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지난 4월 13일, <신비한 동물> 시리즈의 세 번째 영화이자 <해리 포터> 세계관의 열한 번째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이하 <덤블도어의 비밀>)이 개봉했다.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이하 <그린델왈드의 범죄>) 이후 4년 만의 새 작품이다. 영화는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제2차 세계대전에 마법사들이 개입하면서 강력한 어둠의 마법사 그린델왈드(매즈 미켈슨)의 힘이 날로 커진다. 전 세계에서 추종자를 모으며 머글 세계와의 대대적인 전쟁을 선포한 그린델왈드. 이를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는 덤블도어(주드 로)는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을 주축으로 하는 팀을 꾸려 그린델왈드를 막아 나선다. 부제가 그렇듯 <덤블도어의 비밀>은 덤블도어의 숨겨진 비밀을 밝혀내며, 과정에서 덤블도어와 그린델왈드의 피보다 진한 악연 역시 드러난다.

<해리 포터> 시리즈와 함께 자란 일명 '해덕'이라면, 호그와트가 담긴 세계관의 새 이야기를 아직까지도 만나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기쁘고 덕심이 차오르겠지만, 아쉽게도 전반적인 평은 <그린델왈드의 범죄>가 그렇듯 좋지만은 않다. 신비한 동물들과 뉴트의 분량과 개연성 면에서 혹평을 더러 받았으며 참고로 로튼토마토 신선도는 47%다. <덤블도어의 비밀> 흥행 관련 이슈를 정리하고 4편을 예측해 본다.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감독 데이빗 예이츠

출연 에디 레드메인, 주드 로, 매즈 미켈슨, 댄 포글러, 앨리슨 수돌, 에즈라 밀러, 칼럼 터너, 제시카 윌리엄스, 빅토리아 예이츠, 윌리엄 나딜람, 리처드 코일

개봉 2022.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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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 세계관 최하 오프닝 스코어

<덤블도어의 비밀>은 개봉 첫 주 미국 박스오피스 흥행 수익 4,300만 달러로 시작했다. 이는 마법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중 가장 낮은 오프닝 기록이다. 영화 내부적 문제와 더불어 바깥 요인이 영향을 끼친 결과이겠다. 지난 2020년 J.K. 롤링의 트랜스젠더 관련 발언이 문제 되고 나서 LGBTQ 커뮤니티가 그녀로부터 돌아선 것, 가정폭력 법정 공방에 휘말린 조니 뎁이 하차하고 매즈 미켈슨이 합류한 것, 이미 전적이 있던 에즈라 밀러가 개봉을 코앞에 두고 또 폭행 난동을 피운 것 등의 사건이 있었다.

한주 먼저 개봉한 <수퍼 소닉 2>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로 데뷔했다. 2022년 개봉작 중 네 번째로 오프닝 스코어가 좋지만, 팬데믹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앞의 세 작품과 비교하면 그다지 높은 기록은 아니다. <더 배트맨> 1억 3,400만 달러, <수퍼 소닉 2> 7,200만 달러, <언차티드> 4,400만 달러의 뒤를 잇는다.

<신비한 동물> 시리즈의 세 작품은 <해리 포터> 시리즈의 모든 작품보다 박스오피스 성적이 낮다.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 2부>이 1억 6,900만 달러로 정점을 찍었고 가장 낮은 건 7,700만 달러를 기록한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이었다. 첫 편 <신비한 동물사전>의 경우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7,400만 달러로 시작하면서 그 가능성을 보여줬으나 두 속편은 거듭 기대를 떨어뜨렸다. <그린델왈드의 범죄>의 오프닝 스코어는 6,200만 달러였고, 이번 작품은 그보다 1,900만 달러만큼 낮다.


제작비 2억 달러, 얼마나 더 벌어야 할까?

팬데믹으로 촬영이 지연되는 등 이런저런 문제를 겪으면서 <덤블도어의 비밀>의 제작비는 2억 달러까지 올랐다. 이는 프로모션 비용은 포함하지 않은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미국에서 4,300만 달러를 거둔 <덤블도어의 비밀>은 1, 2편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흥행 수익에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되지만 여전히 팬데믹이 문제다.

