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경의 원톱 영화인 줄 알았는데, 의외의 발견. 우주의 운명을 건 에블린(양자경)의 고군분투를 그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이하 <에에올>)를 본 관객들은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양자경만큼 키 호이 콴(웨이먼드 역)의 존재감이, 스테파니 수(조이 역)의 맹활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아직 한국 관객들과는 초면에 가까운 스테파니 수의 변화무쌍한 캐릭터 연기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번 <에에올> 외에 어떤 작품에서 그가 얼굴을 비췄는지 소개한다.
조이와 같은 이민자 2세대
1990년생 스테파니 수는 <에에올>의 조이처럼 이민자 2세다. 스테파니의 할머니는 딸을 미국으로 유학 보냈고, 미국에 정착한 딸은 스테파니 수를 낳았다. 스테파니는 티시 예술대학을 졸업하고 아틀랜틱 시어터 컴퍼니에서 연기 교육을 받았다.
스폰지밥 뮤지컬, 브로드웨이 입성작 출신
스테파니 수는 단편 영화, TV 프로그램으로 데뷔했고 지금도 매체 활동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배우 활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브로드웨이 무대다. 연극/뮤지컬 출연작이 왕성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비 모어 칠>과 <네모바지 스폰지밥: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짚고 넘어갈 만하다.
<네모바지 스폰지밥: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는 캐런으로 출연했다. 캐런은 플랑크톤과 결혼한 슈퍼컴퓨터. 남편 플랑크톤을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플랑크톤의 게살 버거 집착 때문에 자주 홀대받곤 한다. 스테파니 수는 작품이 기획되던 2012년 당시 리딩 단계에서부터 캐런을 맡았는데, 공연이 2016년이 돼서야 초연에 오르면서 그때 캐런을 연기할 수 있었다. 시카고에서 공연을 올린 2016년, 브로드웨이로 무대를 옮긴 2017년에 캐런 역을 맡았고 2019년부터는 케이티 리 힐이 캐런을 맡고 있다.
<비 모어 칠>은 크리스틴 카니굴라를 맡았다. 이 뮤지컬은 고등학생 제레미가 인기를 얻기 위해 복용자의 모든 부분을 통제해주는 알약 '스큅'을 먹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스테파니 수가 맡은 크리스틴은 제레미가 짝사랑하는 자유분방한 학생. 이 뮤지컬과 캐릭터가 스테파니 수의 근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총 4차 재연까지 꾸준히 출연했기 때문. 더구나 엄청난 인기를 얻으며 뉴 저지 소극장에서 오프 브로드웨이로, 그리고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브로드웨이로 입성한 '성장형 창작 뮤지컬' <비 모어 칠>의 원년 멤버이기에 그 작품에 개근한 스테파니 수 또한 눈길을 끌게 됐다.
샹치의 그 친구
스테파니 수는 TV 프로그램 다수에 출연했지만, 아마 한국 대중이 가장 많이 봤을 작품은 다른 게 아니라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 아닐까 싶다. 스테파니 수는 해당 영화에서 샹치(시무 리우)와 케이티(아콰피나)의 친구 수로 출연했다. 영화 초반에 샹치와 케이티에게 "너네 이제 철 들어야 한다"며 진심어린 충고를 한다. 그리고 모든 사건을 마무리하고 다시 일상에 돌아온 샹치와 케이티가 모험담을 말해주자 "설마 전에 그런 얘기했다고 복수심에 그러는 거야?"라고 의심하는데, 웡(베네딕트 웡)이 포탈을 타고오자 벙찐 표정을 짓는 게 일품. 접점이 샹치밖에 없는 인물이라서 <샹치 2>가 나올 때나 출연을 기대할 만한한데, <샹치 2>는 빨라도 2025년에 나올 예정이니 앞으로의 MCU에선 보기 힘들 듯하다.
