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비키 크립스의 연장전
★★★☆
온몸과 머리를 짓누르는 코르셋과 긴 머리카락을 잘라내고 자신의 의지로 삶을 수선하려는 엘리자베트의 모습이, 정자세 그대로 박제되는 초상화에서 뛰쳐나와 셀룰로이드 영상 필름 안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엘리자베트의 인서트 컷과 포개져 흐른다. 19세기를 살다간 여성의 이야기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강박적인 규격 안에서 싸우고 있는 오늘날 수많은 여성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팬텀 스레드>에서 주체적이고도 꼿꼿한 여성의 지위를 획득했던 비키 크립스의 연장전.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비극적 삶을 다시 묻다
★★★☆
인기 뮤지컬, 넷플릭스 드라마, 최근에는 전시 등을 통해 재조명되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후 엘리자베트 폰 비텔스바흐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본 영화. 그의 삶을 다룬 기존 작품들이 아름다운 황후의 러브스토리를 내세운 시대극, 역사극에 가까웠다면, 이 영화는 철저히 엘리자베트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춘 인물극이다. 전기 영화와 다르게 그와 관련한 일화를 허구적으로 재구성, 재해석해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를 향해 비상하는 인간의 의지를 독특한 서정으로 그렸다. 전형성을 탈피한 비키 크립스의 연기가 곧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