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공원' 시리즈 6번째 시리즈이자, '쥬라기 월드'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이 절찬 상영 중이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을 보기 전 후 곱씹어볼 만한 3부작의 전편 <쥬라기 월드>(2015),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2018)에 관한 사실을 정리했다.


<쥬라기 공원 3>

스티븐 스필버그와 제작사 앰블린 엔터테인먼트는 3 <쥬라기 공원 3>가 개봉한 2001년부터 쥬라기 공원 네 번째 시리즈의 아이디어 개발을 시작하려 했다. <쥬라기 공원 3>의 조 존스턴 감독은 4편을 이어 연출하는 걸 원치 않던 와중 윌리엄 모나한이 각본을 쓰고 2005년 중반 개봉하는 일정이 잡혔다. 2003년 여름 모나한이 시나리오 초고를 썼지만 리들리 스콧의 <킹덤 오브 헤븐> 작업을 위해 프로젝트에서 하차했고 이후 여러 작가들이 기용됐지만 제작은 계속 미뤄지기만 했다.

<안전을 보장할 수 없음>

제대로 가닥이 잡히기 시작한 건 <요람을 흔드는 손>(1992)에 참여(하고 훗날 혹성 탈출 리부트 시리즈에 깊숙이 관여)한 릭 자파, 아만다 실버 부부가 2012년 시나리오 작가로 기용되면서부터다. 활발히 운영되는 공룡 테마 파크, 훈련된 랩터와 관계가 깊은 사람, 인간을 잡아먹는 공룡의 탈출, 스필버그가 내놓은 세 가지 아이디어를 통합한 각본을 썼다. SF와 로맨틱코미디를 접목한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2012)으로 호평 받은 콜린 트레보로우가 감독을 맡고, 시나리오 파트너 데릭 코널리와 함께 자파/아만다의 버전을 다듬었다. 각본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예정된 개봉일을 1년 미뤘다.

<쥬라기 월드>

<쥬라기 월드> 1 <쥬라기 공원>(1993)이 공개된 날로부터 딱 22년이 지난 2015 6월에 개봉되긴 했지만 콜린 트레보로우 감독은 팬서비스 이상의 명분이 없다고 판단해 <쥬라기 공원>의 주역이었던 앨런 그랜트(샘 닐), 엘리 새틀러(로라 던), 이안 말콤(제프 골드블럼) 등을 다시 등장시키지 않기로 했다. 다만 공룡을 복원한 캐릭터 헨리 우(B.D. ) 쥬라기 월드 시리즈의 메인 빌런 캐릭터로 활약했다. 스탭 대부분이 <쥬라기 공원>과는 다른 이들로 채워졌지만, 공룡의 비주얼을 담당한 필 티페트는 제 역할로 돌아와 쥬라기 월드’ 3부작 모두 참여했다. 트레보로우는 이번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에 (이미 세상을 떠난 리처드 애튼버러를 제외한) 샘 닐, 로라 던, 제프 골드블럼을 다시 데려 왔다.

<쥬라기 공원>

캐릭터와 배우가 다시 나오진 않지만 <쥬라기 공원>에 대한 오마주를 담은 설정들이 곳곳에 새겨져 있다. 주인공 일행이 쥬라기 월드에 들어설 때 나오는 음악은 <쥬라기 공원>에서도 쥬라기 공원의 외관이 드러나는 대목에 쓰인 ‘Theme from Jurassic Park’. 랩터가 클레어의 차를 추격할 때 사이드미러에 랩터가 보이는 장면은 <쥬라기 공원>의 그 유명한(그래서 <토이스토리 2>에서도 패러디 된) 티렉스 차량 추격 신을 고스란히 따온 것이다. 폭포에서 뛰어내릴 때 셋까지 세기로 했다가 둘에 뛰는 것도 전기 담장을 넘는 대목을 떠올리게 한다. 1편의 티렉스는 <쥬라기 월드> 후반부에서 주인공 일행을 돕는 같은 공룡이다. 오른쪽 뺨의 흉터가 바로 그 증거. 그 밖에 화면 구도, 대사, 소품 등 겹치는 구석이 아주 많다.

<쥬라기 공원> 티렉스
<쥬라기 월드> 티렉스

<쥬라기 월드>에서 처음 등장하는 자이로스피어는 총괄 프로듀서인 스티븐 스필버그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그는 사람들이 스스로 주행하면서 동물과 가능한 가깝게 만날 수 있는 탈것을 고려해 자이로스피어를 만들었다. 1편의 포드 익스플로러를 생각하며 대비되는 쓰임새인 셈.

