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일럿
감독 김한결
출연 조정석, 이주명, 한선화, 신승호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조정석이라 ‘납득이’ 되네
★★★
스웨덴 영화 <콕피트>(2012) 리메이크작으로, 전개상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투씨>(1982)도 연상된다. 이 영화만의 개성이 흐릿하긴 하지만, 웃고 싶어 극장을 찾는 관객을 실망시키진 않는다. 조정석이라는 치트키 덕이다. 영화는 조정석이라는 엔진을 달고, 조정석이라는 날개를 이용해, 클리셰라는 난기류를 뚫고 목적지에 무사히 착륙한다. 배우 개인의 재능이 작품 전반을 휘어 감고 있는 작품으로 물(술)오른 한선화의 연기도 확인할 수 있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여장남자 코미디 안에서 안전 비행
★★★☆
여성이 겪는 차별 문제와 한국식 유머 코드를 버무려 의미와 웃음을 전달하는 가족 영화. 설정과 전개 방식이 고루해 보이지만 대중 상업 영화 안에서 주제 의식을 드러내면서 장르와 소재를 쇄신하려는 강한 의지가 보인다. 중장년층을 겨냥한 웃음 취향은 장단점이 될 수 있다. 영화를 이끄는 조종사 조정석의 연기와 분장은 만장일치로 완벽에 가깝다. 이주명, 한선화, 신승호, 오민애, 서재희의 역할 분담도 확실하다.
샤인
감독 박석영
출연 장해금, 장선, 정은경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외로운 소녀
★★★☆
첫 작품 <들꽃>(2015)에서 시작해 <스틸 플라워>(2016) <재꽃>(2017)로 이어지는 ‘꽃 3부작’, 그리고 엄마와 딸의 이야기인 <바람의 언덕>(2020)까지, 박석영 감독의 영화는 항상 여성의 이야기였고, 거기엔 외로움의 정서가 있었다. 다섯 번째 작품 <샤인>도 마찬가지다. 열 살 즈음 <재꽃>으로 데뷔한 배우 장해금은 이제 스무 살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고, 박석영 감독은 그를 페르소나로 한 외로운 소녀의 성장기를 그려 나간다. 이야기와 미장센의 밀도를 낮추고, 대신 인물-배우의 감성이 우러나기를 기다려 담아낸 영화. 혼자가 된 아이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묵묵히 견뎌가는 감정의 무게가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들꽃 같은 희망으로
★★★
할머니의 죽음 후 혼자가 된 소녀 앞에, 역시나 혼자가 된 아이가 찾아온다. 그렇게 외로움과 외로움이 만난 자리에 한 줄기 빛이 새어든다. 사람들이 전하는 호의를 기꺼이 받아들이지 못하던 소녀가 같은 처지의 아이에게 마음을 건네며 겪는 변화를 통해 영화는 들꽃 같은 희망을 본다. <들꽃>(2015) <스틸 플라워>(2016) <재꽃>(2017) <바람의 언덕>(2020)에서 엿봤던 박석영 감독의 DNA가 <샤인>에서도 반짝인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우리도 누군가에게 빛이 되어주기를
★★★☆
이미 명작 반열에 오른 동명 영화가 있지만, 이 한국 영화도 앞으로 자주 언급될 것이다. <바람의 언덕>(2020)에 이어 4년 만에 선보이는 박석영 감독의 다섯 번째 장편 영화로 이번엔 제주에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길어 올린다. 두 수녀, 혼자가 된 열여섯 소녀와 친구들, 그리고 소녀에게 찾아온 어린 손님은 서로에게 가족 같은 존재가 되어준다. 박석영 감독의 영화에서 여행 가방을 든 소녀는 더 이상 외롭지 않다. 곁에 함께하는 이들이 있기에 빛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 방법은 달라도 마음은 전해진다. 감독의 전작들에 출연한 장해금, 정은경, 장선의 연기가 반갑고 따스하다.
더 원더스
감독 알리체 로르와커
출연 모니카 벨루치, 알바 로르와처, 마가렛 티에젤, 사빈 티모테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또 한 명의 젤소미나
★★★★
<행복한 라짜로>(2019) <키메라>(2023)으로 한국 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이탈리아 감독 알리체 로르와커의 2014년 영화. 서른세 살 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그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한 작품이다.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지역에서 양봉업을 하는 가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젤소미나의 힘겨운 성장기. 세상으로 나가고 싶은 젤소미나는, 완고한 아버지의 폐쇄적 세계관에서 먼저 벗어나야 한다. 감독 자신의 자전적 요소가 깃든 작품으로, 이탈리아 영화의 리얼리즘 전통을 이으며 한편으론 묘한 판타지의 톤도 느낄 수 있다. 엔딩 크레디트와 함께, 삶의 한 국면을 넘어간 12살 소녀의 애잔한 느낌이 전해진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삶의 경이로운 순간들
★★★★
<행복한 라짜로>(2019) <키메라>(2023)로 이탈리아의 차세대 거장 감독으로 떠오른 알리체 로르와커의 2014년작. 이탈리아 농촌마을에서 양봉업을 하는 가족의 이야기는 열두 살 소녀가 중심에 놓이면서 특별해진다. 아버지가 만든 고립된 세계에 속해 살던 소녀는 마을과 집에 찾아온 방문객들과 만나면서 새로운 세상과 맞닥뜨린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스스로 삶의 방향키를 잡고 나아가는 소녀에게 감화된다. 감독의 자전적 성장담이자 영화적 뿌리를 살펴볼 수 있는 작품으로 전통과 변화를 다루는 감독의 독특한 시선에 매료당하고 만다.
