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즈 라이트이어>

새로운 버즈 라이트이어의 등장. 6월 15일 개봉한 <버즈 라이트이어>는 <토이 스토리>의 대표 캐릭터인 버즈 라이트이어의 모험담을 그린다. 장난감이 아닌 우주비행사로 돌아온 버즈 라이트이어, 익숙하면서 새로운 이 캐릭터와 이번 영화에 대한 트리비아를 모두모두 모았다.


루나 래리 시절 디자인엔 이름의 약자 LL이 보인다.
시간이 지나 조금씩 지금의 버즈가 보이는 초기 디자인들

〓버즈 라이트이어는 처음부터 버즈 라이트이어가 아니었다. 캐릭터를 처음 개발할 당시 이름은 '루나 래리'. 초기 디자인엔 루나 래리의 약자 'LL'이 캐릭터의 마크처럼 사용된 흔적이 있다. 이후 '템퍼스 프롬 모프'(모프에서 온 템퍼스)라는 이름도 사용된 바 있다. 이외에 다양한 약자로 이름을 지은 버전들이 있었는데, T.E.C.O.R.(Telegalactic, Earthbound, Cyborg of Rimboz),TOLAR, FAXOL, MICROZ 등이 후보로 거론됐다.

'버즈' 라이트이어 장난감을 들고 있는 '버즈' 올드린

〓 초기 기획에서 영화로 완성될 때까지 캐릭터들은 많은 수정을 겪어야 했다(우디조차 처음엔 복화술사 인형이었다). 버즈 또한 이름부터 우여곡절이었는데 최종 낙점된 건 버즈 라이트이어였다. 라이트이어는 글자 그대로 광년, 빛이 일 년 동안 이동하는 거리를 뜻하는 단어. 버즈는 최초로 달이 착륙한 아폴로 11호의 승무원이자 닐 암스트롱에 이어 달에 두 번째로 발을 디딘 버즈 올드린에게서 따왔다. 버즈 올드린도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며 <토이 스토리> 행사에 참석해 버즈에 대한 애정을 내비치곤 한다.

아폴로 11호의 우주복(왼쪽), 버즈 라이트이어의 우주복

〓 버즈의 우주복 디자인은 앞서 말한 아폴로 11호 승무원의 의상에서 본떴다. 다만 형광색 라임그린과 보라색은 <토이 스토리>의 감독 겸 창시자(?) 존 라세터가 만든 요소이다. 하필 두 색을 정한 이유가 다소 어이없는데, 바로 본인의 최애색(라임 그린)과 부인의 최애색(보라)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게 정했어도 잘 어울리니까 사용한 거겠지만. 

스타트렉의 대사와 제스처를 사용하는 버즈

〓 우주비행사 캐릭터답게 제작진이 숨겨놓은 '덕질' 포인트가 있다.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There seems to be no sign of intelligent life anywhere)는 대사는 <스타 트렉> 시리즈의 유명 캐릭터 제임스 T. 커크 함장의 대표 대사에서 가져왔다. 2편에서 버즈가 인사할 때 벌칸식 인사(검지와 중지, 약지와 새끼손사락을 붙이는 인사)를 하기도 한다. <토이 스토리 2>에선 저그 대왕이 버즈에게 "내가 네 아빠다"를 시전하는 장면은 당연히 <스타워즈 에피소드 5 - 제국의 역습> 장면을 따온 것이다. 


〓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매 편 세월이 지난 것을 장난감들의 디테일에도 집어넣었다. 3편은 2편에서  10년이 지난 시점이어서 버즈의 보이스박스(음성 녹음기)가 낡았단 느낌을 받도록 녹음 음성을 거칠게 수정했다. 4편에선 버즈의 몸 곳곳에 긁힌 흔적, 파인 흔적을 넣어 앤디와 보니가 버즈를 가지고 논 시간들을 표현했다. 

<니모를 찾아서>(왼쪽), <토이 스토리 3>
<코코>

〓 버즈는 <니모를 찾아서>에서 카메오 출연했다. 치과의 장난감들 사이에서 장난감인 척하고 있는 모습이다(물론 진짜 장난감인 거겠지만). 반대로 <토이 스토리 3>에선 버즈의 건전지가 <월-E>와 이어지기도 한다. 버즈의 건전지 브랜드 'BNL'은 <월-E>에 나오는 대기업의 이름이다. <코코>에도 버즈, 우디, 마이크 와조스키(<몬스터 주식회사) 세 캐릭터가 피냐타로 카메오 출연했다. 

