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 대한 기억은 개인적입니다. 친구와 여행을 가도 서로가 느끼는 게 다르듯이, 모두가 같은 경험을 하면서 사는 건 아니니까요. 장소라는 공통된 주제 하나만으로 여러 감독이 모여 만든 영화는 어떨까요? 서울부터 로마까지, 대도시를 중심으로 만든 옴니버스 영화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서울 (Seoul)

<서울연애>
감독 최시형, 이우정, 정재훈, 김태용, 이정홍, 정혁기, 조현철
출연 고현, 박주희, 구교환, 이채은, 여수아, 조현철, 윤박 등
제작연도 2014

감독 7명이 모여 단편영화 6편을 만들었습니다.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20대의 사랑과 청춘의 내용을 담아낸 영화 <서울연애>입니다. <영시>(최시형 감독)에서는 서울의 밤을 배경으로 우정과 사랑 사이의 경계를 다루었고, <상냥한 쪽으로>(정재훈)는 서울의 낮을 배경으로 연인의 등산기를 보여줍니다. <서울생활>(이우정)에서는 청춘들의 사랑을, <춘곤증>(김태용)에선 청춘들의 성장기를 다루었습니다. <군인과 표범>(이정홍)에서는 연애의 당사자보단 그 주변인들에게 주목합니다. <뎀프시롤: 참회록>(조현철)에선 연출과 연기를 동시에 맡은 조현철이 구교환 배우와 함게 '판소리 복싱'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영화를 이끌어갑니다.

<영시>

<서울연애>는 여러 명의 감독이 모인 만큼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사전에 DSLR로 촬영할 것을 합의한 후 제작했습니다. 서울 독립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이 영화는 무엇하나 완벽하지 않은 서툰 20대의 모습을 서울이라는 공간 안에서 녹여냅니다.

<뎀프시롤: 참회록>
서울연애

감독 최시형, 이우정, 정재훈, 김태용, 이정홍, 정혁기, 조현철

출연 고현, 박주희, 구교환, 이채은, 류혜영, 여수아, 조현철, 윤박, 김수아, 김민재, 이민지, 임지연, 박종환, 김동환, 문지홍, 손승희

개봉 2013 대한민국

상세보기

도쿄(Tokyo)

<도쿄!>
감독 봉준호, 레오 카락스, 미셸 공드리
출연 아오이 유우, 카가와 테루유키, 다케나카 나오토, 카세 료 등
제작연도 2008

이번엔 가까운 나라, 일본의 도쿄를 배경으로 한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개성이 뚜렷한 세 감독이 뭉쳤습니다. <아키라와 히로코>(미셸 공드리)는 아무런 꿈 없이 애인을 따라 무작정 도쿄로 온 히로코의 갈비뼈가 나무로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두 번째 <광인>(레오 카락스)은 도쿄의 하수구에서 나타난 괴상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길 가던 사람들을 넘어뜨리고, 여자의 몸을 핥으며, 돈을 훔쳐서 씹어먹기까지 합니다. 도쿄 시민들은 공포에 휩싸이고 결국 광인은 재판에 서게 됩니다. 마지막 에피소드 <흔들리는 도쿄>(봉준호)는 히키코모리가 피자 배달부를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녀를 찾기 위해 10년 만에 외출합니다.

<광인>

일본인이 아닌 외국인이 바라보는 도쿄의 세 가지 시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은 영화입니다. 화려해 보이는 대도시 도쿄지만, 그 이면에는 소통이 부재한 히키코모리(<흔들리는 도쿄>)와 방황 중인 청춘의 모습(<아키라와 히로코>)이 있습니다. 맨홀 뚜껑 아래 수류탄이 존재하는 <광인>에선 과거 일본의 제국주의 모습도 볼 수 있죠.

<흔들리는 도쿄>
도쿄!

