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했다. 누가 그랬냐면 근대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블레즈 파스칼이 그랬다. 영화 관련 컨텐츠에 뜬금없이 소환된 그의 이름을 따 압력, 응력의 단위인 파스칼(Pa)이 만들어졌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날씨 뉴스에서 접한 파스칼의 100배인 헥토파스칼(hPa)이라는 단위가 익숙할 것이다. 이제 페드로 파스칼을 이야기할 차례다. 매우 유치하지만 성이 같다는 이유로 그의 이름을 딴 새로운 파스칼 지수를 만들어볼 참이다. 오래전 유명하지 않던 시절의 캐릭터에 높은 파스칼지수를 부여했다. 재미 삼아 만들어보는 것이니 재미 삼아 봐주시길 바란다. 참고로 파스칼은 어머니의 성을 따른 것이라고 한다.
100파스칼 - <굿 와이프> 네이선 랜드리

- 굿 와이프 1
-
출연 아치 판자비, 조쉬 찰스, 줄리아나 마굴리스, 맷 츄크리, 크리스틴 바란스키, 조 모튼
방송 2009, 미국 CBS
페드로 파스칼은 주로 TV에서 활동한 무명 배우 시절이 길었다. IMDb에 따르면 1996년부터 활동을 시작했고 2013년까지 거의 TV시리즈에만 출연했다. 이때 출연한 작품들 가운데 출연 기간이 길고 유명한 것으로 <굿 와이프>(2009~2011)가 있다. 만약 <굿 와이프> 속 페드로 파스칼이 연기한 네이선 랜드리를 기억한다면 진정한 페드로 파스칼의 팬이라고 봐도 좋겠다. 그밖에 <성범죄 수사대: SVU>(Law & Order: Special Victims Unit), <뉴욕 특수수사대>(Law & Order: Criminal Intent) 등 <로 앤 오더> 시리즈를 비롯해 <홈랜드> 등에도 조연 및 단역으로 출연했다.
80파스칼 - <왕좌의 게임> 오베린 마르텔

- 왕좌의 게임 4
-
출연 에이단 길렌, 레나 헤디, 잭 글리슨, 나탈리 도머, 스티븐 딜레인, 그웬돌린 크리스티, 제롬 플린, 로리 맥칸, 노아 테일러, 인디라 바르마, 토니 웨이, 핀 존스, 마이클 맥엘하튼, 캐리스 밴 허슨, 나탈리 엠마뉴엘, 브레녹 오코너
방송 2014, 미국 HBO
21세기 TV시리즈 가운데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왕좌의 게임>. 2019년, 마지막 시즌 8의 첫 에피소드가 방영될 때는 무려 약 1740만 명이 이 드라마를 시청했다. 페드로 파스칼은 이 역대급 시청률에 기여한 공로가 꽤나 높은 캐릭터 오베린 마르텔을 연기했다. 그가 <왕좌의 게임>에 출연한 시기는 2014년이다. 시즌 4에서 오베린 마르텔은 많은 것을 보여줬다. 문란한 성생활부터 너무도 끔찍한 죽음까지. 특히 그의 죽음은 자세히 묘사하기 어려울 만큼 충격적이다. <왕좌의 게임>을 본 사람이라면 결코 잊기 힘들 것이다. 그 결과 페드로 파스칼은 오베린 마르텔을 통해 전 세계 관객들에게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알리게 됐다. 한편, 이 시기 페드로 파스칼은 <멘탈리스트>에서는 FBI 요원 마커스 파이크로 활약했다.
60파스칼 - <나르코스> 하비에르 페냐

