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엔드게임>
어벤져스: 엔드게임

감독 안소니 루소, 조 루소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에반스, 크리스 헴스워스, 마크 러팔로, 스칼릿 조핸슨, 제레미 레너, 돈 치들, 폴 러드, 브리 라슨, 카렌 길런, 브래들리 쿠퍼, 조슈 브롤린

개봉 2019.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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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4월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상상도 못 할 시절 우리의 최대 관심사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결말이었다. 누가 죽고, 누가 살아남는지에 대한 온갖 추측이 있었다. 2019년 4월 24일 영화가 개봉한 이후에는 거대한 스포일러 지뢰 속에 살아야 했다. 2년이 더 훌쩍 지난 지금은 2020년 12월이다. 이제는 말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 MCU)에서 토니 스타크/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라는 캐릭터는 죽었다. 그리고 티찰라/블랙팬서(채드윅 보스만)는 정말로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다.

부활은 없다 
새삼스럽게 토니 스타크의 죽음을 다시 소환한 것은 약 일주일 전에  해외 매체 ‘스크린랜트’가 보도한 기사 때문이다. “토니 스타크는 죽었다, 복귀 계획은 없다고 마블 경연진이 확정했다”(Tony Stark Is Dead, No Return Planned Confirms Marvel Exec)라는 제목의 기사다. 기사 내용은 뻔하다. 우리가 알고 있고 짐작하고 있는 내용이다. 핵심은 빅토리아 알론소 마블 스튜디오 부회장이 한 인터뷰를 통해 이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영구적인 결정은 아닐 것이다. 마블이라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하는 토니 스타크를 부활시킬 방법을 얼마든지 그럴듯하게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스파이더맨: 홈커밍>

토니 스타크의 유산
현재 상황만 놓고 보자. 토니 스타크는 명예롭게 퇴장했다. 그는 자기 희생을 선택했다. 이 죽음은 아이러니하게도 미래와 연결된다. 알론소 부회장은 “토니 스타크는 죽었다. 그것이 우리의 이야기다. 부활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중략) 그는 유산(inheritance)을 남겼다”라고 말했다. 토니 스타크의 유산은 모두가 다 알다시피 피터 파커/스파이더맨(톰 홀랜드)의 몫이다. 2017년 <스파이더맨: 홈커밍>부터 시작된 ‘상속 절차’는 2019년 7월에 개봉한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서 완성됐다. 이때 팬들은 토니 스타크가 없는 ‘엔드게임’ 이후를 사는 피터 파커를 목격한 바 있다.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은 아직 할 이야기가 많다. 소니픽처스와의 판권 문제를 해결하고 우여곡절 끝에 현재 촬영 중인 제목 미정의 세 번째 MCU <스파이더맨>에서 토니 스타크의 그늘에서 벗어난 (게다가 모든 사람들이 그의 정체를 알고 있는) 어른 피터 파커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완벽한 퇴장과 세대교체
이렇게 완벽한 퇴장은 로건/울버린(휴 잭맨)의 <로건> 이후 처음이다. 이런 맥락에서 ‘스크린랜트’는 일부 팬들이 원하는 토니 스타크의 부활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듯하다. MCU의 시작부터 함께한 지난 11년의 시간과 그의 퇴장은 서사적으로 완벽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토니 스타크의 유산인 스파이더맨을 비롯해 페이즈4의 <이터널스> <샹치 앤 레전드 오브 텐 링즈> 등에서 새롭게 등장할 수많은 캐릭터에 자리를 내주는 것이 옳다고 주장한다. 이는 당연한 주장이고 동시에 이런 전략이 케빈 파이기가 이끄는 마블 스튜디오의 큰 그림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마블 스튜디오가 놀라운 점은 개별 캐릭터의 인기가 아닌 프랜차이즈 전체의 힘이 더 세다는 것이다. MCU 이전 기존 슈퍼히어로 영화를 떠올려보라. 인기 캐릭터였던 배트맨,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성공과 그린 랜턴, 데어데블 등 나머지 캐릭터의 실패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마블은 스스로 증명했다. 캐릭터보다 프랜차이즈의 전략으로 성공했다. 그 중심에 MCU라는 말이 있기 이전 마블 코믹스의 비인기 캐릭터 아이언맨이 있었다. 토니 스타크의 공식 퇴장은 우리가 잘 몰랐던 또 다른 캐릭터의 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열어놓은 셈이다.

<이터널스>는 2020년에 개봉하지 못했다.
2021년 개봉 예정인 <샹치 앤 더 레전드오브 더 텐 링스>

코로나19 시대의 MCU
별거 아닌 뉴스를 기반으로 마블 팬이라면 다 알만한 이야기를 해봤다. 마블 스튜디오 경영진의 발언이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무엇보다 케빈 파이기의 언급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 그럼에도 이렇게 사라진 영웅에 대해 돌아보는 건, 코로나19 시대를 지나며 올해 개봉하지 못한 마블 영화들에 대한 아쉬운 마음 때문이다. 이를 핑계로 토니 스타크와 MCU의 미래에 대해 의견을 보탰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바람을 추가하자. 어쩔 수 없이 드는 생각인데 언제가 될지 몰라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토니 스타크를 한번쯤은 짧게라도 보고 싶은 마음이다. 스탠 리, 채드윅 보스만과 달리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아직 우리 곁에 있으니까.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