감독 봉준호, 레오 카락스, 미셸 공드리

출연 아오이 유우, 카가와 테루유키, 다케나카 나오토, 카세 료, 후지타니 아야코, 츠마부키 사토시, 드니 라방

개봉 2008 대한민국, 프랑스, 일본

상세보기

파리(Paris)

<사랑해, 파리>
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 프레더릭 우버르땅, 엠마뉴엘 벤비히 등
출연 나탈리 포트만, 일라이저 우드, 줄리엣 비노쉬, 스티브 부세미 등
제작연도 2006

파리의 사랑을 주제로 한 단편 18편을 모았습니다. 단순히 남녀 간의 사랑만 다루지 않습니다. <빅토아르 광장>(스와 노부히로)에선 아들의 죽음을 그리워하는 엄마를, <바스티유>(이자벨 코이셋)에선 이혼할 예정이었지만 아내의 백혈병 선고로 다시 그녀를 사랑하게 된 남편을, <마레 지구>(구스 반 산트)에선 불어가 서툰 미국인에게 반한 프랑스 게이 청년을 보여주며 다양한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감독 22명의 다양한 개성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생 드니 외곽>, <바스티유>
사랑해, 파리

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 프레더릭 우버르땅, 엠마뉴엘 벤비히, 거린더 차다, 실뱅 쇼메, 에단 코엔, 조엘 코엔, 이자벨 코이젯트, 웨스 크레이븐, 알폰소 쿠아론, 제라르 드빠르디유, 크리스토퍼 도일, 리처드 라그라브네스, 빈센조 나탈리, 알렉산더 페인, 브뤼노 포달리데, 월터 살레스, 올리버 슈미츠, 스와 노부히로, 다니엘라 토머스, 톰 티크베어, 구스 반 산트

출연 나탈리 포트만, 일라이저 우드, 줄리엣 비노쉬, 스티브 부세미, 윌렘 대포

개봉 2006 스위스, 독일, 프랑스

상세보기

뉴욕(New York)

<뉴욕 아이 러브 유>
감독 알렌 휴즈 브렛 래트너, 파티 아킨 등
출연 브래들리 쿠퍼, 샤이아 라보프, 나탈리 포트만 등
제작연도 2008

제작자 엠마누엘 벤비히의 <사랑해, 파리>에 이은 '사랑의 도시' 두 번째 시리즈 <뉴욕 아이 러브 유>입니다. 총 5가지 이야기로 구성됩니다. 다양한 인종이 모인 도시인 만큼 다문화에 관련된 에피소드가 이어집니다. 11명의 감독이 모였지만 개별적인 에피소드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어우러져 나오는 게 영화의 특징입니다. 가을의 센트럴 파크의 모습, 뉴욕의 상징인 노란 택시와 밤거리를 엿볼 수 있습니다.

뉴욕 아이 러브 유

감독 알렌 휴즈, 브렛 래트너, 파티 아킨, 조슈아 마스턴, 미라 네어, 나탈리 포트만, 랜들 밸스마이어, 세자르 카푸르, 이와이 슌지, 강문, 이반 아탈

출연 브래들리 쿠퍼, 샤이아 라보프, 나탈리 포트만, 블레이크 라이블리, 저스틴 바사, 올랜도 블룸, 헤이든 크리스텐슨, 크리스티나 리치, 레이첼 빌슨, 존 허트, 로빈 라이트, 에단 호크, 안톤 옐친, 매기 큐, 제임스 칸, 앤디 가르시아, 올리비아 썰비, 클로리스 리치먼, 드리아 드 마테오, 줄리 크리스티, 크리스 쿠퍼, 엘리 웰라치, 재신다 바렛, 에바 아무리, 버트 영, 서기, 이르판 칸

개봉 2008 프랑스, 미국

상세보기

<뉴욕 스토리>
감독 우디 앨런,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마틴 스콜세지 
출연 우디 앨런, 마빈 샤티노버, 매 퀘스텔, 미아 패로 등
제작연도 1989

뉴욕에 관한 옴니버스 영화가 한 편 더 있습니다. 우디 앨런,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마틴 스콜세지 세 명의 거장 감독이 모인 <뉴욕 스토리>입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 <인생 수업>(마틴 스콜세지)에선 화가가 자신의 제자를 사랑하게 되어 예술과 욕망 사이에서 고민에 빠지는 모습을 그리고, 두 번째 에피소드 <죠가 없는 삶이란>(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에선 부모님의 잦은 부재로, 홀로 뉴욕 호텔에 머무는 12살의 소녀의 이야기를, 마지막 에피소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우디 앨런)에선 어머니의 광적인 집착을 받는 아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인생 수업> 에피소드를 제외하고 굳이 뉴욕이어만 한 이유를 찾긴 힘들지만 에피소드별 각기 다른 연출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특히 <인생 수업>의 배경음악이 좋다는 평이 많았죠.

