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프리미어 현장 속 매튜 본 감독

영국의 쿠엔틴 타란티노매튜 본 감독이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로 돌아왔다. <킹스맨> 시리즈의 프리퀄이며,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킹스맨 조직의 탄생 과정을 다룬다. 과거로 돌아간 만큼 기존 시리즈의 주인공 에그시(태런 에저튼) 해리(콜린 퍼스)가 아닌 새로운 인물 옥스퍼드 공작(랄프 파인즈)과 콘래드(해리스 딕킨슨) 스토리를 이끌 예정. 무엇보다 매튜 본 감독의 세 번째 <킹스맨> 시리즈라는 점에서 주목해 볼 만하다. B급과 A급 사이를 오고 가는 연출과 비틀기의 귀재답게 이번 작품에서는 어떤 시도로 관객들에게 쾌감을 선사할지. <킹스맨> 개봉 기념, 매튜 본 감독에 대한 이모저모를 정리했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감독 매튜 본

출연 랄프 파인즈, 해리스 딕킨슨

개봉 2021.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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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노센트 슬립>

프로듀서로 시작(feat. 가이 리치)
 
지금이야 감독으로 명성이 자자한 그이지만, 매튜 본의 시작은 연출이 아닌 프로듀서였다. 1995년 범죄 스릴러 <더 이노센트 슬립> 프로듀서로 시작한 그는 97년 절친한 친구 사이였던 가이 리치 감독과 함께 영국에서 SKA 영화사를 공동 설립했다. 지금의 마브(Marv) 필름이다. 영화사 첫 프로젝트로 세상에 나오게 된 작품이 가이 리치의 초기작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매튜 본은 프로듀서이자 단역으로 역할을 해냈다. 이후 <스내치>, <스웹트 어웨이>까지 가이 리치의 연출작에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실력을 쌓았다. 매튜 본의 작품에서 가이 리치 스타일의 익숙함을 찾아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왼쪽부터)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스내치>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감독 가이 리치

출연 제이슨 플레밍, 덱스터 플레처, 닉 모란, 제이슨 스타뎀

개봉 1999.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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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내치

감독 가이 리치

출연 베니시오 델 토로, 데니스 파리나, 비니 존스, 브래드 피트, 라드 세르베드지야, 제이슨 스타뎀

개봉 200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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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웹트 어웨이

감독 가이 리치

출연 마돈나, 아드리아노 지안니니, 진 트리플혼

개봉 2003.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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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어 케이크>
<레이어 케이크>

<레이어 케이크>로 감독에 데뷔하다
 
가이 리치가 SKA 영화사를 나가고, 2003년 말 매튜 본은 영화사 명을 마브(Marv) 필름으로 변경했다. 여기서 마브 필름의 첫 번째 작품이자 매튜 본의 장편 연출 데뷔작 <레이어 케이크>가 탄생했다. <레이어 케이크>는 범죄 스릴러물로, 가이 리치의 초기작과 흡사한 구조를 띈 작품이다. 마약 브로커 XXXX(다니엘 크레이그)에게 조직의 수장 지미가 자신의 절친한 친구의 딸을 찾아줄 것을 부탁한다. XXXX가 여자를 찾는 동안 또 다른 남자 듀크(제이미 포어맨) 창고에 있던 타 조직의 마약을 훔치고 이로 인해 XXXX까지 타깃이 되고 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미가 자신을 믿지 못한 채 험담을 하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된 XXXX는 지미를 살해하고야 만다.
 
<레이어 케이크>는 한 인물을 중심으로 갱, 마약상 등 다수의 인물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서로 다른 컷에 위치한 이들은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끝내 한데 모이게 되며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꼬여간다. 한마디로 난장판이다. 여기에 매튜 본 식의 플롯 비틀기, 유쾌함이 더해진다. 가이 리치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한 작품이라는 평도 많았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튜 본만의 개성이 묻어난 도전작이다. 실제로 <레이어 케이크>는 가이 리치가 연출하려고 했던 작품이기도.

<007 카지노로얄>

재밌는 사실은 XXXX를 연기한 다니엘 크레이그가 이 작품을 통해 <007> 시리즈 제임스 본드 역에 유력한 캐스팅 후보가 됐다는 점이다. <007> 시리즈 제작자 바바라 브로콜리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연기를 본 순간 제임스 본드 역에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그렇게 다니엘 크레이그는 6대 제임스 본드가 될 수 있었고, <레이어 케이크>에서 시드니 역으로 출연한 벤 휘쇼는 7년 후 <007 스카이폴>(2012)을 통해 다니엘 크레이그와 재회했다.