오랜 시간 우디와 버즈를 연기한 톰 행크스(왼쪽), 팀 알렌

〓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버즈는 팀 알렌이 목소리를 맡았다. 팀 알렌 말고도 짐 캐리, 체비 체이스, 빌리 크리스탈 등이 후보로 거론됐다. 빌리 크리스탈은 실제로 캐스팅 제안까지 받았으나 본인이 거절했다. <토이 스토리>를 보고 나서 엄청나게 후회했다고. 그래서 픽사에서 <몬스터 주식회사> 마이크 와조스키 역으로 캐스팅을 제안했을 때는 바로 수락했다.

〓 이번 <버즈 라이트이어>에선 크리스 에반스가 버즈의 목소리를 맡았다. 크리스 에반스와 팀 알렌 둘 다 생일이 6월 13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우주 전사 버즈>

〓 버즈 라이트이어는 <토이 스토리> 시리즈 외에도 <우주 전사 버즈>라는 스핀오프 TV 애니메이션에서 주연을 맡았다. 픽사와 디즈니가 합작한 시리즈로 총 62편과 1편의 비디오 영화로 완결됐다. 비디오 영화는 팀 알렌이 출연했지만, TV 애니메이션에선 패트릭 워버튼이 버즈 역을 맡았다. 

〓 <버즈 라이트이어>는 픽사 최초 극장용 스핀오프 애니메이션이다. 그리고 <몬스터 대학교>에 이은 두 번째 프리퀄 애니메이션. 또 제임스 브롤린이 처음으로 목소리 연기를 맡은 애니메이션이다. 그는 저그 대왕으로 출연했다. 

〓 <버즈 라이트이어>를 제작하는 동안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발생하면서 원격 지원 시스템으로 영화를 제작해야 했다. 배우들 또한 마찬가지여서 화상 회의로 연기하고, 이를 녹음한 파일을 제작에 사용했다. 이후 팬데믹이 종료되고 배우들은 스튜디오에서 다시 녹음 작업을 거쳤다. 

〓 버즈 라이트이어는 실제로 우주에 갔다 왔다. 나사가 2008년 5월 31일 발사한 우주왕복선엔 버즈 라이트이어 장난감이 탑승했기 때문. 나사는 버즈 라이트이어 장난감을 과학에 관심을 가진 아이들을 격려하는 목적으로 가지고 갔다고 밝혔다. 이후 버즈 라이트이어는 2009년 9월, 디스커버리 왕복선으로 무사 귀환했고, 현재는 스미스소니언 항공 우주 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이 무사 귀환을 축하하는 이벤트에 버즈 올드린이 참석했었다.

<버즈 라이트이어> 아이번

〓 우주선 항해를 돕는 인공지능 아이번(IVAN)은 '내비게이션'에서 내비(NAVI)를 뒤집은 것이다.

<버즈 라이트이어> 삭스
<토이 스토리 3> 기획 단계 중 닥스 블라스터의 콘셉트 아트

픽사는 <버즈 라이트이어> 삭스 이전에 고양이 로봇 장난감 캐릭터를 선보일 뻔했다. <토이 스토리 3>가 대폭 변경되기 전 스토리에선 닥스 블라스터(Daxx Blastar)와 그의 동료 고양이 코멧(Comet)이 등장할 예정이었다. 이때 스토리는 버즈가 고장이 나서 대만의 장난감 공장으로 보내졌는데, 버즈의 제조사는 버즈 대신 주력 상품으로 닥스 블라스터를 선택한다. 어디까지나 대략적인 스토리와 콘셉트 아트만 공개했으니 삭스가 코멧에게 얼마나 영향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주연 캐릭터를 돕는(코멧은 악역을 돕지만) 고양이 로봇이란 콘셉트는 확실히 유사해보인다.

<버즈 라이트이어> 개봉 전 픽사 작품은 연이어 디즈니+로 공개됐다.

디즈니+가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처음 전 세계 개봉하는 픽사의 작품이다. <소울>, <루카>, <메이의 새빨간 비밀>은 북미에서 모두 디즈니+로 직행했다. 국내에선 디즈니+ 서비스 전에 공개한 <소울>, <루카>는 극장에 개봉했고 서비스 이후 공개한 <메이의 새빨간 비밀>은 극장 개봉하지 않았다. 항간엔 픽사 작품이 연이어 디즈니+로 직행하면서 사내 분위기가 영 아니었다던데, 이번 <버즈 라이트이어>로 분위기가 환기될 것으로 보인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