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노 타임 투 다이>

그는 6번째 제임스 본드였다. 처음엔 그가 본드를 연기하는 것에 불만을 품은 팬들도 있었다고 한다. 키가 작다, 금발이어서 안 된다는 이유였다. 그때가 2006년 무렵이다. 15년 전 이야기다. 이후 그는 모두 5편의 <007> 영화에서 살인면허를 가진 영국의 스파이로 살았다. 지금 그가 아닌 본드를 상상하기는 힘들다. 그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니엘 크레이그. 우리 시대의 본드, 제임스 본드. 크레이그의 마지막 본드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개봉에 맞춰 지난 시간을 돌아본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출연한 제임스 본드 영화 4편 속 명장면을 소개한다.

007 노 타임 투 다이

감독 캐리 후쿠나가

출연 다니엘 크레이그, 라미 말렉, 레아 세이두, 라샤나 린치

개봉 2021.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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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스펙터> 망자의 날 퍼레이드

<007 스펙터>

<007 스펙터>는 스펙터클한 영화다. 가장 최근에 개봉한 이 영화의 액션 시퀀스는 끝도 없이 이어진다. 멕시코의 명절이라고 할 수 있는 망자의 날 퍼레이드(원래 퍼레이드는 하지 않았는데 <007 스펙터> 이후 퍼레이드가 생겼다고 한다)로 시작해서 자동차 추격전은 기본이고, 열차 속 격투 신, 설원에서의 추격 액션, 헬리콥터 액션 시퀀스 등 <007 스펙터>는 거대한 스케일의 영화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평가는 박하기 이를 데 없다. 액션 시퀀스의 중간중간 스토리는 빈틈이 보인다. 누군가는 본드가 악당 블로펠드(크리스토퍼 월츠)의 헬기를 발터 PPK 권총으로 격추하는 장면에 실망감을 표하기도 했다. 최근 보도된 영국의 ‘인디펜던트’ 기사 “제임스 본드 영화: 최악부터 최고까지 순위를 정한 모든 007 영화”(James Bond films: Every 007 movie ranked in order of worst to best)에서는 <007 스펙터>의 순위를 23위에 올렸다. 이는 뒤에서 두 번째다. 크리스토퍼 월츠의 캐스팅마저 비난한 ‘인디펜던트’가 유일하게 칭찬한 것은 역시 망자의 날 오프닝 시퀀스다. <007 스펙터>는 용두사미(龍頭蛇尾)였다. <007 스펙터> 이후 다니엘 크레이그는 다음 <007> 영화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후 한 편만 더, <007 노 타임 투 다이>까지 출연하기로 했다.

007 스펙터

감독 샘 멘데스

출연 다니엘 크레이그, 랄프 파인즈, 레아 세이두, 모니카 벨루치, 크리스토프 왈츠, 데이브 바티스타

개봉 2015.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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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스카이폴> 회색 수트

<007 스카이폴>

<007 스카이폴>의 제임스 본드는 나약하다. 우리가 알던 그 바람둥이 스파이와는 거리와 멀어도 너무 멀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올드팬들은 내가 알던 본드가 아니라며 싫어했고, 새로운 본드를 원하던 평론가들은 환영했다. 로톤토마토지수가 92%이니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게다가 흥행에도 성공했다. 그것도 대성공이었다. 11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기록했다. 시리즈 역사상 첫 10억 달러 돌파 영화이며, 지금까지도 최고 흥행작이다. 세상 모든 영화의 역대 흥행 순위 28위에 기록돼 있기도 하다. 이 엄청난 흥행작의 하이라이트는 후반부 스코틀랜드의 황무지인 하이랜드에서 벌어진다. 스카이폴 저택에서의 대규모 액션 신이 그것이다. 이 후반부를 베스트 장면으로 선정하는 게 안전한 선택일 수 있겠지만 다른 장면이 자꾸만 떠오른다. 그것은 오프닝 시퀀스의 한 컷이다. 열차 위에서 본드는 굴삭기를 이용해 객차를 박살내고 뛰어든다. 그러고는 순간 소매를 당기며 옷매무새를 다듬는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이 작은 몸짓은 언제 봐도 멋지다. 

