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전설적인 두 여성 배우가 서로 엇갈린 활동을 보이고 있다. 최근까지 왕성한 활동을 한 산드라 블록은 잠정적 휴식기를 선언했고, 반대로 은퇴 선언으로 '일반인'으로 돌아갔던 카메론 디아즈는 복귀작을 발표해 팬들을 환호하게 했다. 두 사람이 이런 소식을 전한 건 6월 중순~말 즈음이지만, 두 사람의 근황과 앞으로의 활동을 정리할 겸 함께 소개해본다.


슈퍼스타 산드라 블록

산드라 블록의 데뷔작 <행맨>

산드라 블록은 (현재 기준) 마지막 영화 <불릿 트레인> 개봉을 앞두고 휴식기를 선언했다. 확실하진 않지만 이 시기에 휴식기를 선택한 건 <불릿 트레인>에서 홍보 활동이 필요할 정도의 큰 역할이 아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추측할 수 있다.

그의 공식적인 데뷔는 1987년 <행맨>. 비디오 시장을 겨냥한 영화로 비밀 요원과 변절한 CIA 팀의 대립을 그린다. 산드라 블록은 비밀 요원 롭 그린의 아들 대니의 여자친구 리사 에드워즈 역을 맡았다. 그때는 신인 배우였지만 나중에 산드라 블록이 대스타가 되자 영화는 블록을 주연처럼 포장하기도 했다.

<스피드> 산드라 블록과 키아누 리브스

1987년 데뷔 후 2022년, 35년간 산드라 블록을 수많은 히트작을 남겼다. 순서대로 짚어본다면 맨 앞에는 <스피드>가 있을 것이다. 시속 50마일 이하로 떨어지면 폭발하는 버스에서 테러리스트를 막아야 하는 잭 트래븐 형사와 승객 애니 포터를 키아누 리브스와 산드라 블록이 맡았다. 직관적인 스토리와 이를 잘 살린 연출, 그리고 '멋쁨'이 폭발하는 배우들의 비주얼 등이 시너지를 내며 역대급 흥행을 했다. 시간이 꽤 많이 흐른 후 두 배우가 '사실 서로한테 관심이 있었는데 말하지 못했다'고 언급하면서 재차 회자되기도.

35년동안 배우로 활동하면서 출연작들을 돌아보면 산드라 블록이 얼마나 팔방미인이었는지 되새길 수 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투 윅스 노티스>, <프로포즈>처럼 로맨틱 코미디에서 한 획을 지으면서 <네트>, <타임 투 킬> 같은 스릴러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그뿐만 아니라 <미스 에이전트> 같은 '원 우먼 쇼' 코미디를 제작까지 겸하며 성공작으로 올렸다.

<투 윅스 노티스>(왼쪽), <네트>
<미스 에이전트>
미스 에이전트

감독 도날드 페트리

출연 산드라 블록

개봉 2001.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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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파 배우로서의 10년 

여우주연상 수상까지 한 <블라인드 사이드>

2022년 산드라 블록의 나이는 58세, 그리고 배우로 활동한지는 35년. 인생의 절반 이상을 배우로 살았지만 산드라 블록에게 '배우'라는 이미지가 박힌 건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다. 이전의 그는 좀 더 스타라는 포지션이 강했는데 2010년 <블라인드 사이드>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비로소 배우다운 배우로 보는 시선이 많아졌다. 그해 그는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이른바 망작 아카데미)에서 최악의 여우주연상(<스티브의 모든 것>)을,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블라인드 사이드>)을 동시에 수상했다.

<버드 박스>(왼쪽), <언포기버블>

여기에 불을 붙인 건 누구도 아닌 산드라 블록 본인의 안목이었다. 2013년 <그래비티>에서 홀로 극을 이끌며 연기력의 깊이를 재차 확인했고, 2018년 사회적인 신드롬을 빚기까지 한 <버드 박스>의 주연으로 열연을 펼쳤다. 그 와중 <미니언즈>의 스칼렛 오버킬 역으로 흥행 실속까지 챙기고, <오션스 8>의 주연과 제작을 겸하며 '우먼 파워' 흐름에 재빨리 탑승했다. 약간의 휴식기를 갖고 다시 넷플릭스로 돌아온 <언포기버블> 또한 기록적인 흥행은 아녔으나 산드라 블록의 물오른 연기는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오션스 8>
<로스트 시티>

