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여행자
★★★☆
앞이 보이지 않고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야 하는 주인공 야코(페트리 포이콜라이넨). 그에게 유일한 낙은 전화로 시르파(마리아나 마야라)라는 여인과 데이트를 하는 것이다. 야코는 어느 날 시르파를 직접 만나기 위해 1000km에 달하는 여행길에 오른다. 주인공의 얼굴 외엔 포커싱 아웃 된 화면으로 시종일관 진행되는 이 영화는, 범죄 스릴러라는 장르 요소와 만나면서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로 변하고, 그러면서도 장애인의 현실에 대한 사회적 발언을 놓치지 않는다. 시종일관 영화광 스타일의 잔잔한 유머가 흐른다. 마지막 장면은, 감동이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소재에 대한 사려 깊음
★★★☆
다발성경화증으로 시각을 잃고 하반신이 마비된 야코가 1000km 떨어진 도시에 사는 연인을 만나기 위해 홀로 길을 떠나며 겪는 이야기. 테무 니키 감독은 익숙한 길을 피해간다. 관객으로 하여금 시각장애인 입장에서 영화를 바라보도록 유도한 것. 야코 얼굴을 카메라가 타이트하게 따라붙고, 야코 외의 주변 초점은 흐릿하게 처리됐다. 분명 전략이 있는 선택이다. 그러나 이 형식에 눈길이 가는 건 그것의 기술적 성취가 신선해서가 아니라, 소재를 대하는 창작자들의 사려 깊은 예의가 감지되기 때문이다. 휠체어에 발이 묶여 있는 설정인 만큼 배우가 다양한 연기를 선보이는 게 쉽지 않지만, 실제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는 페트리 포이콜라이넨은 다양한 감정의 골을 얼굴 안에 흡인력 있게 새겨 넣는다. 무엇보다, 어떤 상황에서도 유머를 놓지 않는 주인공의 자세가 매력적이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제목만큼이나 흥미로운 영화
★★★☆
영화의 주인공 ‘그 남자’는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흥행작 <타이타닉>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 이유뿐 아니라 난치성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는 남자가 영화광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건 어렵지 않다. 중요한 건 난치병으로 인해 시력을 잃고 몸을 가누지 못하는 주인공이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세상 밖으로 나오기로 결심하고 행동에 옮기는 데 있다. 시각장애인의 시점으로 촬영한 영화는 장애인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되고, 주인공의 험난한 여정에 밀도 높은 긴장감을 부여한다. 장애인 영화 또는 로맨스 영화로 구분할 필요가 없는, 뛰어난 개성을 지닌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