<인생 수업>,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뉴욕 스토리

감독 우디 앨런,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마틴 스콜세지

출연 우디 앨런, 마빈 샤티노버, 매 퀘스텔, 미아 패로, 몰리 레건, 아이라 윌러, 제시 코시안, 브리짓 라이언, 래리 데이비드,

개봉 1989 미국

상세보기

리우데자네이루(Rio de Janeiro)

<사랑해, 리우>
감독 파올로 소렌티노, 임상수, 나딘 라바키, 존 터투로 등
출연 페르난다 몬테네그로, 뱅상 카셀, 에밀리 모티머, 바네사 파라디 등
제작연도 2014

<사랑해, 파리>, <뉴욕 아이 러브 유>에 이은 '사랑의 도시' 시리즈의 세 번째 장소는 브라질의 수도 리우데자네이루입니다. 모두 11명의 감독이 참여했습니다. 노인 뱀파이어 이야기를 다룬 <리우의 뱀파이어>(임상수 감독)와 해변에서 파도를 만난 부부를 보여주는 <라 포르투나 폭포>(파올로 소렌티노)의 두 에피소드가 눈에 띕니다.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이 연출한 <뮤즈>에선 배우 뱅상 카셀이 모래 조각가로 등장하기도 하죠. 정열의 도시 리우를 로맨스, 드라마, 판타지까지 다양한 장르로 표현해냅니다. 예수상, 해변과 바위산 같은 랜드마크를 살펴볼 수도 있습니다.

사랑해, 리우

감독 길예르모 아리아가,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호세 파딜라, 파올로 소렌티노, 임상수, 나딘 라바키, 존 터투로, 카를로스 살다나, 스티븐 엘리어트, 엔드류차 웨딩턴, 빈센트 아모림

출연 페르난다 몬테네그로, 뱅상 카셀, 에밀리 모티머, 바네사 파라디, 배질 호프만, 마르시오 가르시아, 라이언 콴튼, 베벨 질베르토, 존 터투로, 제이슨 아이삭스, 로드리고 산토로, 와그너 모라, 클레오 피레스, 나딘 라바키, 하비 케이틀, 데보라 나쉬멘토, 마시오 로자리오, 미셀 멜라메드

개봉 2014 브라질, 미국

상세보기

로마(Rome)

<로마 위드 러브>
감독 우디 앨런
출연 알렉 볼드윈, 제시 아이젠버그, 엘렌 페이지 등
제작연도 2012

마지막으로 소개할 영화는 로마를 배경으로 그린 영화 <로마 위드 러브>입니다. 네 개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형태입니다. 여자친구의 친구에게 반한 남자, 영문을 모르지만 하루아침에 톱스타가 되어버린 평범한 시민, 아내가 사라진 사이 콜걸에게 반한 남편, 사돈을 오페라 무대에 세우고자 노력하는 은퇴한 오페라 감독이 등장합니다. 

우디 앨런 감독은 로마의 공간을 통해 영화에서만 가능한 일탈을 유쾌하게 표현해냅니다. <로마 위드 러브>의 원제는 'To Rome with love'인데요. '사랑을 담아서, 로마에게'란 뜻을 가진 이 제목은 편지를 보낼 때 받는 이를 의미합니다. 로마에게 보내는 편지인 셈이지요.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 버전 포스터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우편 스탬프'는 바로 이 원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처음 본 사람과 사랑에 빠지고, 하루 아침에 톱스타가 되는 영화 속 내용처럼, 로마의 마법같은 환상에 빠지다가도 다시 현실로 되돌아오는, 우디 앨런의 '반송된 편지'의 의미를 담았다고 합니다. 덤으로 트레비 분수, 캄파돌리오 광장, 바티칸 박물관, 그리고 베네토 거리까지 로마의 유명 명소들을 직접 확인해볼 수도 있죠.

로마 위드 러브

감독 우디 앨런

출연 알렉 볼드윈, 엘렌 페이지, 제시 아이젠버그, 페넬로페 크루즈, 로베르토 베니니, 우디 앨런, 알레산드로 티베리, 알레산드라 마스트로나르디

개봉 2012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상세보기

씨네플레이 인턴 에디터 이지니

재밌으셨나요? 아래 배너를 눌러 네이버 영화를 설정하면 영화 이야기, 시사회 이벤트 등이 가득한 손바닥 영화 매거진을 구독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