- 나르코스 시즌1
-
출연 와그너 모라, 보이드 홀브룩, 페드로 파스칼, 조안나 크리스티, 모리스 콤프테, 스테파니 시그만, 마놀로 카르도나, 안드레 마토스, 로베르토 어비나, 라울 멘데스, 호르헤 히메네스, 브루노 비치어, 안나 데 라 레구에라, 다니엘 케네디, 후안 파블로 라바, 루이스 구즈만, 디에고 카타노, 폴리나 게이탠
방송 2015, 넷플릭스
<나르코스>에서 페드로 파스칼은 드디어 주연급으로 등장한다. 그는 콜롬비아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바그너 모우라)를 잡으려는 미국 법무부 마약단속국(DEA, 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 요원 하비에르 페냐를 연기했다. 그의 파트너는 보이드 홀브룩이 연기한 스티븐 머피 요원이다. 파스칼은 <나르코스>에서 자신의 장기라고 할 수 있는 스페인어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나르코스>는 평단의 호평과 대중의 환호를 바탕으로 <시즌 3>까지 방영됐다. 선글라스와 콧수염이 인상적인 하비에르 페냐는 시즌을 거듭할수록 작품 속에서 입지가 커졌다. 그와 함께 할리우드에서 페드로 파스칼의 주가도 높게 올라갔다. 이제 TV가 아닌 스크린으로 향할 차례가 됐다.
40파스칼 - <킹스맨: 골든 서클> 위스키

- 킹스맨: 골든 서클
-
감독 매튜 본
출연 태런 에저튼, 줄리안 무어, 콜린 퍼스
개봉 2017.09.27.
<킹스맨>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킹스맨: 골든 서클>에 페드로 파스칼이 <나르코스>의 그 수염을 유지한 채 등장했다. 채찍을 휘두르는 위스키라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킹스맨: 골든 서클>은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에서 반듯한 수트와 브로그 없는 옥스포드 구두를 신고 등장했던 영국 런던의 신사들이 미국에 간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페드로 파스칼이 연기한 위스키는 매우 미국적인 캐릭터다. 카우보이 복장을 하고 있다. 참고로 페르도 파스칼은 칠레 산티아고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그의 가족은 칠레의 군부 독재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했다. <킹스맨: 골든 서클>이 개봉하기 전, 맷 데이먼과 함께 장이머우 감독의 <그레이트 월>에서 페드로 파스칼을 본 관객도 있을 것이다.
20파스칼 - <만달로리안> 만달로리안
페드로 파스칼은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한 <스타워즈> 세계관의 TV시리즈 <만달로리안>에 출연하고 있다. 지금 시즌 2까지 공개된 상태다. 디즈니 플러스는 아직 국내에 정식으로 서비스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만약 <만달로리안>을 본 관객이 있다면 미국 등 해외에 살고 있거나 정식으로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그럼에도 <만달로리안>을 언급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시리즈가 일명 베이비 요다를 앞세워 미국 등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페드로 파스칼은 헬멧을 벗지 않는 만달로리안 캐릭터를 연기한다. 얼굴이 거의 나오지 않지만 특유의 매력적인 목소리만으로도 많은 감정을 전달하는 연기를 보여준다. 여담으로 <왕좌의 게임> 시절을 생각해보면 헬멧을 쓰고 있는 것이 꽤나 안정감을 주지 않을까 싶다.
10파스칼 - <원더 우먼 1984> 맥스웰 로드

- 원더 우먼 1984
-
감독 패티 젠킨스
출연 갤 가돗, 크리스 파인, 크리스틴 위그, 페드로 파스칼
개봉 2020.12.23.
페드로 파스칼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며 재미 삼아 파스칼 지수를 만들어보게 한 계기가 된 영화가 바로 <원더 우먼 1984>다. 페드로 파스칼은 수염을 깔끔하게 밀고 빌런 맥스웰 로드를 연기했다. 그의 연기는 늘 그렇듯이 대체로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킹스맨: 골든 서클>과의 사이에 <더 이퀄라이저 2>, <프로스펙트>, <트리플 프린티어> 등의 영화에도 출연했다.
페드로 파스칼의 주요 필모그래피를 돌아봤다. 재미 삼아 만든 파스칼 지수에 더욱 의미를 부여해본다면 <나르코스>의 하비에르 페냐와 <만달로리안>의 만달로리안에 부가 점수를 주고 싶다. <나르코스>의 경우 페드로 파스칼의 스페인어 연기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만달로리안>의 경우 목소리만으로 뛰어난 연기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그렇다. 디즈니 플러스의 빠른 서비스 론칭을 기대해보자. <나르코스>를 아직 보지 못했다면 지금 넷플릭스에 접속하자.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