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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영상으로 부활한 소설들이 몰려온다! 〈대도시의 사랑법〉, 〈한국이 싫어서〉, 〈딸에 대하여〉

씨네플레이

젊은 소설가들이 문단의 주류가 되고 본격문학과 대중문학 또는 장르문학 사이의 높았던 벽이 낮아지며 영화계가 수혜를 입고 있다. 구체적 현실을 담아 공감받은 소설들이 꾸준히 영화화, 드라마화되더니 최근에는 그 수가 부쩍 늘었다. 일찍이 조남주(<82년생 김지영>(2019)), 정세랑(<보건교사 안은영>(2020)), 장강명(<댓글부대>(2024)) 등 유명 소설가의 작품들이 영상화됐고, 한국과학문학상을 받으며 20만 부 이상 팔린 김초엽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수록작 「스펙트럼」과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도 영화 제작이 확정됐다. 특히 「스펙트럼」은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만든 '클라이맥스 스튜디오'가 제작에 나서고, <벌새>의 김보라 감독이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현재 시나리오가 마무리된 상태로 제작비 100억 원대의 대작 SF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올 하반기에도 소설 원작 영화가 줄줄이 개봉한다. 영화를 만나기 전 원작 소설의 일독을 권한다. 소설 속 이야기들이 영상으로 어떻게 재해석되었는지 비교하는 재미가 의외로 크다.


박상영의 소설 「재희」 →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대도시의 사랑법」
「대도시의 사랑법」
〈대도시의 사랑법〉
〈대도시의 사랑법〉

<미씽: 사라진 여자>(2016), <탐정: 리턴즈>(2018) 등을 연출한 이언희가 감독하고, 김고은과 노상현이 주연을 맡은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이 오는 10월 2일 관객을 찾는다. 원작은 10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리고, 영국의 부커상, 아일랜드의 국제 더블린 문학상 등 유수의 문학상 후보에 오른 박상영의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 에 수록된 연작 중 첫 번째 소설인 「재희」. 줄거리는 이렇다.

아무 데서나 말보로 레드를 물어 피우며 가당찮은 남자만 골라 만나는 재희와 게이 화자인 '나'는 스무 살의 여름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최악의 평판, 교내 아웃사이더라는 공통점을 공유한 둘은 정조 관념이 희박하다는 점마저 똑같다. 시시껄렁한 남자들에 대한 수다를 떨고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며 둘은 자주 웃고 가끔 울며 매사 농담으로 서로를 위로한다. 그렇다고 둘의 사이가 헤테로 여성과 ‘말 잘 통하는 게이 남성’의 우정처럼 안전하고 이상적이며 유쾌한 것만은 아니다. 재희는 나를 통해 '게이로 산다는 것은 좆같다는 것을, 나는 재희를 통해 여자로 사는 것도 만만찮게 거지 같다'라는 것을 깨닫는다. 군대, 유학, 임신과 낙태, 가까운 이의 죽음, 결혼을 경험하는 13년에 걸친 촘촘한 우정 이야기는 호모포빅하고 여성 혐오적인 한국 사회의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최근 공개된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예고편 영상에서 주인공 둘의 사이가 마치 로맨틱한 사이처럼 묘사되어 일부에서는 헤테로베이팅(퀴어서사를 이성애 서사나 혹은 알 수 없게 둔갑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을 쏟아냈다. 소설 속 '나'와 영화 속 '나'의 싱크로율 이슈(?)도 이런 우려를 촉발시켰다. 하지만 영화는 원작 소설처럼 대체로 '나'의 시점이 이야기를 끌고 가되 “재희가 주체적으로 느끼는 감정과 시선”을 더 적극적으로 공존시키려 했다는 전언이다. 퀴어 서사를 이성애 서사로 바꾸는 비상식의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 '농담하는 퀴어라는 신인류의 등장'이라는 적절한 호명처럼, 박상영의 소설 속 인물들은 현실의 중력을 가볍게 튕겨내며 티키타카를 끝없이 쏟아낸다. 사건보다 캐릭터의 힘으로 밀고 가는 「재희」의 성공적인 영화화는 배우들의 연기가 좌우할 것이다. '믿보배' 김고은이니 걱정은 없다만.


장강명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 → 영화 <한국이 싫어서>

「한국이 싫어서」
「한국이 싫어서」
〈한국이 싫어서〉
〈한국이 싫어서〉

 

20대 후반.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직장의 작동 원리, 결혼에 대한 압박, 이대로 휩쓸리면 다시는 다른 길은 선택할 수 없다는 위기감까지. 소설 『한국이 싫어서』의 계나 또한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그는 겉돌기만 한다. 도무지 경쟁력이 없어 진작 멸종되었어도 시원찮을 동물이 된 기분. 집은 가난해 무시당하지만 자아실현에 대한 의지도 출세에 대한 욕망도 없다. 문득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출퇴근을 하다가 생존의 문제 앞 인간성이나 존엄 같은 것은 장식품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한국이 싫어졌고, 호주로 향할 결심을 굳힌다. 처음엔 무작정 한국이 싫어서였지만, 사실 호주로 가는 건 한국이 싫어서가 아니라 행복이 호주에서라면 더 쉬울 것 같은 직감 때문이었다. 베지마이트는 여전히 까끌거리고, 낯선 곳에서의 생활도 만만치 않지만 한국에서의 익숙한 불행보다 호주에서의 낯선 행복을 계나는 기꺼이 택한다.