코로나19 이후 할리우드 영화 중 단 다섯 편만이 전 세계 흥행 수익 5억 달러를 기록했고, <덤블도어의 비밀>은 그 발치에도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개봉 후 지금까지의 글로벌 수익은 1억 9,300만 달러로 추정된다. <신비한 동물사전>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비슷한 예산으로 제작되어 각각 8억 달러, 6억 5,490만 달러를 벌었다.


5부작 기획, 4편 제작 가능성은?

각본을 쓴 J.K. 롤링은 <신비한 동물사전> 개봉에 앞서 <신비한 동물> 시리즈를 1926년부터 1945년 사이 마법세계를 다루는 5부작으로 기획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워너 브라더스에서 다음 편 제작을 공식적으로 확정한 것은 아니다. 아직 정해진 것은 없으며 워너가 4편 제작 여부를 발표하기까지 최소 몇 주, 혹은 몇 달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만에 하나 <덤블도어의 비밀>에 대한 좋지 않은 반응으로 인해 4편 제작이 무산되더라도, <해리 포터> 세계관을 영영 더 볼 수 없을 것이라는 걱정은 덜어도 좋겠다. <해리 포터 20주년 기념: 리턴 투 호그와트>가 고맙게 찾아와 주었듯 워너가 또 다른 <해리 포터> 스핀오프를 제작할 가능성만은 여전하다. 최근에는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를 영화화하는 데 관심 있다”고 언급해 팬들을 설레게 하기도 했다.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는 2016년 초연한 연극으로,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 마지막 장면에 등장한 해리 포터의 아들 알버스 세베루스 포터의 이야기다.)


4편은 어떤 이야기를 할까?
 *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덤블도어의 비밀>에서는 아우렐리우스 덤블도어/크레덴스(에즈라 밀러)가 애버포스 덤블도어(리차드 코일)의 아들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애버포스가 죽어가는 아우렐리우스를 데려간다. 그린델왈드는 선거에서 비첸시아 산토스(마리아 페르난다 샌디도)에게 지고, 피의 맹세로부터 벗어난 덤블도어와 결투를 벌인다. 선거 중 전 세계 모든 마법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린델왈드의 악의가 드러났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데, 이후 그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뒤에서 군대 양성을 할 것임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4편이 어떤 이야기가 될지에 대해 팬들이 내놓은 몇 가지 가설이 있다. 영화의 끝에서 돌아온 퀴니 골드스틴(앨리슨 수돌)과 제이콥 코왈스키(댄 포글러)는 결혼식을 올린다. <덤블도어의 비밀>에서는 해피엔딩처럼 연출되었지만, <해리 포터> 대에도 마법사들은 머글과의 결혼을 좀처럼 반기지 않는 마당에 그보다 60년 전의 일을 그리는 <신비한 동물> 시리즈라고 다를 것 없을 테다. 그린델왈드 역시 여전히 머글의 존재를 부정하기에 이 커플은 1~3편에서 겪은 것과 또 다른 산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비한 동물사전>은 1926년을, <덤블도어의 비밀>은 1932년을 배경으로 하며 5편은 1945년에 마무리된다. 볼드모트가 호그와트에 입학한 것이 1938년이다. 1~3편은 앞 작품이 끝난 시점에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사이 어느 정도의 시간을 건너뛰기에 빠르면 다음 편에서 볼드모트의 학창 시절을 볼 수도 있겠다.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에 등장한, 덤블도어가 울 고아원에 있는 어린 톰 리들을 찾아간 순간과 겹치는 지점이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1, 2편에서 활약했던 티나 골드스틴(캐서린 워터스턴)이 <덤블도어의 비밀>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이 많은 팬들을 의아하게 했다. 그래도 마지막에 제이콥의 빵집 앞에 선 뉴트와 티나의 몽글몽글한 장면을 넣음으로써 아쉬움을 덜기를 꾀했다. J.K. 롤링이 직접 확인해 주었듯 <해리 포터> 세계관에서 뉴트와 티나는 나중에 부부가 된다. 이를 고려하면 아직은 아무 사이도 아닌 그들이 다음 편에서 커플이 될지도 모르겠다. 덤블도어의 최측근이자 위대한 마법사 중 한 명인 미네르바 맥고나걸(피오나 글라스콧)의 비중이 커질 것이라는 바람 같은 가설도 있으며, 3편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내기니와 관련된 이야기를 다시 만날 가능성도 있다.



나우무비 에디터 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