007 스카이폴

감독 샘 멘데스

출연 랄프 파인즈, 다니엘 크레이그, 하비에르 바르뎀, 주디 덴치

개봉 201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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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퀀텀 오브 솔러스>의 엔진오일

<007 퀀텀 오브 솔러스>

<007 퀀텀 오브 솔러스>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영화 가운데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007 카지노 로얄>과 바로 이어지는 시간대로 설정된 영화는 당시 관객들을 열광시킨 <본> 시리즈의 화려한 액션 연출을 가져왔다고 알려져 있다. <본> 시리즈의 액션을 만든 댄 브래들리가 제작에 참여한 것이 결정적인 증거다. <본> 시리즈와 유사하다고 해서 액션 시퀀스의 재미나 긴장감을 낮추는 요소는 아닐 것이다. 게다가 <본> 시리즈에서는 보기 힘든 비행기, 요트 등을 활용한 스펙터클한 액션도 있다. 그렇기에 <007 퀀텀 오브 솔러스>는 잘 만든 스파이 액션영화의 면모를 보인다. 다만 어디서 본 듯한 장면을 명장면으로 꼽기는 힘들다. 2020년 12월 보도한 ‘스크린랜트’의 기사를 참고해보자. ‘스크린랜트’가 꼽은 “다니엘 크레이그의 최고의 제임스 본드 모먼트 베스트 10”(No Time To Die: Daniel Craig's 10 Best Bond Moments, Ranked)에서 <007 퀀텀 오브 솔러스>는 10위에 한번만 언급된다. 액션 장면은 아니다. 영화의 말미. 제임스 본드는 퀀텀이라는 조직을 이끈 악당 모리스 그린(마티유 아말릭)을 약속대로 살려준다. 대신 사막 한가운데에 내려주면서 엔진 오일이 담긴 캔을 던져준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아마 30km쯤 걸으면 마시고 싶어질 거야.” 그린은 그 기름을 마셨을까. 이 장면은 MI6 요원 스트로베리 필즈(젬마 아턴튼)의 죽음과도 연결된다. 그는 온몸에 기름이 발려진 채로 침대 위에서 죽임을 당했다.

007 퀀텀 오브 솔러스

감독 마크 포스터

출연 다니엘 크레이그, 올가 쿠릴렌코, 마티유 아말릭, 주디 덴치

개봉 2008.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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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카지노 로얄>의 포커 게임

<007 카지노 로얄>

<007 카지노 로얄>의 최고의 장면을 선정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출연한 제임스 본드 영화가 가운데 <007 카지노 로얄>은 로톤토마토 기준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얻고 있는 작품이다. 살인면허를 가진 제임스 본드의 탄생을 담은 <007 카지노 로얄>은 쇠락길을 걷고 있던 프랜차이즈를 멋지게 부활시켰다. 그런 만큼 이 작품에는 명장면 후보가 많다. 공사장에서 벌어지는 오프닝 시퀀스의 입이 쩍 벌어지는 액션 연출, 발가벗은 본드가 르 쉬프(매즈 미켈슨)에게 매우 민감한 부분(?!)에 고문을 당하는 유명한 장면, 고속 열차에서 베스퍼(에바 그린)와 처음 만나 서로를 미묘한 탐색전을 벌이는 대화 등이 모두 후보가 될 수 있다. 영화의 마지막 신도 기억에 남는다. “본드, 제임스 본드”(Name is Bond, James Bond)라는 대사가 그제서야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이 영화의 제목처럼 르 쉬프와 본드가 마주한 카지노 시퀀스의 긴장감은 대단했다. 텍사스 홀덤 포커 게임의 규칙을 몰라도 영화를 본 사람들은 모두 블러핑(bluffing)이라는 단어를 기억하게 됐다. 1억 5000만 달러(약 1176억 원)의 판돈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

007 카지노 로얄

감독 마틴 캠벨

출연 다니엘 크레이그, 에바 그린

개봉 2006.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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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