레이어 케이크

감독 매튜 본

출연 다니엘 크레이그, 톰 하디, 시에나 밀러, 제이미 포어맨, 샐리 호킨스, 번 고먼, 조지 해리스, 타머 해선, 콤 미니, 마르첼 유레스, 프란시스 매지, 디미트리 안드레아, 케네스 크랜햄

개봉 2005.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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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 애스: 영웅의 탄생>

<킥 애스: 영웅의 탄생> 그리고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레이어 케이크>를 지나 지금의 <킹스맨> 시리즈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고히 하기까지 매튜 본에게도 우여곡절은 있었다. 차기작 <스타더스트>로 평단의 호평을 받았으나 흥행에는 실패한 그는 야심작으로 <킥 애스: 영웅의 탄생>(이하 <킥 애스>)을 계획했다. <킥 애스>의 원작자 마크 밀러가 <스타더스트> 런던 시사회에서 매튜 본을 만났을 때 <킥 애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고. 문제는 자금이었다. 다소 초현실적인 그래픽 노블 실사화를 원했던 그의 계획은 안타깝게도 모든 스튜디오에게 거절당하기에 이르렀고, 매튜 본 역시 자유롭게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영화를 만들길 원했기에 스튜디오들로부터 자금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집을 담보로 잡아 저예산의 히어로 영화를 만들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화끈한 B급 감성으로 히어로물의 클리셰를 부수며 현실적인 소시민적 히어로를 스크린에 펼쳐냈다.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3천만 달러라는 저예산 제작비로 약 1억 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킥 애스>로 자신의 이름을 알리게 된 매튜 본. 그에게 주어진 다음 과제는 <엑스맨> 리부트 시리즈였다. 전작의 악평을 이겨내야 했기에 리부트의 시작은 꽤나 부담이었을 터. 우려 섞인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매튜 본은 <킥 애스>의 성공이 운이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야 만다. 전 시리즈를 이끌었던 패트릭 스튜어트, 이안 맥켈런이 아닌 마이클 패스벤더, 제임스 맥어보이로 새로이 구성한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는 완벽한 리부트의 출발이었다. 프로페서X 매그니토, 그리고 엑스맨팀의 탄생기를 그린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1960년대 냉전 시대의 정치적 이슈에 뮤턴트들의 고뇌를 적절히 다뤘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매튜 본의 고질적인 한계로 불리는 개연성도 부족함 없이 이야기를 채웠다는 점에서 제 역량을 보완해 입증해냈다.

킥 애스: 영웅의 탄생

감독 매튜 본

출연 애런 존슨, 클로이 모레츠, 니콜라스 케이지, 마크 스트롱, 크리스토퍼 민츠 프래지

개봉 2010.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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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감독 매튜 본

출연 제임스 맥어보이, 마이클 패스벤더, 케빈 베이컨, 제니퍼 로렌스, 재뉴어리 존스

개봉 2011.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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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킹스맨: 골든 서클>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킹스맨> 시리즈
 
<킥 애스>로 자신만의 B급 감성 액션을 선보였던 그는 <킹스맨>으로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저예산의 한계를 이번엔 자본의 힘을 받아 마음껏 풀어내게 된 것이다. 첩보 액션인데 <본 시리즈>를 떠올리면 안 된다. 이렇게 골 때릴 수가 없다. 동네나 전전하던 루저가 젠틀맨 스파이 비밀 요원이 된다? 그야말로 매튜 본에게 딱 맞는 옷이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킥 애스>에 이어 두 번째로 마크 밀러의 원작 그래픽 노블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피가 낭자하고 병맛에 가까운 유머로 가득하지만 불쾌함보다는 B급 특유의 쾌감이 가득하다. 리드미컬하고 속도감 있는 액션과 1인칭 시점의 샷 등으로 독창적인 액션신을 구상한 것이 특이점이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는 한국에서 특히 큰 인기를 끌었는데, 612만 관객을 돌파하며 청소년 관람 불가 외화 신기록을 세웠다. 북미를 제외하고 해외 흥행 2위를 기록했다. 덕분에 매튜 본의 한국 사랑이 남다른 편이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촬영현장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

감독 매튜 본

출연 콜린 퍼스, 태런 에저튼, 사무엘 L. 잭슨

개봉 2015.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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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 골든 서클

감독 매튜 본

출연 태런 에저튼, 줄리안 무어, 콜린 퍼스

개봉 2017.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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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 골든 서클> 마크 스트롱
(왼쪽부터) <스타더스트>, <킥 애스: 영웅의 탄생>

매튜 본 작품 속 단골손님
 
그의 영화들을 보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얼굴이 있다. 묵직한 목소리가 인상적인 배우 마크 스트롱이다. 실제로도 친분이 두터운 두 사람. 마크 스트롱은 무려 네 작품이나 매튜 본과 호흡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그는 <스타더스트>에서 트리스탄(찰리 콕스)의 조력자이자 루비를 찾아다니던 왕자 셉티머스, <킥 애스: 영웅의 탄생>에선 마약조직 디아미코의 보스 프랭크 다미코 분했다. 두 작품에선 머리가 풍성한 마크 스트롱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매튜 본의 대표작 <킹스맨>에서도 그가 빠질 수 없다. 마크 스트롱은 코드네임 멀린역으로 극 중 에그시(태런 에저튼) 훈련 교관이자 조직 내 해커 역을 소화하며 특히 <킹스맨: 골든 서클>에서 선명한 인상을 남겼다.

