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클럽이라고 표현하면 지금 nb나 그런 곳이 아니라 소위 라이브 공연을 하는 클럽을 먼저 떠올리던 때가 있었다. 오래 전이지만 그 시절 운이 좋아 좋은 사람들과 밴드를 만들어 십수 년여 동안 꽤 자주 공연을 했었는데, 지금도 그때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자작곡도 많이 만들었었지만 메탈리카나 메가데스, 판테라의 곡들도 많이 커버를 했었는데, 문득 그때 생각이 나 메탈리카를 검색하다가 재미있는 아이템이 눈에 띄었다.

캔의 디자인은 아마도 메탈리카의 2집 앨범 <Ride the Lightening>을 형상화한 것 같은데, 내용물이야 보통 버드와이저겠지만 캔 모양만 봐도 메탈리카의 사운드 같은 시원함이 전달되는 것 같아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그때 그 시절 추억의 우리 가락(?)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사실 영화 사이트에 글을 1년여 써 오고 있지만 솔직히 영화보다는 음악을 더 많이 더 좋아하고 즐겼었다. 물론 영화를 많이 좋아하지만 영화에 대해 딱히 많이 아는 것도 아니고, 어려운 영화도 잘 모르고, 무슨 무슨 칸 영화제 그랑프리 이런 영화 어렵고 간지러워서 딱 질색이었고, 그냥 보면 기분 좋아지는 그런 영화만 좋아했었다. 코미디, 액션, 힐링, 그런 영화들이 좋았고 좋아하는 배우도 성룡, 주윤발, 짐 캐리였다.

처음 볼 때도 기분 좋고, 여러 번 봐도 기분 좋아지는 그런 영화들이 나에겐 정답인 셈인데, 굳이 더 설명하자면 이런 거다. 그냥 사는 것도 힘든데 굳이 내 돈, 내 시간을 들여서 보면서 어렵고 힘들어지는 영화를 왜 봐야 하나... 그런 느낌? 그런 면에서 난 짐 캐리의 <마스크>나 <덤 앤 더머> 같은 코미디를 정말 정말 좋아했었다. 그러다 <트루먼 쇼>라는 영화를 만났다.

<트루먼 쇼>는 피터 위어 감독이 연출하고 짐 캐리가 주연한 1998년 영화다. 20년 전 영화인데, 지금 봐도 전혀 어색한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잘 만든 영화다. 영화 속 인물인 트루먼 버뱅크라는 사람의 일상을 그대로 방송하는 TV쇼 트루먼 쇼를 제작하는 모습을 그대로 동명의 영화로 만들었다. 트루먼 버뱅크의 출생부터 어렸을 때, 학교 입학과 졸업, 결혼, 심지어 집에서 잠자는 모습까지 찍어서 24시간 방송한다. 트루먼 본인만 자기가 TV쇼 안에서 살고 있다는 걸 모를 뿐 친한 친구, 직장 동료에 심지어 부인까지 전부 연기자이며 실제가 아니다.

실제 생활이 아닌 쇼다 보니 다양한 지점에서 파탄이 일어나는데, 일례로 부인은 부부싸움을 하다 말고 코코아 광고를 해서 트루먼을 더 화나게 만든다던가, 멀쩡히 잘 걸어가다가 하늘에서 갑자기 조명이 떨어진다던가 하는 식이다. 그 과정에서 트루먼은 당연히 이런저런 갈등을 겪게 되는데, 그때마다 친구 말론이 어떻게 알았는지 맥주 식스팩을 손에 들고 나타난다. 그 맥주는 바로 이것. 

맥주의 이름은 Penn Pavel’s Beer로 아쉽게도 실제 존재하는 맥주는 아니다. 영화를, 엄밀히 말하면 영화 속 TV쇼를 위해 만든 맥주이기 때문에 실제 캔을 만들지도 않았고 실제 존재하는 맥주 캔 겉에 종이 스티커를 만들어 붙인 형태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스티커들이 군데군데 벗겨진 걸 볼 수 있다. 영화 전문 물품 경매 사이트에서 경매가 진행된 적도 있는데 아쉽게도 얼마에 팔렸는지는 알 수 없었고 어떤 맥주에 스티커를 붙였는지도 지금으로선 알 도리가 없다.