자이로스피어

<쥬라기 공원> 개봉 첫날 본 이후 줄곧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로 꼽아온 크리스 프랫은 드라마 <팍스 앤 레크리에이션> 시즌 2 DVD 부가 영상에서 <쥬라기 공원 4>에 캐스팅 됐다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가짜 메시지를 읽은 바 있다. 그리고 몇 년 후 그는 진짜 4편에 해당하는 <쥬라기 월드>의 오웬 그래디 역을 맡게 됐다. 오웬은 영화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시작한 지 19분이 지난 후에야 처음 등장하고, 러닝타임 통틀어 35분간 얼굴을 비춘다. 프랫은 영화에서 오웬이 타던 트라이엄프 오토바이를 촬영을 마친 후 선물 받았다.

<쥬라기 월드> 크리스 프랫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가 연기한 클레어 디어링은 위 아래 모두 하얀 옷만 입고 등장하는데, 이는 <쥬라기 공원>에서 같은 시설을 운영하는 캐릭터였던 존 해먼드(리처드 애튼버러)에 대한 오마주였다. 한편, 클레어가 셔츠를 묶고 소매를 걷어붙인 채 준비됐어요라고 말하는 대목은 <쥬라기 공원>의 엘리 새틀러(로라 던)가 했던 걸 그대로 재연한 것이다. 영화 내내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설정을 위해 하워드는 발목 운동은 힐을 신고 뛰어야 하는 고된 훈련을 받아야 만했다.

<쥬라기 공원> 로라 던 / <쥬라기 월드>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쥬라기 월드>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감을 뽐내는 인도미누스 렉스. 인도미누스라는 이름은 길들여지지 않은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단어 ‘indomitus’에서 따왔다. 편의상 공룡으로 칭하지만, 애초에 인공적으로 설계된 괴물이기에 엄밀히 말하자면 공룡은 아니다.

인도미누스 렉스

콜린 트레보로우 감독은 <쥬라기 월드>를 시리즈로 개발하기를 원한 총괄 프로듀서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일찌감치 첫 영화만 연출하는 데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2019)의 감독으로 내정됐던 트레보로우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데릭 코널리와 시나리오를 썼고, 호러 <오퍼나지: 비밀의 계단>(2007)과 재난 드라마 <더 임파서블>(2012)를 거쳐 좀비 액션 <월드 워 Z>의 속편을 연출할 예정이었던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가 감독을 맡게 됐다. 스필버그를 비롯한 앰블린 엔터테인먼트의 수장들은 <더 임파서블>을 보고 <쥬라기 월드>의 감독을 제안했고, 트레보로우는 <오퍼나지: 비밀의 계단>을 보고 그가 <쥬라기 월드> 속편을 연출하길 원했다. 바요나는 트레보로우가 쓴 시나리오를 읽고 유령의 집에서 펼쳐지는 듯한 후반부를 읽고 프로젝트에 열광했다고.

<오퍼나지: 비밀의 계단>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는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을 크게 둘로 나누었다. 섬을 배경으로 하는 전반부는 예의 쥬라기 공원 시리즈에서 기대할 법한 것들을 보여주고, 후반부는 어둡고 서스펜스가 넘치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서스펜스의 고딕적인 요소를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에서 영향 받은 바요나는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이 전작에 비해 확 어두워진다는 점에서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1980) <스타트렉: 칸의 분노>(1982)에 빗대기도 했다.

크리스 프랫은 시나리오를 읽기도 전에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의 세부적인 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다. 출처는 바로 프랫과 함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활약하는 스파이더맨 톰 홀랜드.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의 전작 <더 임파서블>에서 주인공 마리아(나오미 왓츠)와 헨리(이완 맥그리거)의 아들을 연기했던 홀랜드가 바요나에게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프랫에게 전해준 것이다. 프랫과 홀랜드는 픽사 애니메이션 <온 워드: 단 하루의 기적>(2020)에서도 호흡을 맞춘 바 있다.

톰 홀랜드와 크리스 프랫

<쥬라기 공원> 2.5배에 달하는 15천만 달러를 들여 제작된 <쥬라기 월드>는 개봉 2주 만에 10억 달러를 가뿐히 넘겨, 전 세계 167천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했다. 어마어마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2015년 최고 흥행작의 왕좌를 차지하지 못했는데, 그해 12월에 개봉해 20억 달러를 넘긴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때문이었다. <쥬라기 월드> 2022 6월 현재 역사상 7번째로 많은 돈을 벌어들인 영화다. 한편,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전 세계 13억1천만 달러로, 디즈니 3인방 <블랙 팬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인크레더블 2>에 이은 2018년 흥행 4위에 올랐다. 한국 개봉 성적은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이 소폭 앞섰다. <쥬라기 월드>는 555만,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566만 관객을 동원했다.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