(왼쪽부터)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제이슨 플레밍

제이슨 플레밍 역시 네 작품을 그와 함께했다. 주로 단역, 조연으로 출연했기에 그의 모습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제이슨 플레밍은 매튜 본이 프로듀서로 참여했던 <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스내치> 두 작품으로 먼저 인연을 쌓았다. 이후 <레이어 케이크>, <스타더스트>, <킥애스: 영웅의 탄생>,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까지 따지고 보면 총 6 작품을 그와 작업한 셈이다. 제이슨은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에서 분장을 하고 순간 이동 뮤턴트 아자젤 출연했다.

레이어 케이크

감독 매튜 본

출연 다니엘 크레이그, 톰 하디, 시에나 밀러, 제이미 포어맨, 샐리 호킨스, 번 고먼, 조지 해리스, 타머 해선, 콤 미니, 마르첼 유레스, 프란시스 매지, 디미트리 안드레아, 케네스 크랜햄

개봉 2005.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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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더스트

감독 매튜 본

출연 찰리 콕스, 클레어 데인즈, 미셸 파이퍼, 로버트 드 니로, 시에나 밀러

개봉 2007.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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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감독 매튜 본

출연 제임스 맥어보이, 마이클 패스벤더, 케빈 베이컨, 제니퍼 로렌스, 재뉴어리 존스

개봉 2011.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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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 애스: 영웅의 탄생

감독 매튜 본

출연 애런 존슨, 클로이 모레츠, 니콜라스 케이지, 마크 스트롱, 크리스토퍼 민츠 프래지

개봉 2010.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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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

감독 매튜 본

출연 콜린 퍼스, 태런 에저튼, 사무엘 L. 잭슨

개봉 2015.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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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카지노로얄>

<토르: 천둥의 신>, <007 카지노 로얄> ... 연출할 뻔한 작품들
 
아쉽게도 매튜 본이 연출할 뻔했지만 성사되지 않은 작품들도 있다. <007 카지노로얄> 그렇다. 매튜 본에게 제안이 갔고, 스튜디오와 회의까지 마쳤으나 제작이 1년이나 연기되면서 하차했다. 만약 <007 카지노로얄> 연출했다면 <레이어 케이크> 이후 두 번째로 다니엘 크레이그와 호흡을 맞췄을지도.

<엑스맨: 최후의 전쟁>
<토르: 천둥의 신>

<엑스맨: 최후의 전쟁> 역시 마찬가지다. 감독으로 확정되었으나 일보다 가족이 우선이라는 이유로 촬영이 시작되기 2주 전에 하차했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또한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의 성공으로 인해 그가 연출하려 했지만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연출을 위해 하차할 수밖에 없었다고. 대신 제작과 각본에 참여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그 외에도 <토르: 천둥의 신> 감독 후보에 올랐으나 배우이자 감독인 케네스 브래너에게 자리가 돌아갔다.

(왼쪽부터) <스타더스트>, <맨 오브 스틸> 헨리 카빌

아직까지 미지수인 작품도 있다. 2017, 매튜 본은 DC <맨 오브 스틸> 후속편을 제안받아 물망에 올랐으나 제작이 불투명해졌다. 그간 소식이 없었지만 최근 인터뷰를 통해 <맨 오브 스틸> 후속편에 대해 언급하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헨리 카빌과 화려한 슈퍼맨 영화를 만들고 싶다라며 여전히 새로운 슈퍼맨 영화에 대한 여지가 있다. 다채롭고 재미있는 슈퍼맨 영화를 만들고 싶다라고 언급했다. 워너 브러더스가 다시 매튜 본의 손을 잡을지 지켜보도록 하자.


<아가일>

차기작은?
 
드디어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를 선보인 매튜 본. 그의 다음 행보 역시 스파이물이 될 전망이다. 매튜 본의 차기작 <아가일>(Argylle)2022년 출간 예정인 엘리 콘로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첩보 스릴러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스파이 아가일의 글로벌한 일대기를 다룬 것으로 3부작으로 구성된 프랜차이즈를 계획 중이라고. 헨리 카빌이 <스타더스트>에 이어 두 번째로 매튜 본과 호흡을 맞출 예정이며 샘 록웰, 존 시나, 사무엘 L. 잭슨, 두아 리파 등이 출연을 확정 지었다. 지난 8월 영국 런던에서 촬영을 시작했다. 미국과 런던, 그리스를 비롯한 세계 여러 지역을 배경으로 한다. 매튜 본 감독은 <아가일>에 대해 초안을 읽었을 때 이안 플레밍의 50년대 책 이후 가장 놀랍고 독창적인 스파이 프랜차이즈라고 느꼈다라며 기대감을 내보였다. 공개 일은 미정이며 애플TV+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씨네플레이 문선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