2022년, <로스트 시티>와 <불릿 트레인>으로 관객을 만난 산드라 블록은 아이러니하게도 영화계가 원 궤도에 오르고 있는 엔데믹 시대에 휴식기를 선언했다. <로스트 시티>가 개봉한 2월부터 지친 기색을 조금씩 드러내다가 6월, 휴식기를 갖는 걸 재차 확인했다. 그가 배우 활동을 잠시 멈추는 이유는 두 자녀 루이스, 라일라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라고. 그는 자신이 24시간 일을 위해 달렸듯 가족들과 24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산드라 블록은 언제까지 활동을 접을지는 모르겠다면서, 단지 "카메라 앞에서 지금과 같은 기분이 들지 않을 때"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버드 박스

감독 수잔 비에르

출연 산드라 블록, 존 말코비치, 트래반트 로즈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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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8년 전, 카메론 디아즈의 은퇴

마치 산드라 블록과 바톤터치하듯, 긴 휴식기를 마치고 6월에 복귀를 선언한 카메론 디아즈. 어쩌면 이제 이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애니>에 출연했던 2014년에서 벌써 8년이나 흘렀으니까.

<마스크>

카메론 디아즈는 모델 출신 배우다. 배우 데뷔작부터 아주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데, 그 영화가 짐 캐리 주연의 <마스크>다. 보통 '리즈 시절'을 논하면 데뷔작까지 거슬러가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대뜸 주연부터 하는 경우도 적고), 카메론 디아즈의 리즈 시절은 대부분 <마스크> 때를 뽑는 편이 많다. <마스크>에서 그가 맡은 역할 티나 칼라일은 유명 클럽의 스타로 만인의 우상 같은 존재. 당시 디아즈는 그런 티나를 연기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는 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첫 작품의 임팩트인지, 디아즈 본인의 매력인지 초기 필모그래피는 수위 높은 코미디나 섹시한 캐릭터로 기억되는 편이다(그 교집합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처럼). 하지만 <존 말코비치>나 <갱스 오브 뉴욕>, <마이 시스터즈 키퍼>, <카운슬러> 등 그는 꾸준히 인상적인 연기를 남겼다. 무엇보다 <슈렉> 시리즈나 <미녀 삼총사>, <나잇 앤 데이> 등 흥행작을 보는 눈도 정확했다.

<존 말코비치 되기>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카운슬러>

그렇게 왕성한 활동을 하던 디아즈가 별안간 어떤 소식도 전하지 않은 건 2014년 무렵. 차기작이 있겠지 싶었던 팬들 입장에선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했으리라. 디아즈는 때때로 파파라치의 카메라로, 매체와의 인터뷰로 일상을 전했지만 그 이상의 활동은 없었다. 그리고 2018년, <피너츠 송>의 리유니온 행사에서 '진짜로 은퇴했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2020년엔 기네스 팰트로와 화상 통화를 하면서 "12시간 동안 촬영장에 있고, 뭐라도 할 시간이 없었다는 걸 몇 달이 지나서야 알게 된다", "내 삶의 일부를 다른 사람들에게 맡겼다는 걸 깨달았다"고 그간의 고충이 은퇴로 이어졌음을 내비쳤다.

<애니>
제이미 폭스(왼쪽)는 카메론 디아즈의 은퇴작과 복귀작을 함께하게 됐다. 그는 SNS에 카메론 디아즈와의 통화를 전했다(오른쪽)

자신의 은퇴를 공식화한 카메론 디아즈의 복귀 소식을 알린 건 제이미 폭스였다. 2022년 6월 30일, 폭스는 SNS로 통화 녹취록을 올렸는데 그 상대가 카메론 디아즈였다. 디아즈가 은퇴 번복에 대해 걱정하자 폭스는 좋은 조언을 해줄 사람이 있다며 은퇴했다가 복귀한 미식축구 선수 톰 브래디를 소개해 줬다. 이 짧은 통화를 올리며 제이미 폭스는 자신이 출연하는 넷플릭스 신작 <백 인 액션>으로 카메론 디아즈가 복귀한다고 알렸다. 

디아즈의 '은퇴작' <애니>에서 함께 한 제이미 폭스가 '복귀작'에도 같이 하다니, 두 사람의 인연이 꽤 끈끈한 모양이다. <백 인 액션>은 현재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 <베이워치: SOS 해상 구조대>를 연출한 세스 고든의 차기작으로 액션 영화라는 것 외엔 알려진 게 없다. 과연 카메론 디아즈의 선구안과 연기력이 지금도 녹슬지 않았는지, <백 인 액션>에서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스크

감독 척 러셀

출연 짐 캐리

개봉 1994.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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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감독 윌 글럭

출연 로즈 번, 제이미 폭스, 쿠벤자네 왈리스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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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