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화를 사랑한다. 내가 영화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백만 가지가 넘는다. 그중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두 남자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배우이면서 감독으로 활동 중인 구교환과 배우 제시 아이젠버그다. 씨네플레이 새 코너 ‘에디터 칼럼’은 나의 덕력을 뽐낼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기에 그들에 대해 써볼까 한다.

영화 어플 '왓챠' 에디터의 취향 분석 결과표. 1위는 구교환, 3위는 제시 아이젠버그이다.

나는 단편영화로 영화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생애 처음 간 영화제에서 만난 작품은 ‘미쟝센 단편영화제’의 <방과 후 티타임 리턴즈>였다. 빵으로 시작하는 묘한 이야기에 끌렸고, 이 영화를 만든 사람은 구교환이었다. 그때를 시작으로 구교환의 유튜브에 업로드되어 있는 단편영화들을 섭렵했고 그가 출연한 작품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내가 이렇게 덕후가 될 줄 몰랐는데...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에선 슬픈 고민 속 유머가 좋았고, <4학년 보경이>에선 자신을 떠나가려는 연인을 바라보는 눈빛이 좋았다. 작년 겨울에 <꿈의 제인>을 볼 당시 삶이 아팠던 난 제인의 말 한마디에 큰 위안을 받았다. <연애다큐>야말로 구교환을 가장 잘 드러낸다. 인물들을 응원했고, 대사를 곱씹어보길 좋아했다. 이토록 현실적이고 재밌게 꾸며낸 영화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그의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으니 꼭 한 번 보시길 추천한다.)

<4학년 보경이>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

그가 연출과 연기를 할 때 튀어나오는 ‘구교환스러움’에 짜릿함을 느낀다. 그의 영화에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건 개그다. 영화 속 인물들은 심각한 상황이지만, 보는 관객은 즐거워할 수 있는 그런 유머다. 인물들에 대한 그만의 특별의 시선도 좋아한다. 그의 생활 연기는 또 얼마나 매력적인지! 편집은 더 끝내준다. 끊어야 할 때를 정확히 구분해낸다. 영화를 보면서 다음 장면은 얼마나 더 멋질까를 기대하게 하는 것이 그가 가진 힘이다.

GV를 찾아가 처음 그를 마주했을 때 손을 몹시 떨었다. 그랬던 내가 씨네플레이에 들어와서 인터뷰도 했다.(하단 링크 참고) 실제로 마주한 그는 구교환 그 자체였다. 진실하면서도 겸손함을 유지했다. 내가 지금껏 봐온 그를 직접 확인한 순간이었다.

처음으로 GV를 찾아간 날, 손을 너무 떨어서 셀카도 떨었음;; / 이옥섭, 구교환의 친필 사인

그의 연인이자 동업자인 이옥섭과 만나면 이 시너지는 배가 된다. 둘을 정말 좋아하고 늘 응원한다. (장편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데 정말 기대된다.)

2X9 (2옥섭 X 9교환) 평생 영화 만들어주세요!

심장을 멎게 한 그 장면.

나는 리더십 있는 사람에게 엄청난 호감을 느낀다. 제시 아이젠버그 덕질과도 이어졌다. 작년 여름에 개봉한 <나우 유 씨 미2>를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영화 속 '다니엘 아틀라스'는 빗속에서 “STOP"을 외치며 비를 멈추는 마술을 선보인다. 더불어 4명의 호스맨이 마술 공연을 할 때 유독 눈에 띄는 제시 아이젠버그의 존재감이란! 엄청난 무대 장악력과 더불어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그의 모습에 곧바로 사랑에 빠졌다.

영화 속 캐릭터를 좋아하다가 실제 배우의 모습을 알게 될 때 환상이 깨지곤 하는데 그는 달랐다. 유튜브를 뒤져가며 그의 인터뷰를 찾아 읽었는데, 그의 실제 모습은 굉장히 소심하다고 한다(어쩜 이런 반전매력까지). 사람들이 많이 쳐다보는 시상식 위에서 손을 벌벌 떠는 건 기본이고, 그는 늘 자신의 연기가 형편없다고 말한다. 이런 그가 어떻게 영화 속에선 무대를 장악하는 '다니엘 아틀라스'가 될 수 있는 것인지 그가 자꾸 궁금해졌다.

그가 쓴 책 <Bream gives me hiccups>, 셀프디스 개그를 볼 수 있다.

<더블>에서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은 사이먼이 됐다가도, <좀비랜드>에선 찌질한 콜럼버스로, <라우더 댄 밤즈>에선 상처 앞에서 진중한 태도를 취하는 조나로, <배트맨 대 슈퍼맨>에선 겉으론 멀쩡한 척하지만 속은 악의로 가득 찬 렉스 루터로 변신한다. 다양한 캐릭터이지만 그의 연기를 바라볼 때 느껴지는 편안함은 한결같다. 감정 표현하는 데에 있어 목소리를 높이거나 과한 동작을 펼치는 대신, 미묘한 근육의 변화를 보여주는 그의 방식을 좋아한다.

<소셜 네트워크>, <배트맨 대 슈퍼맨>

슬프게도 제시 아이젠버그는 SNS를 전혀 하지 않는다. 그의 여동생 SNS에 간간히 비치는 그를 기다리거나, 구글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해보는 수밖에 없다. 비밀스러운 남자라서 더 궁금증이 생긴다. 실제로 사생활을 드러내는 것에 민감해 인터뷰에서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질문이 온다면 대부분 거짓말을 섞어 대답하기도 한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나는 구교환과 제시 아이젠버그, 이 둘이 영화를 대하는 태도를 좋아한다. 그들은 작품을 정형화된 방식으로 대하지 않는다. 멋있어 보이려고 하지 않고, 과하게 웃기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이러한 솔직함은 끊임없이 그들을 궁금하게 만든다. 더불어 두 남자는 나에게 '영화를 계속해보라고' 말하는 듯하다. 영화 속 위안을 얻고 그 든든함 덕분에 나는 계속해서 영화를 사랑할 힘을 얻는다.

씨네플레이 인턴 에디터 이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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