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국에도 '만 나이'만 남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11일, 법적·사회적 나이 계산법을 ‘만 나이’로 통일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공약 중 하나였다. 그동안 한국인 나이는 3가지였다. 첫 번째 '만 나이', 두 번째는 태어나자마자 한 살이 되고 새해가 되면 한 살씩 먹는 '한국식 나이', 세 번째는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빼는 ‘연 나이’다. 세 번째는 병역법과 청소년보호법을 적용할 때 쓰인다. 앞으로 '한국식 나이', '연 나이'는 사라지겠지만, 그럼에도 한동안 ‘빠른년생’을 둘러싼 논쟁은 분분할 전망이다. 한국식 나이, 만 나이, 연 나이는 셈법이 따로 있는 반면, 빠른년생은 당사자끼리 알아서 정리하는 것이 관습이다. 배우들은 어떨까. 빠른년생 배우들의 족보 정리 에피소드를 모았다.
 


손예진(1982년 1월 11일/빠른)
현빈(1982년 9월 25일)

영화 <협상>,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으로 만나 실제로 결혼까지 골인한 현빈과 손예진 커플은 모두 1982년생이다. 손예진은 1982년 1월생으로 1981년생 친구들과 함께 학교를 다녔다. 현빈은 9월생이다. 손예진은 영화 <협상>의 홍보 인터뷰에서 현빈과의 호칭을 묻자 “사실 제가 생일이 빠르다. 1월 생일이다. (현빈과) 학번이 다르다. 어떻게든 누나 소리를 듣고 싶었는데 이제는 가만히 있는다. 누나라고 절대 안 하더라”라고 밝혔다. 손예진은 현빈을 ‘빈씨’라고 부르고, 현빈은 손예진을 ‘손배우’라고 부른다고 덧붙였다. 최근 공개된 두 사람의 결혼식 축사 장면에서는 현빈을 향한 손예진의 호칭이 ‘자기야’인 것으로 밝혀지며 화제를 모았다.
 


손예진(1982년 1월 11일/빠른)
전미도(1982년 8월 4일)

지난 3월 종영한 드라마 <서른, 아홉>은 마흔을 코앞에 둔 세 친구의 우정과 사랑,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루는 현실 휴먼 로맨스 드라마다. 손예진과, 전미도, 김지현이 동갑내기 친구로 출연했다. 실제로 손예진과 전미도, 김지현은 모두 1982년생 동갑이다. 그 중 앞서 소개한 손예진과 김지현은 빠른 82년생이라 전미도 보다 학번이 하나 위다. 전미도는 <서른, 아홉> 종영 인터뷰를 통해 “(손예진, 김지현은) 빠른 82년생이라 학년은 차이가 있는데 다행히 저를 친구로 삼아줬다”라며 “지현씨는 10년 전부터 친구로 지내 왔었는데, 세 사람 모두 동갑이라 말할 때 편하더라. 이야기를 할 때 주제도 엇비슷하니까 대화가 잘 됐다. 극 중에서도 여자친구들끼리 공감하고 경험했을 법한 장면이 워낙 많다 보니 연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우빈(1989년 7월 16일)
박신혜(1990년 2월 18일/빠른)

드라마 <상속자들>로 처음 만난 박신혜와 김우빈은 나이 문제로 어렵게(?) 친구가 됐다. 김우빈이 ‘빠른년생과는 친구 안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박신혜는 “선배님이라고 부를래? 친구 할래?”라고 물었고, 김우빈의 답변은 당연히 “친구하자”였다. 박신혜는 1990년 2월 생으로 2003년, 이승환의 ‘꽃’ 뮤직비디오를 통해 연예계에 데뷔해, 드라마 <천국의 계단>을 시작으로 배우의 길을 걸어온 19년차 베테랑 배우다. 1989년생인 김우빈은 “빠른 90년생과는 관계가 많이 꼬였기에 친구를 안 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빠른년생을 인정하지 않았던 이유를 고백했다.  
 


