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네 번째 협업, 연상호가 발견한 구교환의 얼굴들

영화 '군체' 속 한 장면 [쇼박스 제공]
영화 '군체' 속 한 장면 [쇼박스 제공]

시작은 연상호였다. 물론 구교환은 그 전부터 독립영화계의 스타, 마이너들의 아이돌 같은 배우였다. 그러나 그가 지금처럼 수많은 상업 작품에서 얼굴을 비추게 된 원류를 찾아가면 거기엔 연상호 감독의 〈반도〉가 있다. 2008년부터 배우 활동을 시작한 구교환이 처음으로 출연한 상업영화다. 연상호는 자주 작업하는 ‘단짝 배우’가 많은 감독답게 구교환을 여러 차례 기용했고, 다시 한번 ‘전염병+구교환’ 조합으로 〈군체〉를 완성했다. 연상호가 보는 구교환의 모습을 담은 작품을 〈군체〉 개봉을 맞아 정리했다.


〈반도〉
〈반도〉

〈반도〉 서상훈 대위 - 살고 싶었던 인간

〈꿈의 제인〉, 〈메기〉 등으로 단편영화계에서 마침내 장편영화에 발을 디딘 구교환은 2020년 〈반도〉로 대중 앞에 섰다. 좀비 창궐로 난리가 난 한반도에서 살아남은 631부대의 대장, 서상훈 대위 역이다. 다만 그의 등장은 참 미묘하다. 말끔하게 넘긴 머리와 그 귀한 양주, 혼자 ‘사무실’을 쓰는 그는 “나, 가”라는 한마디에 권총을 입에 문다. 그러더니 김영호(김규백)가 들어오자 곧바로 상황극을 펼치며 활짝 웃는다. 이 엉망진창이 된 반도에서 살아남은 부대의 지휘관이라기에 헐렁한 이 모습. 구교환을 아는 사람이라면, 응당 구교환이 할 법한 캐릭터라고 생각했을 거고 구교환을 모르는 관객이라면 단번에 깊은 인상을 받았으리라. 연상호는 구교환에게 망해버린 세상에 절망한, 그러나 그것을 교묘하게 감추고 있는 인간상을 발견했다.


〈괴이〉
〈괴이〉

〈괴이〉 정기훈 - 오컬트를 쫓는 고고학자

드라마 〈괴이〉는 연상호의 연출작은 아니지만, 그가 극본을 쓴 작품이다. 연상호 본인이 캐스팅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그의 대본을 읽은 장건재 감독이 구교환을 떠올린 것을 보면 적어도 대본에서부터 정기훈에겐 구교환이 어느 정도 녹아있었던 듯하다. 정기훈은 진양군에서 벌어지는 독특한 현상을 추적하는 고고학자다. 필요하다면 능청스럽게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 그러면서도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집요한 성격이다. 이렇게 능수능란한 캐릭터 소화력과 더불어 ‘귀불’의 눈을 보면 각자 마음에 품은 지옥을 마주하게 된다는 〈괴이〉의 핵심 설정 때문에 구교환은 아주 잔인한 과거를 마주한 감정연기를 펼치며 극의 감성적인 면까지 채우는 데 일조한다.


〈기생수: 더 그레이〉
〈기생수: 더 그레이〉

〈기생수: 더 그레이〉 설강우 - 인간과 비인간을 잇는 남자

연상호와 구교환의 두 번째 만남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에서 성사됐다. 이와아키 히토시 작가의 만화 「기생수」를 바탕으로 한국에 기생생물이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구교환이 맡은 설강우 역은 기생생물과 공생 중인 정수인(전소니), 기생생물을 극도로 혐오하는 더 그레이 팀장 최준경(이정현) 사이에서 비교적 일반적인 인간의 시선을 전달한다. 물론 이 잔인한 드라마에서 설강우라는 인물도 ‘일반인’이라고 볼 수 없는 무척 비운의 삶을 견디는 인물이지만, 그가 없었으면 수인과 하이디는 진작에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구교환 말에 따르면 연상호 감독은 그를 “〈기생수 더 그레이〉와 그림체가 맞아서” 캐스팅했다. 구교환은 진작에 원작 만화를 보고 또 좋아했던 터라 더욱 흔쾌히 출연을 수락하지 않았을까 싶다.


〈군체〉
〈군체〉

〈군체〉 서영철 - 직접 감염병을 퍼뜨린 과학자

연상호 감독의 신작 〈군체〉는 다시금 전염병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다시 한번 구교환을 악역으로 기용했는데, 과거 서상훈 대위와는 또 사뭇 다르다. 〈군체〉에서 구교환이 보여줄 서영철은 직접 감염병을 퍼뜨린 천재 생물학자. 대사 중 ‘인류의 완벽한 소통’ 등이 언급되고, 예고편에서 그의 움직임을 따라 감염자들이 움직이는 등 제목 ‘군체’처럼 감염자들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으로 그려진다. 실제로 구교환은 자신을 따라 움직이는 감염자들을 ‘아이들’이라고 부르며 “100명의 서영철을 만드는 개념”으로 서영철 역에 접근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연기와 감염자를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에 싱크로율을 맞춰가며 서영철을 만들어갔다고. 연상호는 〈반도〉에서 인상적인 초상을 보여준 구교환을 다시 한번 기용해 이번에도 새로운 유형의 빌런을 보여주는 데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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