그러다 보니 술꾼 입장에서는 역으로, 나 같으면 어떤 맥주에 스티커를 붙였을까, 내가 트루먼의 친구라면 어떤 맥주를 들고 가서 트루먼을 위로해줬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그냥 평범한 사람과 그 사람의 평범한 친구들이니 뭐 귀한 수도원 맥주니 하는 것들은 일단 논외일 것 같고, 뭣보다 그냥 아무 곳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맥주, 마시면 시원할 것 같은 그런 맥주, 하지만 맛있어서 마시면 기분이 좋아질 그런 맥주가 뭘까 생각해보니 바로 생각나는 맥주가 하나 있었다. 바로 앞에서 언급한 버드와이저.

버드와이저 공식 인스타그램

버드와이저는 슬로건 'King of Beer'답게 미국에서 항상 판매량 1위를 놓치지 않는 라거 맥주고 코카콜라, 말보로와 더불어 미국의 3대 기호식품으로 뽑힐 정도로 미국을 대표하는 맥주이다.

미국 판매량 1위 맥주이긴 하지만 미국에서만 생산하는 것은 아니고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OB에서 레시피를 받아 생산하고 있는데, 미국에서 마시는 버드와이저에 비해선 기분 문제인지, 물의 차이인지 맛이 좀 떨어지는 편이다.

그렇다고 미국산 버드와이저를 마시기도 뭐한 것이 한국에서 미국산 버드와이저를 마시려면 일부 마트 등에서 판매하는 740ml 캔을 사면 되는데 이걸 마셔도 살짝 아쉽긴 마찬가지. 암만해도 신선할수록 맛있는 맥주의 특성상 먼곳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운송된 맥주가 맛이 그대로이길 바라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그저 한국의 버드와이저에만 익숙한 분들이라면 기회가 닿아 미국 가셨을 때 꼭 한번 마셔보시라고 권유 드리고 싶다.

영화 속 트루먼은 거짓으로 가득 찬 그의 주위 모든 것과 충돌하며 상처받는다. 그럴 때마다 그의 친구 말론은 맥주 식스팩과 함께 그를 찾는다. 엄밀히 따지면 그의 친구도 거짓이고, 그의 위로도 목적이 있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맥주는 그때마다 트루먼을 위로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예전에 밴드를 할 때도 그랬다. 사람이 산다는 것이 본질적으로 다 비슷한 터라 트루먼 쇼의 마지막에서 다른 볼거리를 찾던 시청자들도 결국은 다 자기만의 세트에서 삶을 산다고 난 생각했다. 나도 그랬다. 남들이 다 그렇듯 나 역시 흔하디흔한 문제로 고민하고 괴로워했고, 그래서 그 세트장을 빠져나갈 수단으로 밴드를 사용했었다.

어떨 때는 클럽에 들어온 단 3명의 관객 앞에서 공연을 했고, 어떨 때는 또 비가 오는 야외 세트장에서 비를 맞아가며 공연을 했다. 공연 개런티를 받아서 악기와 PA 시스템 대여료를 내고 나면 딱 멤버 5명이 밥 먹을 돈만 남았던 그런 시절들, 그래도 그때는 그 공연 한 번이 맥주처럼 시원했고 'Damage Inc.' 'Mouth for War'를 연주할 땐 마음만은 메탈리카였고 판테라였다. 어차피 생활로 다시 돌아가야 하지만, 그렇다고 그 맥주 같은 공연이 가치가 없었던 건 절대 아니었다

영화 속 트루먼은 그의 세트장을 탈출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다가 풍랑을 만나 죽을 고비를 남긴 후 결국 영화 속 명대사인 “In case I don't see ya, good afternoon, good evening, and good night”을 남기며 세트장을 나간다. 영화 내내 감출 수 없는 그의 코미디 본능과 <이터널 선샤인> 같은 영화에서 보여준 그의 연기력이 멋진 조화를 이뤄 영화를 보는 내내 즐거웠고 영화를 본 다음에도 진한 여운이 남았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대로, 우리는 모두 우리 나름의 세트장에서 우리 삶이라는 연기를 하면서 살고 있고, 그 세트장의 퇴장 시점은 아마도 장례식장에 사진이 걸릴 때일 것이다. 영원한 행복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고, 우리는 모두 새옹지마 같은 삶 속에서 어떨 땐 행복하고, 어떨 땐 불행하게 살아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그때그때의 작은 행복을 모으면 그게 결국 행복한 삶이 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작고 작은 행복들을 많이 많이 즐길 수 있는 오늘 하루가 되시길 바란다. 좋은 오후, 좋은 저녁, 그리고 좋은 밤 되시길. Good afternoon, Good evening, and Good night!

트루먼 쇼

감독 피터 위어

출연 짐 캐리

개봉 199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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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렉 / 술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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