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魔女) Part2. The Other One>(2022)

오래 기다렸다. 박훈정 감독의 <마녀>가 흥행에 성공하고, 후속작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많이 들려왔지만, 배급을 맡고 있던 워너브라더스 코리아가 한국 영화 사업을 철수하기로 하면서 무산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러나 가까스로 NEW가 라이센스 획득한 덕에 <마녀(魔女) Part2. The Other One>(이하 <마녀 2>)가 6월 15일 개봉했다. 

느와르에서 액션까지, 박훈정은 언제나 뒷세계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서사에 관심을 가져 왔다. 그의 주먹은 매번 통했을까. 오늘은 특유의 어둡고 폭력적인 세계관을 가진 박훈정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고자 한다. 

마녀(魔女) Part2. The Other One

감독 박훈정

출연 신시아, 박은빈, 서은수, 진구, 성유빈, 조민수, 이종석, 김다미

개봉 2022.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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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투>로 데뷔, 그리고 흥행참패.
<혈투>(2010)

박훈정 감독은 감독 데뷔 전 각본가로 먼저 영화판에 들어섰는데, 그의 첫 각본 참여 작품이 바로 <악마를 보았다>(2010)다. 연출은 물론 탄탄한 스토리가 매력적이었던 작품인 만큼, 그는 이 영화를 통해 성공적으로 영화판에 입장할 수 있었다. 이후 <부당거래>(2010)에서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라는 명대사를 남기며 청룡영화상, 판타지아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감독으로서의 초석을 탄탄히 마련한 그는 기세를 몰아 <혈투>로 메가폰을 잡았다. <혈투>는 광해군 11년, 만주의 적진 한가운데 고립된 세 군인의 비밀과 혈투를 그린 영화로 적보다 무서운 아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새로운 접근에 대한 결과는 누적관객 수 약 4만 명이라는 흥행 참패로 이어졌다. 설정이 엉성하고 마무리가 시원찮다는 혹평을 받으며 그는 데뷔하자마자 무대에서 내려가야 하는 위기 상황에 놓이게 된다. 

혈투

감독 박훈정

출연 박희순, 진구, 고창석

개봉 2011.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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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로 흥행 참패 설욕 성공.
<신세계>(2013)

<혈투>로 쓴 맛을 본 박훈정 감독은 절치부심 하고 본격적인 ‘느와르’ 영화를 만든다. 그렇게 만든 작품이 바로 <신세계>다. <신세계>는 경찰청 수사 기획 강과장(최민식)이 신입경찰 이자성(이정재)에게 국내 최대 범죄 조직 골드문에 잠입하라는 명령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골드문 회장의 사망으로 자성은 권력 다툼에 휘말리게 되고, 자신을 언제 버릴 지 모르는 경찰들과 자신을 형제처럼 아끼는 조폭들 사이에서 번뇌하게 된다. 

<신세계>는 한 편의 훌륭한 느와르 교과서다. 한국 영화판에서 느와르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는 평을 받은 <신세계>는 <혈투>의 실패를 금세 잊게 만들었다. 실제로 감독 역시 <혈투>의 실패에 대해 “한 번은 겪고 넘어갔어야 할 일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상황이 많이 안 좋았고 감독들이 현장에서 한 번씩 겪을 수 있는 일들을 저는 한 번에 몰아서 겪었다고 나중에 들었어요. 아쉬움도 있지만, 더 오래 생각하진 않았어요.”라고 답했다. 

신세계

감독 박훈정

출연 이정재, 최민식, 황정민

개봉 2013.02.21. / 2020.05.21.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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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호>로 다시 시대극에 도전하다.
<대호>(2015)

<신세계>를 통해 성공적으로 이름을 알린 박훈정 감독은 <혈투>의 기억을 덧씌우려는 듯, 다시 시대극에 도전했다. <대호>는 1925년 조선 최고의 명포수로 이름을 떨치던 천만덕(최민식)이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대호를 마주하면서 겪는 이야기다. 전작들이 인물들간의 혈투와 관계에서 생기는 불안정성을 다루고 있다면 <대호>는 만덕의 서사에 오롯이 집중하는 쪽을 택했다. 일제강점기 역사를 깊이 있게 담아낸 <대호>는 대종상 영화제 등 다수의 영화제에서 노미네이트 되고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너무 진중했던 걸까. 흥행 면에서는 170만 명이라는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대호

감독 박훈정

출연 최민식

개봉 2015.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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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아이피>로 선을 넘다.
<브이아이피>(2017)

<대호>가 흥행에 실패하자, 박훈정 감독은 다시 느와르라는 무기를 빼든다.  <브이아이피>는 그가 잘하는 어둡고 폭력적인 뒷세계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담은 영화다. 북한 고위급 간부의 아들이자 사이코패스 살인마 김광일(이종석)이 남한에 내려와서 벌이는 일들을 다루는데, 캐릭터 설정 상 잔인한 장면이 굉장히 많이 등장한다. 여성을 강력 범죄 피해자로 설정할 때 그저 눈요깃거리를 위해 불필요할 정도로 잔인하게 연출한 게 아니냐는 평도 더러 존재했다. 

박훈정 감독은 이에 대해 “폭력이 단순한 눈요깃거리가 아닌, 진짜 폭력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제작했다”고 인터뷰를 했지만, 결국 관객 수 약 130만 명을 동원하며 막을 내렸다. 이동진 평론가 역시 “캐릭터의 악마성을 표현하는 방식이 참혹하고 직접적인 범행장면의 현시 자체라면 실패한 연출”이라는 혹평을 남겼다.

브이아이피

감독 박훈정

출연 장동건, 김명민, 박희순, 이종석

개봉 2017.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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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로 또 한 번 성공을 거두다.
<마녀>(2018)

여성혐오 논란에 휩싸였던 박훈정 감독은 강한 여성 캐릭터를 앞세워 다시 한 번 관객들 앞에 나섰다. <마녀>는 10년 전, 사고로 기억을 잃은 자윤(김다미)이 의문의 인물들로부터 위협을 받으며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SF 액션 장르에 시리즈 물이라서, 세계관을 설명하는 부분이 다소 늘어지는 감이 없지 않지만 후반부에 능력을 각성하고 몰아치듯 쏟아지는 액션은 극의 속도감을 더한다. 신예 김다미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어떠한 티켓 파워도 보증할 수 없던 상황에서 <마녀>는 입소문 만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다소 뻔한 설정과 개연성 없는 전개는 평론가들 사이에서 비판 받았지만, 만화적인 설정과 연출에 호감을 느낀 관객들도 존재했다. 

마녀

감독 박훈정

출연 김다미, 조민수, 박희순, 최우식

개봉 2018.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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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의 밤>으로 넷플릭스까지 진출하다.
<낙원의 밤>(2021)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낙원의 밤>은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범죄 느와르 영화다. 조직의 타깃이 된 남자와 삶의 끝에 서 있는 한 여자의 동행을 그린 작품으로 엄태구와 전여빈의 합이 좋다는 의견들이 더러 있었다. 차갑고 매끈한 영상미와 제주도의 서정적인 풍경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연출이 굉장히 감각적이다. 각본가로 데뷔한 만큼 묵직한 한 방이 있는 대사들도 꽤나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전체적인 스토리와 구도가 느와르 영화의 클리셰를 그대로 답습한 데다가 플롯이 엉성해 분위기로 구멍을 메우려 한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킬링 타임 용으로 괜찮다는 평이 대부분. 

낙원의 밤

감독 박훈정

출연 엄태구, 전여빈, 차승원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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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객원기자 김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