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크리스마스가 찾아왔습니다. 작년 크리스마스처럼 주말과 겹치지 않았단 점이 만족스럽습니다. 크리스마스엔 어딜 가도 사람이 많습니다. 북적거리는 곳이 딱 질색인 에디터 같은 사람들에겐 집에서 뒹굴거리며 영화 한편 보는 게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입니다. 이번 해에도 케이블 채널에서 <나 홀로 집에>, <러브 액츄얼리> 등이 방영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드네요. 언제 봐도 재미있는 영화들이지만 어딘가 식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크리스마스에 좋은 일만 벌어지란 보장은 없죠. 오늘은 별별 에피소드 벌어지는 영화 속 크리스마스를 한자리에 모아봤습니다. 잊을 수 없는 크리스마스를 담은 영화 8편을 소개합니다.


그렘린
Gremlins, 1984

빌리는 발명가 아버지에게서 괴생명체 모과이를 선물받습니다. 모과이는 절대 빛을 봐서는 안 되고, 물을 가까이해서도 안 되며, 자정을 넘은 시각엔 음식을 먹으면 안 되는 생명체입니다. 여느 호러 영화 속 주인공답게, 빌리 역시 '하지 말라는 일'에 큰 주의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순하디 순한 모과이, 기즈모가 물에 젖고 그 몸에서 괴물 그렘린들이 튀어나오며 빌리의 크리스마스가 엉키기 시작합니다. 그렘린들이 저지르는 만행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자그마한 괴생물체들이 마을을 풍비박산 내는 모습은 자동 충격과 공포를 선사하죠. 그렘린들을 죽이는 방법들(!)도 대단합니다. 여러모로 잔인하니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하고 보시길!

그렘린

감독 죠 단테

출연 자크 걸리건, 피비 케이츠, 호이트 악스톤, 폴리 홀리데이, 프란시스 리 맥케인, 저지 레인홀드

개봉 1984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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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악몽
The Nightmare Before Christmas, 1993

할로윈 타운의 지도자 잭은 우연히 크리스마스 마을을 방문합니다. 환희로 가득 찬 그곳에서 큰 영감을 받은 그. 할로윈 타운에서 신박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방법을 고민하죠. 잭은 산타를 납치해 크리스마스의 주인이 될 계획을 세웁니다. <크리스마스 악몽>은 각본과 제작을 맡은 팀 버튼 특유의 색채가 빛나는 작품입니다. 조울증 성향이 다분한 해골 잭을 비롯해, 그를 사랑하는 누더기 인형 샐리, 루돌프로 변신하는 잭의 애완견 제로, 이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푸대자루 악당 우기부기까지. 기괴함으로 무장한 캐릭터 하나하나가 모두 사랑스럽죠.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 크리스마스 영화를 보는 데 질린 이들에겐 더없이 훌륭한 영화입니다.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

감독 헨리 셀릭

출연 대니 엘프만, 크리스 서랜던, 캐서린 오하라, 윌리엄 히키

개봉 1993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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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2
Batman Returns, 1992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연출한 <다크 나이트>(2008) 전에 팀 버튼 감독이 연출한 <배트맨 2>가 있었습니다. 팬들 사이에서 가장 매력적인 배트맨 무비로 손꼽히는 작품이죠. <배트맨 2>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은 고담 시티를 배경으로 합니다. 부패와 탐욕으로 썩은 고담 시티에 찾아온 크리스마스. 그 화사함과 음울함이 뒤섞여 <배트맨 2>만의 정서가 탄생했습니다. 배트맨보단 빌런들의 매력이 뛰어납니다. 날 때부터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펭귄맨과 사회적 약자로서 세상에 복수를 다짐하는 캣우먼. 그들의 전사는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들기에 충분했습니다. 모두에게 행복할 순 없는 크리스마스. 여러모로 외로운 크리스마스를 담아내고 있는 작품입니다.

배트맨 2

감독 팀 버튼

출연 마이클 키튼, 대니 드비토, 미셸 파이퍼, 크리스토퍼 월켄

개봉 1992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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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루지
Scrooged, 1988

크리스마스 이브에 유령을 만난다면 어떨까요? 돈밖에 모르는 고약한 구두쇠가 크리스마스 유령을 만나며 개과천선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롤'은 그간 수많은 영화로 재탄생했습니다. <스크루지>는 소설의 배경을 현대의 뉴욕으로 끌어와 그에 코미디를 더한 영화입니다. 높은 시청률이라면 어떤 방법도 가리지 않는 방송국 사장 프랭크가 개과천선의 주인공! 당시 전성기를 달리던 빌 머레이가 그를 연기했습니다. 크리스마스 유령들에게 잔뜩 휘둘리며 예기치 못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그. 빌 머레이의 밉상 연기와 코믹 연기를 보는 재미가 톡톡한 영화입니다.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잡은 크리스마스 정석 영화죠.