이 영화에서 호흡을 맞춘 아콰피나와는 드라마 <아콰피나 이즈 노라 프롬 퀸스>에서 함께한 바 있다. <아콰피나 이즈 노라 프롬 퀸스>는 아콰피나가 제작과 각본, 주연을 맡은 시트콤. 아콰피나가 자신처럼 퀸스에서 자란 동양인 여성 노라를 주인공으로 자전적 이야기를 그린다. 스테파니 수는 이 작품의 주역 할머니(로리 탄 친)의 젊은 시절 친구 슈슈로 출연했다. 시즌 2 5화는 할머니의 로맨스를 K-드라마풍으로 그려내는데, 슈슈의 맹활약이 여러 모로 회자됐다.
드라마 속 모습들
앞선 작품들 외에 장기 출연한 드라마를 소개한다면 <더 패스>와 <더 마블러스 미세스 메이젤>이 있다. 훌루에서 서비스한 <더 패스>는 메이어리즘이란 가상의 사이비종교를 믿는 신도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 시즌을 방영한 이 드라마에서 스테파니 수는 러셀(패치 다라그)과 니콜(알리 안)의 딸 조이라는 캐릭터로 출연했다. 메인 캐릭터 호크 레인의 사촌이라서 시리즈에서 종종 중요한 포인트에 등장하곤 한다. 2017년부터 2019년, 그리고 2022년까지 4 시즌을 방영한 <더 마블러스 미세스 메이젤>은 1950~60년대 배경의 시트콤. 스탠드업 코미디 재능을 깨달은 미리암 마이젤(레이첼 브로스나한)이 주인공이다. 스테파니 수가 연기한 메이 린은 시즌 3부터 등장했으며 미리암과 별거 중인 남편 조엘(마이클 제겐)이 운영하는 불법 도박 클럽의 관계자로 묘사된다. 개인의 수상은 아니지만 SAG(미 영화배우 조합)의 코미디 시리즈 앙상블 상을 수상했다.
※ 아래 문단은 <에에올>의 소소한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한다
전 세계적 인지도 쌓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이번 작품 <에에올>은 스테파니 수가 전세계적인 인지도를 얻는 데 일조하고 있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양자경, 키 호이 콴, 제이미 리 커티스, 제임스 홍 같은 베테랑 배우 사이에서도 상대적으로 경력이 짧은 스테파니 수가 결코 밀리지 않는 것을 목격했을 것이다. 이번 영화에서 조이이자 수많은 멀티버스를 위협하는 조부 투바키를 맡아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조부 투바키의 캐릭터성을 위해 여러 의상과 컨셉을 소화해야 했는데, 스테파니 수와 제작진은 각각의 컨셉에 이름을 붙였다고. 예를 들어 처음 등장할 때는 '엘비스 조부', 알파버스 속 초록 의상은 '아메바 조부' '코로나 조부', 베이글과 대비되는 하얀 의상일 땐 '여신 조부' 등이라고 했단다.
<에에올> 팬들에게 기쁜 소식 하나. 현재 디즈니+에서 제작 중인 오리지널 콘텐츠 <아메리칸 본 차이니즈>라는 작품에 양자경, 키 호이 콴, 스테파니 수가 모두 출연한다고 한다. 현재 촬영 중이라고 하니 2023년에 왕씨 가족을 한 작품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스테파니 수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각본가 아델 림의 장편 영화 연출 데뷔작(제목 미정), <박스트롤> 안소니 스타치의 신작 <몽키 킹>(목소리 출연)에도 출연한다.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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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출연 양자경, 스테파니 수, 키 호이 콴, 제이미 리 커티스
개봉 2022.10.12.

-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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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데스틴 크리튼
출연 시무 리우, 양조위, 아콰피나
개봉 2021.09.01.

- 아콰피나 이즈 노라 프롬 퀸즈 시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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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아콰피나, 로리 탄 친, B.D. 웡, 보언 양, 제니퍼 에스포지토
방송 2020, 미국 Comedy Central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