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극장 상영 시간표에서 유독 많이 보이는 단어, 로맨스. 11월 17일 <장르만 로맨스>와 <괴짜들의 로맨스>, 11월 24일 <연애 없는 로맨스>까지 개봉하며 골라 먹는 로맨스 영화 삼 형제가 탄생한다. 제목만 보면 헷갈릴 법한 이 세 영화, 각자 어떤 스타일의 로맨스를 꿈꾸는지 관람 포인트를 정리한다.
장르만 로맨스
잘나가는 작가 현(류승룡)은 최근 불운한 일뿐이다. 차기작 아이디어는 떠오르지 않고 아내 미애(오나라)와 이혼했고 주변에서 그를 무시하기 일쑤다. 거기에 친구이자 출판사 대표 순모(김희원)가 미애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나, 아들 성경(성유빈)은 옆집 정원(이유영)과 불장난에 빠지고, 급기야 제자인 줄 알았던 유진(무진성)이 자신을 짝사랑 중이란 사실까지 알게 된다.
호 포인트 말 맛 살아있는 '러브 액츄얼리'
<장르만 로맨스>는 작가 현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들의 관계를 그린다. 사랑을 소재로 하되 여러 관계를 그리는 이런 방식은 한국 관객들에게 <러브 액츄얼리>로 익숙하다. 다만 '알고 보니 다들 인연이 있더라'가 아니고 처음부터 인물들의 사회적 관계를 조망한 후 서사를 풀어가는 점에서 아이러니한 웃음을 자아내는 것이 특징. 류승룡, 오나라, 김희원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연출 제안을 받고 직접 시나리오를 각색한 감독 겸 배우 조은지의 센스가 더해져 관계의 변화 속에서 아웅다웅하는 인물들의 심리가 여러 의미로 다가온다.
불호 포인트 제목처럼 장르만 로맨스
다만 <장르만 로맨스>는 로맨스란 단어의 낭만적이고 섬세한 사랑 이야기를 기대한 관객에겐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다. 정말 제목처럼 장르는 로맨스인데, 각 인물들의 관계를 생각하면 한편으론 막장스럽기 때문. 그 덕분에 끊임없이 웃음을 자아내지만, 반대로 씁쓸한 감성이 적지 않다. 요컨대 이제 막 서로를 알아가는 연인이 같이 볼 수 있는 그런 달달한 영화와는 거리가 있다는 얘기. 한바탕 크게 웃어보고 싶은 관객들에게 입소문이 나고 있는 그런 작품이다.

- 장르만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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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조은지
출연 류승룡, 오나라, 김희원, 이유영, 성유빈, 무진성
개봉 2021.11.17.
괴짜들의 로맨스
일면식도 없던 포칭(임백굉)과 칭(사흔형)은 신경성 강박증을 앓는다는 공통점 하나로 친구가 된다. 매일 서로의 강박증을 함께하면서 둘은 친구 이상으로 가까워진다. 그렇게 일상을 함께 하던 어느 날, 포칭의 강박증이 사라진다. 포칭은 이제 사회 속으로 다시 돌아가려 하고, 칭은 다시 혼자가 된다.
호 포인트 괴짜입니다 근데 이제 사랑스러움을 곁들인
제목이 완벽한 한 줄 요약 같은 <괴짜들의 로맨스>. 그렇지만 제목으로 판단하긴 이르다. 강박을 가진 남녀를 어떻게 괴상하지 않게 표현할 것인가. 류명의 감독은 두 사람의 세계에 화사한 색감을 부여하고 화면비율을 활용해 그 둘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대만산 로맨스 영화답게 아기자기한 맛이 있으나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들과 달리 청춘이 아닌 아웃사이더 두 사람을 그려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카페6>의 임백굉과 드라마 <아화아적십칠세>의 사흔형의 비주얼 케미도 상당하다.
불호 포인트 상영관 어디?
<괴짜들의 로맨스>의 가장 큰 장벽은 스크린 수가 아닐까 싶다. 대만 로맨스가 한국에서 인기 있는 편에 속하지만 일반적으로 '대만 로맨스' 하면 떠오르는 청춘 드라마와 거리가 먼 것도 호불호의 지점. 특히 영화 속에서 유쾌하게 그릴지라도 '강박증'을 묘사하는 부분에서 관객마다 불편한 지점이 있으리라. 웬만하면 예고편을 보고 어떤 스타일의 영화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 괴짜들의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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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류명의
출연 사흔영, 임백굉
개봉 2021.11.17.
연애 빠진 로맨스
얼마 전 남자친구와 이별하고 연애를 '안' 하겠다고 선언한 자영(전종서). 매번 상대에게 쥐락펴락 당한 연애 경험뿐인데 19금 칼럼을 떠맡게 된 우리(손석구). 데이팅 어플에서 만난 두 사람은 연애나 사랑을 바라지도 않고 외로움을 달랠 생각이었지만 계속 만나면서 애매한 관계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호 포인트 독립영화계에서 가장 '핫'한 정가영 감독의 맛
전종서와 손석구, 두 떠오르는 스타의 만남도 기대되지만 <연애 빠진 로맨스>의 핵심이라면 마침내 상업 영화에 데뷔한 정가영 감독일 것이다. 그는 <혀의 미래>, <비치온더비치>, <밤치기>, <하트> 등 20대 청년들의 사랑을 도발적인 대사와 캐릭터들로 직설적으로 표현해왔다. 이번 작품 역시 예기치 못한 상황에 튀어나오는 농담들과 당차다 못해 뻔뻔한 캐릭터가 포인트. 자영 역의 전종서는 <버닝>의 해미와 <콜>의 영숙을 잊게 할 정도로 매력적이고, 냉철한 캐릭터 차영진으로 인기를 얻은 손석구의 지극히 소심한 평범남 연기도 찰떡이다.
불호 포인트 참아, 내 안의 유교 드래곤
개봉 전 시사회 후기를 참고하자면, 앞서 언급한 드립의 수위가 꽤 강하다고 한다. 15세 관람가이지만 흠칫 놀라는 부분도 더러 있다고. 대부분 재밌고 유쾌하다는 반응이나 거의 모든 후기에서 언급되는 것을 보면 꽤 세긴 센 모양. 관객 개인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 연애 빠진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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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정가영
출연 전종서, 손석구
개봉 2021.11.24.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