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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 멈춰!!! 〈오징어 게임 3〉 최악의 순간

김지연기자
성찬얼기자
주성철편집장
추아영기자
〈오징어 게임〉 시즌3 포스터
〈오징어 게임〉 시즌3 포스터

명실상부 2020년대 최고의 빅 이벤트, <오징어 게임>이 6월 27일 시즌 3 공개로 한 챕터를 일단락 지었다.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끈 작품이니 정말 끝났다고 볼 순 없지만, 적어도 456번 성기훈(이정재)의 대장정은 확실히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지난 시즌에서 ‘반란’이 실패로 돌아간 후, 성기훈과 남은 사람들은 어떤 끝을 맞이했을까. 씨네플레이 기자들도 그 과정을 숨죽인 채 지켜봤다. 파격과 뻔함 사이를 오갔던 이번 시즌, 어떤 장면들이 가장 인상에 남았을까. 씨네플레이 기자들이 각자 취향에 기반해 최고의 순간과 최악의 순간을 뽑아봤다. 이번 기사에선 기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던 최악의 순간을 모았다. 여러분들은 어떤 장면이 별로였는지, 댓글로 함께 나눠주길 바란다.

※ 아래 내용은 <오징어 게임> 시즌3의 스포일러를 다루고 있다.


〈오징어 게임〉 시즌3
〈오징어 게임〉 시즌3

성찬얼_‘도시락’을 묘사하는 순간

사실 100번(송영창)이 하는 말이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그리고 그 전략이 이번 드라마에서 가장 참신하고 파격적인 것도 맞다. 그러나 마지막 ‘고공 오징어 게임’에서 100번 일행이 039번(우정국)을 구타하며 ‘도시락’이라고 지칭하는 일련의 순간을 최악으로 뽑는 건, 드라마의 톤앤매너가 완전히 뒤집히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오징어 게임>은 모두가 죽고 살아남은 자만이 승자가 되는 굉장히 폭력적인 상황을 그리지만, 반대로 직접적인 폭력 묘사는 상대적으로 유한 편이다. 대부분의 폭력이 환경, 총, 칼 등으로 이뤄져서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드라마가 갑자기 집단 린치를 묘사하는데, 심지어 블랙코미디 감성으로 가해자들은 해맑기 그지없다. 거기서 멈췄으면 좋겠는데, 피할 수도 없게 다리를 붙잡고 부러뜨린다. 039번은 비명을 지르다 쇼크가 온 듯 부르르 떤다. 이 일련의 묘사, 불쾌하다. 불쾌함을 의도했단 것, 안다. 그렇지만 그동안의 <오징어 게임> 특유의 불쾌함과는 거리가 멀다. 묘사의 방식이 지나치게 노골적이다. 지난 시즌에서 병정들의 강노을(박규영) 위협 장면과 함께 시즌 2~3의 과한 장면 세트로 뽑고 싶다.


〈오징어 게임〉 시즌3
〈오징어 게임〉 시즌3

김지연_강노을(박규영)이 본부에 잠입해 서류를 불태우는 순간

강노을은 분명 더욱 흥미로울 수 있는 캐릭터였다. 시즌2 초반, 강노을이 오징어 게임 참가 명함을 받았을 때, 그리고 그가 참가자가 아닌 병정으로 게임에 참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가 아마 강노을 캐릭터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최고점이었을 터였다. 그러나 고점은 고점일 뿐, 이후 강노을 캐릭터에 대한 흥미는 점점 하락세를 탔다. 그러다 시즌3 6화, 강노을이 게임 본부에 잠입해 서류를 불태우는 순간에는 저점을 찍었다. 강노을은 그가 왜인지 모르게 정을 붙였던 246번 경석(이진욱)의 정보를 포함한 모든 서류(여기서 그 서류의 명칭이 ‘SQUID ARCHIVES’라고 붙은 것도 사실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디테일 중 하나지만, 그것은 논외로 하자)를 불태우고, 프론트맨의 의자에 앉아 체념한 듯 자기 자신에게 총구를 겨눈다. 그렇담, 강노을의 유일한 삶의 목표가 그저 경석의 히스토리를 없애는 것이었다는 뜻일까? 필자를 포함한 시청자들은 개성 있어 보였던 캐릭터가 스스로 개성을 죽이는 말로를 보며 실망을 금치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오징어 게임〉 시즌3 비하인드 스틸
〈오징어 게임〉 시즌3 비하인드 스틸

