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휴가 계획 세우셨나요?
올해는 유독 햇볕이 뜨거우니
더 많은 분들이
바다를 찾으실 것 같군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공포영화 4선!


지난 13일 개봉한 <언더 워터>
보고 난 후에
여흥을 즐기셔도 좋고,
수박을 베어먹으며
IPTV로 보셔도 좋을
축축! 물기 가득!
호러 모둠입니다.

<죠스>
(Jaws, 1975)

우리가 자주 쓰는
'블록버스터'의 뜻
알고 계신가요?
Block Buster
말 그대로 벽을 허무는 것이죠.
여기서 '벽'은
흥행수익 1억 달러를 뜻합니다.

이 1억 달러의 한계를
처음으로 넘은 작품이
고전 공포영화 <죠스>입니다.
지금이야 개봉 첫 주말에
1억 달러를 넘기는 것조차
그리 낯설지 않지만,
<죠스>가 공개된
1975년만 하더라도
기적과 같은 기록이었죠.

아담한 해안 피서지, 애미티.
여름 휴양객을 상대로 근근히
먹고 사는 이 마을에서
상어에게 물어뜯긴
여자의 사체가 발견됩니다.
브로디 경찰서장(로이 샤이더)은
그 사실을 알고
즉시 해안을 폐쇄합니다.
하지만 시장은 돈벌이를 내세우며
해안 경비를 강화해서
부득불 해수욕장을 개장시킵니다.


"서장님 뒤를 조심해요!"


<죠스>의 초중반은 조용합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음악 파트너
존 윌리엄스가 만든 테마곡
("뜨-든↗, 뜨-든↗." 아시죠?)이
가끔 울릴 때 빼고는,
거의 나른하다 싶을 만큼
평화로움이 계속 되죠.

하지만 지루하지 않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서스펜스는
애미티 해변을 맴돌거든요.
기승전결 구조를 충실히 따르는
<죠스>는 초반의 단조로움을
날려버릴 만한 전개로 펼쳐집니다.
(CG가 아닌) 모형으로 만든 상어의 모습,
2016년에 보면
가짜 티가 역력하긴 하지만
무자비하다는 느낌만큼은
오히려 강력하게 전달됩니다.

<죠스> 촬영 현장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죠스>는
스필버그의 3번째 장편영화입니다.
당시 900만 달러가 투입된 영화는
무려 53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죠.
스필버그는 나이 29살에 내놓은
<죠스> 덕분에
일약 스타감독의 반열에 올라
<미지와의 조우>(1977),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E.T.>(1982) 등을
연달아 흥행시키며
할리우드 영화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딥 블루 씨>
(Deep Blue Sea, 1999)


또,
상어가 나오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딥 블루 씨>의 상어는
<죠스>의 것과는 많이 다릅니다.
우선 (포스터의 카피처럼)
"더 커지고, 더 똑똑하고,
더 빠르고, 더 사나워"졌습니다.

왠지 낭만적인 제목과는 달리
무자비한 상어가 시시각각
주인공들을 옥죕니다.
낭만적인 제목에 끌린 분들,
포스터 속 미녀가 아닌
저 뒤 상어의 크게 벌어진 아가리를
보셔야 합니다.


바다에 떠있는 수상연구소.
수잔 박사(세프론 버로우스)를
비롯한 연구원들은
상어를 이용해
인간의 손상된 뇌 조직을
재생시킬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합니다.
수잔의 과한 의욕은
상어의 DNA 유전인자를
조작하는 데까지 나아가고,
상어들은 이전보다 훨씬
위험한 살상 괴물로 변해버립니다.

투자사에서 온 검시관
러셀(사무엘 L. 잭슨)이 보는 앞에서
가장 큰 상어의 뇌조직을
떼어내는 실험이 이어지던 중,
상어가 깨어나
한 연구원의 팔을 물어뜯고,
상어들은 무자비한 보복을 시작합니다,

팔을 숭덩 잘라먹는 저 이빨....

1975년 <죠스>의 성공에 힘입어
3개의 속편이 나오긴 했지만
반응은 신통찮았습니다.
때문에 24년 후 도착한
<딥 블루 씨>가
흔히 <죠스>를 이을
'상어영화'의 적자
언급되곤 합니다.
재빠른 움직임과
더 날카로워진 몸체와 이빨은
자주 드러나지 않지만
영화 속 인물과 관객 모두를
쥐고 흔들어댑니다.

<딥 블루 씨> 속
한껏 업그레이드된 상어의 능력치에서
가장 눈여겨 볼 만한 점은
이 놈이 '예측불허'라는 것입니다.
어떤 캐릭터가 죽음을 맞이할지
눈치챌 수 없도록
관객의 허를 찌릅니다.
비중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던
인물이 허탈하게 상어에게
잡아먹히는 경우가 꽤 많죠.


(왼쪽부터) 레니 할린 감독, 특수효과 감독 왈트 콘티

레니 할린 감독은
90년대 전성기를 누린 감독입니다.
액션 <다이 하드 2>(1990),
재난영화 <클리프 행어>(1993) 등을
연출하며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흥행 감독이 됐죠.

<딥 블루 씨>는
장르에 구애 받지 않는
레니 할린의 실력이
제대로 드러난 작품입니다.
호러만큼이나 돋보이는
재난영화의 터치 역시
그의 흔적을 더듬어 볼 수 있는 요소죠.

