별로 구웅(안보현), 바비(박진영)와의 로맨스라는 큰 줄기가 있긴 했지만, 결국 시청자들이 ‘윰세’를 사랑한 이유는 유미의 사적이고 찌질한 감정들이 마치 ‘내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시즌1에서 구웅과의 연애가 무르익어갈 때도, 시즌2에서 바비와 이별하는 과정에서도, 이 드라마가 진짜 말하고자 했던 건 ‘그래서 사귀었나, 헤어졌나’가 아니었다. 유미가 몇 번의 연애와 이별을 통과하고, 퇴사와 전직, 그리고 몇 번의 좌절과 환희를 겪는 동안, 유미의 세포들은 부딪히고, 갈등하고, 연대하고 성장했다.

탐정마냥 지인의 지인의 SNS를 타고 타고 가서 신경 쓰이던 여사친의 계정을 염탐하던 순간, 사소한 조바심으로 인해 별거 아닌 일에도 갑자기 눈물이 터져 나오던 순간, 전 남친을 우연히 마주친 후 애먼 곳에 화풀이하던 순간, 이별 후 밤이면 꾸역꾸역 올라오던 외로움을 견디려 애쓰던 유미의 순간들은 사실 숱하게 반복되어 온 나와 우리의 시간들이기도 했다.

〈유미의 세포들〉 시즌3
〈유미의 세포들〉 시즌3

시즌3까지 왔음에도, 유미는 여전히 유미다. 유미의 사회적 지위나 상황은 변했을지언정, 유미의 내밀한 세계를 구성하는 찌질하고도 사랑스러운 본질은 결코 변하지 않았다. 시즌3의 1, 2화 속, 유미의 세포 마을에는 많은 세포가 사라졌다. 유명한 작가가 돼 집필에 몰두하고 있는 유미는 3년 동안 연애를 쉬고, ‘문제가 없는 게 문제인’ 평탄한 날들을 보낸다. 그래서인지, ‘희로애락’을 담당하는 유미의 세포들은 모두 잠들어있는 상태. 명색이 로맨스 작가인데, 로맨스를 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 헤밍웨이는 ‘인생에 관해 쓰려면 먼저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말했지 않은가. 유미는 스카이다이빙까지 불사하며 로맨스 집필을 위한 취재인지, 희로애락 없이 무던한 날들에 자기 자신을 향해 주는 자극인지 모를 모험을 감행한다.

그러다 유미는 순록을 만난다. 유미와 모든 면에서 정반대인, 인간으로서의 교감이 전혀 통하지 않는 순록이라는 인물은 유미에게 ‘오기’라는, 독특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시즌3의 1, 2화에서 유미와 순록은 소위 ‘혐관’ 케미를 뽐낸다. 이를테면 ‘딸기슈크림붕어빵’ 사건이 그랬다. 자신 앞에서 남은 딸기슈크림붕어빵을 모조리 사 가는 순록을 본 유미의 세포 마을에는 ‘빡돔’이라는 물고기가 활개를 치기 시작하고, ‘빡돔’은 외려 유미의 동력이 된다. 잔잔했던 세포 마을에 새로운 감정이 피어났으니, 유미의 세포들은 아마도 시즌1, 2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상호작용하고 충돌하며, 유미를 성장시킬 것이다. 우리가 ‘윰세’를 기다려온 이유가 그것이다. 로맨스의 결말보다, 그 과정에서 유미가 발견하는 감정들이 궁금하다.

〈유미의 세포들〉 시즌3
〈유미의 세포들〉 시즌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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