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숫자의 살상력
★★★★
<낫아웃>(2021) <최선의 삶>(2021) <불도저에 탄 소녀>(2022) <아이를 위한 아이>(2022) 등 최근 이어지고 있는 ‘스물 즈음’ 청년들에 대한 영화들 중 가장 서늘하다. 고등학교 취업반 학생 소희(김시은)는 콜센터에서 지독한 감정 노동에 시달리고 실적에 쫓긴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직장과 학교, 더 나아가 사회와 국가는 오로지 숫자의 관점에서 소희의 가치를 저울질한다. 여기서 <다음 소희>는 19살 청년 노동자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이자, 특정 연령대를 넘어서 우리 사회를 폭력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숫자 이데올로기’와 ‘실적주의’와 ‘정량 평가’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며 그 뒤에 감춰진 인간의 사연을 듣기를 촉구한다. 그런 점에서 ‘평점’으로 평가하기가 왠지 미안해지는 영화. 신인 김시은의 기교 없는 연기가 종종 심금을 울린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판타지가 아닌 지향점을 제시하는 힘
★★★☆
실적과 돈, 한낱 문서로 인간을 물건 줄 세우듯 하는 사회의 룰 안에서는 인간다움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는 이들이 가장 먼저 낭떠러지로 밀려난다. 애초에 그들에게 제대로 된 선택지는 없다. 책임지는 사람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가 자신에게 잘못이 없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그 사잇길에서, 버스 정류장에서, 내 옆자리에서, 오늘도 당신이 무수히 마주칠 ‘소희들’은 늘어만 간다. <다음 소희>는 현실을 직시하는 데서 나아가려 애쓴 흔적 때문에 더욱 마음이 가는 영화다. 무력한 고발에서 끝나지 않고, 사회적 죽음을 방조한 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너의 고통을 홀로 떠안지 말라’고 말하는 어른이 등장한다. 그것은 판타지가 아니라, 지향점이 되어야만 한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세상에서
★★★
약자를 향한 착취는 날로 촘촘하고 정교한 포획망을 형성한다. <다음 소희>에서 현장실습생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에 파견된 아이들은 계약서와 취업률을 앞세운 어른들에게 착취 당한다. 소희는 콜센터에서 그의 친구들은 공장에서. 그나마 안전망이라 여겨지는 학교에서마저 탈락한 아이는 유튜브에서 감정과 육체를 착취 당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뉴스에서 한두 줄로 다뤄지곤 하는 단신 기사에서 우리가 무엇을 잃고 있는지 또렷하게 보여준다.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세상에 대한 어른의 분노와 무력감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왜 애도하지 않는가,에 대해 집요한 물음
★★★☆
노동 현장에서 노동자로도, 학생으로도 대접받지 못하는 존재들. <다음 소희>는 우리가 모르거나 잊고 있던 얼굴들을 복원하는 영화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묵인돼 온 비인간적인 시스템. 이 시스템의 꼭대기에 꽈리를 틀고 앉아 있는 건 ‘숫자’라는 실적주의다. 영화는 부조리한 현장을 추적하며, 사회가 왜 ‘세상 모든 소희’들을 애도하지 않는가를 집요하게 묻는다.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인물의 대사를 통해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의 단점을 방어하고 있는 건 배두나라는 존재감이다. 전형적인 상황도 그만의 매력으로 고루하지 않게 감싸 안아버리는 이 배우의 저력을 정주리 감독은 영리하게 활용한다. 소희를 연기한 김시은의 다음도 무척 궁금하게 하는 작품.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모두가 신경 써야 하는 문제를 다루다
★★★☆
어른이라면 반드시 봐야 하는 영화다. 정주리 감독은 주목할 만한 데뷔작 <도희야>(2017)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시선과 연출로 주제를 확장하고 공론화한다. 전작이 사회적 편견과 폭력에 맞선 사회적 약자들과 여성 연대를 다뤘다면, 두 번째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약자들을 희생으로 내모는 사회 시스템의 문제를 조목조목 파헤친다. <도희야>에 이어 어른의 의무뿐 아니라 배우의 책임까지 짊어진 배두나가 끼치는 영향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