스크루지

감독 리차드 도너

출연 빌 머레이, 카렌 알렌, 존 포사이스, 존 글로버, 밥 골드웨이트, 데이비드 요한센, 캐롤 케인, 로버트 미첨, 니콜라스 필립스, 마이클 J. 폴라드, 알프리 우다드

개봉 198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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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드 아웃
Jingle All The Way, 1996

가정에 소홀한 사장 하워드. 그는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어서야 아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로봇 인형 '터보맨'을 사주기로 했던 사실을 떠올립니다. 바로 백화점으로 달려가지만 장난감은 이미 매진된 상태죠. 아들에게 신뢰란 1도 없는 아빠 하워드! <솔드 아웃>은 '터보맨'을 구하기 위한 하워드의 눈물겨운 크리스마스 이브를 담았습니다. 평단으로부턴 외면받았지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재미가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터미네이터'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반전 허당 매력이 다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후에 <스타워즈: 에피소드1-보이지 않는 위험>에서 아나킨으로 활약하는 제이크 로이드가 하워드의 아들 제이미로 출연합니다.

솔드 아웃

감독 브라이언 레반트

출연 아놀드 슈왈제네거

개봉 199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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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 하드
Die Hard, 1988

크리스마스마다 파워 열일하는 한 사람! 바로 뉴욕 경찰 존 맥클레인입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가족들을 만나러 LA로 날아온 존 맥클레인. 그를 맞이하는 건 아내의 직장으로 난입한 독일계 테러리스트들입니다. 가진 게 강철 체력뿐인 존 맥클레인은 맨손으로 그들을 마주합니다. 폐쇄된 공간, 다수에 홀로 맞서야 하는 주인공, 인질로 잡힌 아내. 쫀득쫀득한 긴장이 흐르는 가운데,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테러리스트들을 해치우는 브루스 윌리스의 액션을 보고 있자면 절로 속이 후련해집니다. 연말에 몰려드는 알 수 없는 답답함과 스트레스에 짓눌린 분들에겐 필람 각! 악당 한스 그루버를 연기했던 앨런 릭먼의 명연기에 대한 언급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다이 하드

감독 존 맥티어난

출연 브루스 윌리스

개봉 198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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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산타
Bad Santa, 2003

<나쁜 산타>는 R등급(17세 미만 부모 동반 필수) 영화입니다. '크리스마스 영화' 하면 흔히 떠올리는 가족 교훈 영화가 아니란 소리죠. 전과자 월리와 마커스는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산타클로스와 요정으로 분장한 채 전국 백화점을 순회합니다. 아이들에게 변변치않은 산타 노릇을 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진짜 목적은 백화점을 터는 것이죠. 어느 날 이들 앞에 한 소년이 나타나며 벌어지는 일을 담았습니다. 범죄를 계획하고, 여자를 밝히며, 늘 술을 입에 달고 사는, 최악의 산타. 그를 연기한 빌리 밥 손튼의 연기가 빛나는 작품입니다. 쉽게 감동 코드로 전환하거나 일차원적인 교훈을 전하려는 영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코엔 형제가 제작을 맡았습니다.

나쁜 산타

감독 테리 즈위고프

출연 빌리 밥 손튼, 토니 콕스, 브렛 켈리, 로렌 그라함

개봉 2003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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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의 여인들
8 Femmes,  2002

1950년대 프랑스의 한 시골 저택. 크리스마스를 맞아 가족들이 모인 밤, 아버지 마르셀이 살해된 채 발견됩니다. 폭설로 고립된 상태였던 저택. 부인, 장모, 처제, 두 명의 딸, 두 명의 가정부... 집안에 머물던 모든 여인들이 용의자로 지목되죠. 그때 마르셀의 여동생이 오빠가 죽었다는 익명의 전화를 받았다며 저택에 도착합니다. 여인들은 서로를 의심하고 타인의 비밀을 폭로합니다. 살인을 둘러싼 미스터리와 막장스러운 가족 코미디, 익살스러운 뮤지컬적 요소까지. <8명의 여인들>은 다양한 장르적 재미를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성 배우들이 총출동했다는 점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이유는 충분합니다.

8명의 여인들

감독 프랑소와 오종

출연 다니엘 다리유, 까뜨린느 드뇌브, 이자벨 위페르, 엠마누엘 베아르, 화니 아르당, 비에르지니 르도엔, 루디빈 사니에, 휘르민 리샤르

개봉 2002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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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에디터 유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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