김우빈(1989년 7월 16일)
준호(1990년 1월 25일/빠른)
강하늘(1990년 2월 21일/빠른)

김우빈은 영화 <스물>로도 빠른년생 친구들과 엮였다. <스물>은 <극한직업>으로 1,6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급 흥행에 성공한 이병헌 감독의 첫 상업영화 연출작이다. 인생의 가장 부끄러운 순간을 함께 한 스무 살 동갑내기 세 친구의 자체발광 코미디를 그렸다. 김우빈은 잉여의 삶을 지향하는 인기절정의 백수를, 준호는 만화가가 꿈인 생활력 강한 재수생을, 강하늘은 대기업 입사가 목표지만 술만 마시면 돌변하는 새내기 대학생을 연기했다. 김우빈은 1989년생, 나머지 두 사람은 빠른 1990년생이다. 준호는 2015년, <스물>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통해 “만나자마자 서열 정리했다. 말 안 해도 하늘이랑은 원래 친구고, 우빈이랑도 친구가 맞는데 우빈이가 ‘빠른 년생들이랑은 친구 안 한다’고 이야기했더라. 그런데 내가 이미 89년생들이랑 친구인데 어떡하나. 우빈이도 ‘90년생이랑 친구 아니냐’라고 묻더라. 그래서 아니라고 했더니 ‘그럼 친구하자’”라며 상황이 정리되었다 전했다.  
 


김가은(1989년 1월 8일/빠른)
정소민(1989년 3월 16일)
이솜(1990년 1월 30일/빠른)

홈리스와 하우스 푸어의 계약 결혼을 소재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출연진도 빠른 생일로 족보가 꼬일 뻔 했다. 극중 단짝인 윤지호(정소민), 우수지(이솜), 김가은(양호랑)은 실제로도 한 살 터울인 또래 친구들이다. 정소민은 1989년 3월 생이고, 이솜은 1990년 1월 생, 김가은은 1989년 1월 생이다. 이솜은 빠른 1990년생이고, 김가은은 빠른 1989년생이다. 이솜은 1989년생인 정소민과 같은 시기에 학교를 다녔고, 김가은은 1988년생들과 같이 학교를 다녔다. 김가은은 이솜과 생일이 1년 정도 차이가 나고, 정소민과는 출생연도가 같다. 고등학교 졸업년도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김가은이 가장 언니다. 이에 김가은은 “극중에서 지호와 호랑, 수지 모두 친구들 아니냐. ‘친구’로 불러야 진짜 친해질 수 있을 것 같다”라며 모두 친구로 지내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호칭 정리가 끝나는 듯 했으나 복병이 등장한다. 호랑의 남자친구 원석 역으로 출연한 김민석은 1990년 1월 생이다. 촬영 초반, 김민석은 정소민, 이솜과는 친구로 지냈고 김가은은 ‘누나’라고 불렀다. 결국 나이가 다 꼬이자 김민석은 김가은을 향해 극중 애칭 ‘랑’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유해진(1970년 1월 4일/빠른)
차승원(1970년 6월 7일)
이서진(1971년 1월 30일/빠른)

연예계 대표 절친 유해진과 차승원은 모두 1970년생이다. 다만 유해진은 1월생으로, 빠른 1970년생이고 차승원은 1970년 6월생이다. 두 배우는 1999년 <주유소 습격사건>으로 처음 만난 후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 <이장과 군수> 등 다양한 작품을 함께 하며 20년 넘게 두터운 친분을 유지 중이다. 특히 tvN 예능 <삼시세끼>에 출연하며 서로를 ‘유선수’, ‘차선수’로 부르며 케미를 뽐내왔다. 여기에 이서진이 등장하면 족보가 조금 애매해진다. 이서진은 빠른 1971년생으로 1970년생인 차승원과 학창시절을 같이했다. <삼시세끼-어촌편5>에 출연한 이서진은 차승원에게 존칭을 사용했고,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유해진에게도 깍듯하게 존칭을 쓰며 눈길을 끌었다. 유해진, 차승원 또한 이서진에게 말을 높이며 빠른년생과는 상관없이 훈훈한 모습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나우무비 에디터 고래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