<다이 하드 2>로 90년대 포문을 연
레니 할린은 <딥 블루 씨>로
한 시대를 마감했습니다.
이후 그는 현역으로 활동해왔지만
예전처럼 뚜렷한 존재감은
드러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스피어>
(Sphere, 1998)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호러는
귀신이나 살인마가 등장하는 대신
상어나 피라냐 같은
맹수가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게 보통입니다.
<스피어>는 귀신과 맹수의 편,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제목의 'Sphere'
즉 구(球)가 공포를 만들어내죠.
날카로운 이빨이 달리거나
수상한 액체가 흐르지도 않습니다.
아름답고 신비하게 생긴 구일 뿐이죠.

저게 그 구입니다. 아주 동그랗죠;;;

태평양 저 깊숙한 곳에서
외계에서 온 듯한 우주선이 발견됩니다.
정부는 각 분야의 전문가
심리학 박사 노먼(더스틴 호프만),
생화학자 베스(샤론 스톤),
수학자 해리 애덤스(사무엘 L. 잭슨)
등을 불러모아 탐사 팀을 꾸립니다.

그들은 첨단의 시설을 갖춘
우주선이 외계가 아닌
미래의 지구에서 온 것임을 알고,
우주선 내의 커다란 둥근 물체,
금색 빛의 스피어를 보게 되죠.
스피어를 발견한 후
탐사팀은 수면 위 해군 본부와
연락이 끊겨 해저에 고립되고
의문의 생물체들의 위협을 받습니다.


<스피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공포로
빨려 들어가는 영화입니다.
아름답지만 어딘가 수상한 구와
거대하고 삭막한 해저에 갇혀 있다는 불안이
만나 생기는 서스펜스가 상당하죠.
홀로 구에 찾아간
해리의 기묘한 표정이 비춰질 때부터
순식간에 음산함이 퍼집니다.


심리적인 공포가 주가 되는 만큼
<스피어>는
얕은 공포영화가 써먹는
잔기교에 목매지 않습니다.
대신, 인물들 간의 긴장에
보다 많은 공을 들입니다.

더스틴 호프만,
샤론 스톤,
사무엘 L. 잭슨 등
걸출한 배우들을 통해
구현되는 긴장은
저 아래 해저에서도
또렷하게 보입니다.
특히, 90년대 중반
섹시스타로 이름을 날리던
샤론 스톤은
이 영화를 기점으로
배우로서 외연을 넓히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스피어>를 볼 때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9)가
떠오릅니다.
두 영화는
하늘 위 우주와
땅 밑 바다라는
정반대의 공간에 놓여 있지만,
<스피어>와 <스페이스 오디세이> 모두
고철과 컴퓨터 시스템으로
뒤덮인 한정된 공간에서
인물들이 손쓸 새 없이
공포에 잠식 당한다는 점이
포갠 듯 겹쳐 보인달까요.

<피라냐>
(Pirahna 3D, 2010)
어디서 많이 본 구도죠?

2010년 버전 <피라냐>
조 단테의 <피라냐>(1978),
제임스 카메론의 <피라냐 2>(1981)
이후 오랜만에 발표되는
새로운 시리즈입니다.

정확히 따지자면,
(바다가 아닌) 호수가 배경의
첫 번째 <피라냐>를 계승합니다.
파티 분위기에 초점을 맞춰
여자들의 헐벗은 몸으로
남성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영화의 주인공
피라냐의 힘은 한층 강해졌습니다.
정말이지..
기가 질릴 정도로 징그러워요.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피라냐의 가장 온순한 모습입니다. 아 싫다.....

이야기는 아주 심플합니다.
파티를 즐기기 위해 몰려든
수만 명의 남녀로 북적이는
빅토리아 호수.
갑작스러운 물속 지진으로 인해
무려 200만년이나 잠들어 있던
피라냐가 깨어납니다.
모두 한가롭게 파티를 즐기던
빅토리아 호수 전역은
순식간에 피바다가 되고 말죠.

시작 3분 만에
죄 없는 낚시꾼을 작살내놓는 오프닝부터
피라냐의 징글징글한 면모는
충분히 어필됩니다.
"다 뜯어먹히겠구나"하고
넘겨짚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죠.
저 사나운 놈들이 떼로 몰려들어
사람 하나를 뜯어먹는 과정을
꽤 자세히 보여줍니다.

비교적 단조로운 초반부를 지난 후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살육의 '파티'는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됩니다.
혹자는 <피라냐>를 두고
'최강의 길티플레저'라고 부르더군요.


<피라냐>의 감독 알렉산더 아야는
극도로 잔인한 이미지로
국내에도 화제를 모은
<엑스텐션>(2003)을
만든 바 있습니다.

알렉산더 아야는
자기 재능을 적극 발휘해
인간의 육체를
마음껏 훼손시켜놓습니다.
이게 꽤나 노골적이고
꾸준하기까지 해서
급기야 나중에는 피바다에서
죽어나가는 인물들의 모습에
실소가 터지기까지 합니다.

대관절 그게 웃을 일이냐고요?
네!
그것도 낄낄대고 웃어댑니다.
차라리 코미디 영화라고
부르고 싶을 만큼,
<피라냐>는 감독이 심어놓은
우악스러운 유머 코드로
똘똘 뭉친 작품입니다.
이성도, 감성도 모두 벗어버리고
말초적인 재미만
찾는 분들에게 권합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