주성철_VIP가 등장하는 모든 순간

VIP는 오징어 게임의 후원자이자 화려한 황금 동물 가면을 쓰고 호화로운 방에서 게임을 관람하는 외국인 부자들이다. 가면과 더불어 서로 닉네임으로 부르며 각자의 신원은 비밀이다. 게임 참가자들의 인간적 호소를 비웃고, 심지어 시즌3에 태어난 222번 준희(조유리)의 아기마저 내기의 대상으로 삼는 이들은 그냥 사이코패스들이다. 연기나 연출로 보자면, VIP는 시즌1부터 ‘서프라이즈스럽다’는 비판 등 가장 논란이 된 설정이었는데, 시즌3에서는 오히려 그 비중이 대폭 늘어서 당황스러울 지경이다. 이들의 리액션 장면만 없었어도 시즌3의 긴장감은 더욱 살아났을 것이다. 원래 외부에서 중계 방식으로 관람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호스트의 초청을 받아 헬기를 타고 무인도로 들어와 직관하게 됐는데, 모니터로 본다는 한계 자체는 바뀌지 않았기에 ‘과연 그들은 게임을 제대로 즐기고 있는 걸까’ 하는 의문도 든다. 클로즈업이나 디테일하게 주고받는 얘기까지는 소화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리고 시즌3 마지막에 이르러 특별 출연한 케이트 블란쳇이 ‘딱지녀’로 등장해 화제가 됐는데, 그처럼 동시간대에 해외에서도 오징어 게임이 열리고 있다는 설정이라면, 왜 VIP들이 모두 외국인일까, 하는 궁금증도 생긴다. 아무튼 VIP에 대해 사소한 것부터 지적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차라리 없었으면 게임에 대한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았을 것이다.


〈오징어 게임〉 시즌3
〈오징어 게임〉 시즌3

추아영_성기훈이 대호를 죽인 순간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 시스템을 부수겠다는 일념으로 돌진했던 성기훈의 혁명은 친구 정배(이서환)를 비롯한 여러 사람의 희생만 남긴 채 수포로 돌아갔다. 이에 죄책감을 느끼는 성기훈은 좌절된 혁명의 탓을 대호에게 돌리고, 자신의 죄책감과 책임감을 그에게 투사한다. 기훈은 혐오와 폭력을 타인에게 휘두를 수 있게 짜인 ‘열쇠와 칼’ 게임에서 끝내 대호를 죽이며 절망의 늪에 빠져든다.

성기훈이 대호를 죽인 장면은 한국의 기성세대 혹은 586 운동권 세대 일부의 자기모순과 한계에 대한 은유로 읽을 수도 있다. 이는 한때 사회변혁의 주역이었으나 쉽사리 변하지 않는 사회의 한계 앞에서 책임을 외면하거나 자신들의 실패와 분열을 후대 혹은 타인에게 투사하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기훈이 죄를 묻는 방향은 시스템을 깨부수기 위해 함께 연대해야 할 대호에게 돌아갔다는 점에서 지극히 절망적이다. 대호는 맨박스(가부장제 하에서 남성에게 씌워지는 억압, ‘남성이 남자다울 것’을 강요하는 관념과 규범 전체)의 피해자다. 그는 ‘남자다움’을 강요하는 집안에서 본연의 자아를 위장하고,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페르소나를 새로이 만들어낸 일그러진 어른으로 자란다. 일찍이 사회에 저항하지 못했던 그가 또다시 순응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해서, 공포를 반복해서 느꼈다고 해서 책임을 묻는 것은 응당하지 못하다. 또 대호를 생존에 급급해 사회변혁과 혁명에는 힘을 쏟지 못하는 지금의 무기력한 젊은 세대로 볼 때, 성기훈이 대호를 죽인 것은 한국 사회의 세대 갈등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성기훈의 선택은 ‘시스템과 권력에 맞선 연대’라는 대의를 저버리고, 한때 사회를 바꾸겠다고 나섰던 변화의 주체가 새로운 희생 구조를 낳는 자가당착의 아이러니를 여실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