수카바티: 극락축구단
감독 선호빈, 나바루
출연 최지은, 최캔디, 최대호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서포터즈 필견 무비
★★★
K리그 서포터즈에 대한 열정 넘치는 야사적 기록. 2000년대 초 강팀 중 하나였던 안양LG치타스가 갑자기 서울로 연고지를 옮기면서, 서포터즈였던 RED는 응원하던 팀을 졸지에 잃게 된다. 그들의 새로운 팀이 된 FC안양. 서포터즈는 홈팀의 1부 리그 승격을 꿈꾸며 열정적인 응원을 이어가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수카바티: 극락축구단>은 K리그 서포터즈의 역사를 통해, 그들에겐 일상이자 희로애락이고 어느 순간엔 극락을 맛보게 해주는 ‘팬덤’의 본질에 접근한다. 그러면서 아울러 하나의 도시(안양)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축구 팬이 아니어도 경쾌한 리듬으로 즐길 수 있는 다큐멘터리.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
프로축구 2부 리그 FC안양의 서포터즈 RED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이렇게 표현해도 될까.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라고. 애정을 쏟았던 안양LG치타스(현 FC서울)의 갑작스러운 연고지 이전 결정(이별 선언)에 슬퍼하고, 원망하고, 분노하다가, 새로운 사랑인 FC안양을 만나기 위해 투쟁하는 과정이 눈물겹게 그려진다. FC안양과 RED 이야기뿐 아니라, 국내 프로축구와 서포터즈 역사까지 훑으며 파이를 키우는데, 국내 축구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도 관람에 전혀 문제가 없다. 이건,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니까. 숨은 자료를 보물찾기처럼 수색해 모은 영상 속엔 ‘낭만’이 가득하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축구 경기만큼이나 재밌는 서포터즈 영화
★★★☆
프로축구 FC안양 서포터즈 RED의 역사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서포터들의 눈물 나는 사랑과 열정이 보는 이들을 웃게도 하고, 뭉클하게도 한다. FC안양 서포터들과 다른 지역 서포터들, 축구 관계자들의 거침없는 인터뷰가 팍팍 와닿는다. 다양한 전술로 FC안양과 서포터즈를 다루는 선호빈, 나바루 감독의 접근법도 눈에 띈다. 팬덤 영화를 넘어 축구를 통해 도시의 정체성까지 생각해 보게 만든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무언가에 진심인 사람들을 누가 이기랴. 영화를 보고 나면 서포터즈 RED를 응원하는 팬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키시베 로한 루브르에 가다
감독 와타나베 카즈타카
출연 타카하시 잇세이, 이토요 마리에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키시베 로한은 극장판도 잘한다
★★★☆
아라키 히로히코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실사 영화. 천재 만화가 키시베 로한이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된 사악한 ‘검은 그림’을 찾아가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호러다. 「죠죠의 기묘한 모험」의 스핀오프 드라마로 인기를 끈 <키시베 로한은 움직이지 않는다>의 극장판이기도 해서 타카하시 잇세이와 이토요 마리에의 콤비 연기가 이어진다. 저주받은 그림 이야기가 키시베 로한의 과거, 루브르 박물관의 지하 창고로 연결되면서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한다. 에피소드의 주요 인물 캐스팅과 호러 연출도 인상적이고, 그림에 얽힌 사연에 내용을 덧붙인 각색도 뛰어나다.
극장판 프리큐어 올스타즈 F
감독 타나카 유타
목소리출연 세키네 아키라, 사카모토 마아야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사랑, 우정, 추억을 모두 모은 역대급
★★★☆
마법소녀 애니메이션 시리즈 <프리큐어> 20주년 기념작. 78명의 모든 프리큐어들이 등장하는 올스타즈 영화로 <프리큐어> 시리즈의 국내 첫 극장판 개봉이어서 팬들에게 의미가 깊다. 프리큐어 중에서 최종 빌런 캐릭터를 끌어내고 프리큐어로 변신하는 캐릭터가 새롭게 등장해 올스타전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야기와 캐릭터, 액션을 고르게 분배한 노력이 역력하다. 뭐니 뭐니 해도 올스타전의 백미는 역대 프리큐어들이 힘을 모아 싸우는 장면으로, 규모로 보나 플레이로 보나 장관을 연출한다. 엔딩에 나오는 군무 장면도 가슴 뭉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