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달라졌다. 영화, 드라마의 신작들을 슥 둘러만 봐도 이젠 젊은 배우들이 자주 보인다. 특히 연예계의 첨병이나 다름없는 할리우드는 진작부터 90년대생 배우들에게 배턴이 넘어가고 있는 추세다. 그들 중엔 이미 주목받으며 하나의 브랜드처럼 자리 잡은 배우도, 이제 막 스크린 전면에 서면서 미래를 기대하게 하는 배우도 있다. 씨네플레이는 이 흐름을 다시금 들여다보고자 각자 주목하고 있는 90년대생 여성배우들을 선정해 소개하기로 했다. 이 흐름을 만들어낸 1990년생 4인방 크리스틴 스튜어트, 제니퍼 로렌스, 마고 로비, 엠마 왓슨 외에 또 누가 있을까. 이 시리즈는 1996년생 3인방 젠데이아, 플로렌스 퓨, 안야 테일러 조이로 시작해 매주 월요일 연재될 예정이다. 이번 주인공은 젠데이아다.

주목해야 할 90년대생 여성 배우로 젠데이아를 지목하는 것. 구태의연하지 않아? 되물을 수 있겠다. 하지만 반대로 90년대생 여성 배우를 거론할 때 이 배우를 그냥 넘어갈 수 있는지로 질문을 바꾼다면, 젠데이아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과 같다. 96년생, 28살인 이 배우는 10대 시절부터 일찍이 눈도장을 찍으며 미 대륙 대중의 사랑을 무럭무럭 받았다.
그러나 스타란 '반짝' 하고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 재능이 있어도, 인기가 많아도 그 험난한 연예계에서 실력을 입증하고 그 나름의 생존전략을 수립하지 않는다면 스타는 다른 이름을 얻지 못한 채 사라지기 십상이다. 본인이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여러 환경의 요인으로 열의를 잃거나, 그 외의 어떤 이유로든 스타가 배우로 자리 잡는 건 성공사례가 인상적이어서 그렇지 흔한 일은 아니다.
그런 고로 젠데이아를 '인기가 많아 인정받는' 사례로 봐선 안된다. 젠데이아가 지금까지 연예계에서 입지를 다져온 행보를 살펴보면, 이 배우가 보기보다 악바리에 영특함을 동시에 가졌단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댄스소녀> 오디션에서 경쟁자들보다 돋보이고 싶어서 생전 처음 앞공중돌기를 시도했다는 일화는 그의 집념을 엿보기에 충분하다.

아역 시절부터 연예계에 발을 들인 젠데이아가 단순히 '인기 많은', '뜨고 싶은' 등 어린 생각에 갇힌 사람이 아닌 건 <맬컴과 마리> 제작 일화에서도 알 수 있다. 드라마 <유포리아> 시즌 2 제작을 앞두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연예계가 전면 중지됐을 때, 젠데이아는 <유포리아>의 감독 샘 레빈슨에게 전화를 걸어 그 틈에 소규모 작품을 하나 만들자고 먼저 제안했다. 영리한 감독과 일 중독인 배우가 합심했고, 여기에 존 데이비드 워싱턴이 합류하면서 <맬컴과 마리>가 완성될 수 있었다. 젠데이아가 배우나 연예인의 카테고리 이상으로 작품 제작과 할리우드의 판도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입지라는 것을 일련의 일화들이 증명한다.
배우로서의 젠데이아

배우를 얘기하는 자리에 시시콜콜 신변잡기, 라고 말한다면 이 부분은 그의 커리어로 설명할 수 있다. 2019년 공개한 <유포리아>에서 루 베넷을 연기한 젠데이아는 그해 프라임타임에미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해 최연소 수상자(당시 24살)로 기록됐다. 이어 시즌 2를 방영한 2022년에도 같은 부문의 상을 수상해 흑인 여성 최초 2회 수상자라는 기록을 세웠다. 커리어가 모든 걸 증명하진 않지만, 그가 세운 수상 기록은 분명 루 베넷이 드라마 내내 겪는 변화와 고통을 젠데이아가 가감 없이 전달했음을 보여준다.

젠데이아란 배우의 진가를 만나고 싶으면, 그의 신작 <챌린저스>를 권하고 싶다. 루카 구아다니노가 만든 이 영화는 테니스 선수 세 사람의 삼각관계를 그린다. 젠데이아는 타시 던컨을 맡아 단짝 친구 패트릭(조쉬 오코너)과 아트(마이크 파이스트)의 사이를 흔든다. 타시 던컨은 극중 탁월한 실력은 물론이고 관중의 이목을 집중시킬 정도의 외형을 가진 인물로 묘사되는데, 젠데이아 또한 스크린을 보는 관객의 시선을 완벽하게 잡아둔다. 두 남자 모두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 경기에서 보여주는 압도적인 카리스마, 속내를 알 수 없는 미묘한 표정 등 지금까지 '배우 젠데이아'의 존재감에 물음표가 있는 사람이라도 <챌린저스>를 관람한다면 단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앞서 말한 <유포리아>가 장기간 서사를 쌓아 올리는 과정에서의 캐릭터 소화력을 과시한다면, <챌린저스>는 단기간에 관객을 끌어당기는 집중력으로 자신을 증명한다.



배우라는 단어에 집중해서 소개해서 그렇지, 사실 엔터테인먼트에 능한 작품에서도 그의 진가는 빛난다. 일찍이 춤과 노래로 활약하며 스타로 올라선 그는 <위대한 쇼맨>에서 그 장기를 십분 발휘한다. <듄> 2부작에서도 폴을 맡은 티모시와의 로맨스는 물론이고, 그의 대장정에 얽힌 수많은 인물들과의 앙상블로 영화를 채운다. 그가 아역 시절부터 활동하긴 했지만, 영화계에서 본격적으로 출연하기 시작한 지는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 짧은 기간에 영화 규모나 장르에 상관없이 존재감으로 영화에 보탬이 되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것. 앞으로도 그의 활로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스타로서의 젠데이아

젠데이아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스크린 활동 밖에서도 존재한다. 시대는 변화했다. 배우는 변화하는 시대를 즉각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존재이며 동시에 시대의 대중이 호응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장 또렷하게 드러나는 지표이기도 하다. 젠데이아는 그 지점에서 21세기가 환호하는 스타/배우의 표상과도 같다. 그는 SNS 인플루언서이자 패셔니스타다 멀티 엔터테이너로서 대중의 갈망을 확실하게 채워줌과 동시에 배우 활동으로 자신과 분리된 이미지를 취득하는 데도 능하다. 아이콘과 아티스트, 그 사이를 활보하는 젠데이아를 뒷받침하는 것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의 수요다. 수요가 없다면 그 어떤 귀한 공급도 무용지물이 되듯, 젠데이아는 그 자신의 아이덴티티만큼 21세기 현대 대중이 희망하는 욕망을 저변에 두고 태어난 배우다. 90년대생 여성 배우를 호명하는 이 기사의 첫 단추로 젠데이아를 지목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다. 그의 나이는 아직 20대다. 그의 활동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이제 한 작품의 얼굴로도 대중 앞에 설 젠데이아. 그 과정을 지켜보면 그의 성장은 물론이고 시대가 요구하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읽을 수 있으리라 감히 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