소설 속 계나는 호주로 향하지만, 영화에서 한국이 싫어 떠난 곳은 뉴질랜드다. 장건재 감독은 취재를 위해 다닌 여러 나라 중 뉴질랜드가 여성인권과 자연의 생명권을 소중히 한다는 데 깊은 인상을 받고 배경을 변경했다. 이러한 변화로 장강명 작가의 특기인 취재로 쌓아 올린 소설 속 디테일한 묘사가 빛을 바라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도 사실. 하지만 한국 회사의 부조리, 자국 밖에서도 비교와 무시를 계속하는 교민 사회,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느끼는 설움은 보편적인 현상과 감정이기에 배경의 변화가 소설이 가진 문제의식을 지우진 못 할 것이다. 기타 설정에도 소소한 변화를 줬다. 소설에서 계나는 아현동에서 강남으로 매일같이 출근한다. 버스를 타고 다시 지하철을 갈아타는 '지옥철' 생활을 반복하는데, 영화에서는 계나의 집이 인천으로 바뀌면서 출퇴근 시간이 1시간 더 늘어났다. 고달픔을 극대화한 설정이다. 영화는 또한 소설에는 없는 '공무원 시험 N수생' 남자 동기를 출연시켜 한국 사회의 지옥을 확대했다.

『한국이 싫어서』는 20대 후반의 직장 여성이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이민 간 사정을 대화 형식으로 들려주는 소설이다. 1인칭 수다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전개 방식은 20대 후반 여성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은 듯 생생하고 경쾌하게 전달해 단숨에 읽힌다. 이번 주 <한국이 싫어서> 개봉 전, 가볍게 읽어보자.


김혜진 『딸에 대하여』 → 영화 <딸에 대하여>

「딸에 대하여」
「딸에 대하여」
〈딸에 대하여〉
〈딸에 대하여〉

 

소설가 김혜진은 사회에서 비켜나간 존재들을 응시한다. 첫 장편소설 『중앙역』에서는 노숙인의 삶과 사랑을, 『9번의 일』에서는 통신회사에서 26년간 일하다가 자신을 잃어가는 중년 남성을, 『불과 나의 자서전』은 재개발 이후 빈부격차로 양분된 인물들의 내면의 감정을 응시했다. 우리 사회의 위태로운 욕망과 불안감을 투영한 인물들로 시대와 세대를 넘어 타인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소설 『딸에 대하여』에서도 계속된다. 이번에는 한 중년 여성의 독백을 통해서다.

 

여기가 아니면 안 되는 사람들이 남는 곳, '나'는 요양원에서 일하고 있다. 고된 노동에서 구제될 수 없다는 절망과 시간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비관만이 교차하는 이곳에서 그는 치매 노인 제희를 돌본다. 제희는 젊은 시절 전 재산을 기부하여 재단을 설립하고, 아이들을 후원한 사람이다. 마땅한 칭송의 자리에 남은 건 1년 내내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고독뿐이다. 제희를 돌보며 '나'는 자신의 마지막과 딸의 미래를 겹쳐 본다. 외로운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은 근거가 있다. '나'에게는 불안정한 주거와 직업으로 힘겨워하는 딸이 있다. 한국 사회에서 제도와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딸과 그의 동성 연인이 있다. 목돈이 필요했던 딸이 연인과 함께 자신의 집으로 들어오자 엄마는 이해의 (불)가능성을 때론 터져 나오는 말로, 솔직한 독백으로 고백한다. 이해하기 위해 애써 노력하거나 온몸으로 거부하지 않은 시간이 흐르는 사이, 딸은 비정규직 강사 해고의 부당함에 항거하다 병원에 입원하고, 갈수록 악화되는 제희의 치매 증상으로 현실적인 조치를 취하려는 센터와 나는 대립각을 세운다.

『딸에 대하여』가 마지막 페이지를 향해 갈수록, 이 소설은 실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이고, 이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여성, 돌봄노동, 불안정한 노동시장, 성소수자 차별 등 다양한 한국 사회의 정치, 사회, 문화적 맥락을 관통하는 모두의 이야기임을 깨닫게 된다. 완벽한 이해라는 판타지보다 이해의 (불)가능성의 문제를 섬세하고 내밀한 감정 묘사로 제기하는 이 소설. 영상이 되는 순간이 가장 기대되는 작품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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