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영화가 2관왕에 오른 시체스영화제란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시체스영화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장르 영화제로, 매년 SF, 공포, 스릴러, 애니메이션 등 판타스틱 장르의 영화들을 발굴하고 초청한다. 시체스영화제는 1968년 ‘국제 판타지·호러영화 상영 주간’으로 출범해, 현재는 ‘오피셜 판타스틱’(Secció Oficial Fantàstic a Competició) 등 경쟁 부문과 비경쟁 부문으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다.
시체스영화제에는 매년 한국영화 수 편이 초청받는다. 지난 13일 폐막한 제57회 시체스영화제에는 올해 국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영화 <파묘>, <핸섬가이즈> 등을 비롯해 김민수 감독의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이종필 감독의 <탈주>, 김동철 감독의 <퇴마록>, 허명행 감독의 <범죄도시4>,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 김민하 감독의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 김수진 감독의 <노이즈>, 허범욱 감독의 <구제역에서 살아 돌아온 돼지>, 김종관·노덕·이명세·장항준 감독의 <더 킬러스> 등이 초청됐다. 이번 시체스영화제에서는 <파묘>의 인기가 너무도 많아 현지 관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추가 상영을 진행했다고 한다.


더불어, 최근 들어서는 시체스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가 수상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올해는 장재현 감독의 <파묘>가 경쟁부문 심사위원 특별상을, 남동협 감독의 <핸섬가이즈>는 관객상을 수상했다. 경쟁 부문의 심사위원 특별상(Special Jury Award in Official Fantàstic Selection)은 시체스영화제에서 작품상 다음으로 꼽히는 2등상에 해당한다.
<파묘>가 올해 수상한 상이 바로 이 심사위원 특별상이다. 불과 2년 전, 2022년 제55회 시체스영화제에서도 한국영화가 이 상을 받았다. 김홍선 감독의 <늑대사냥>이 그 주인공이다. 이처럼, 올해 시체스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가 2관왕을 거둔 기념으로, 시체스영화제와 한국영화의 인연을 소개한다.
데뷔작으로 여우주연상, <화녀>(1971)의 윤여정

영화제 설립 초기인 1971년 제4회 시체스영화제에서는 <화녀>(김기영 감독, 1971)의 윤여정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는 시체스영화제 역사상 최초로 한국영화/한국영화인이 수상한 사례다. <미나리>(2021)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기 약 50년 전, 윤여정은 이미 데뷔작으로 국제영화제에서 인정을 받은 셈. 그러나 당시 윤여정은 시체스영화제에 직접 참석하지 못했는데, 39년이 지난 2010년에야 윤여정은 비로소 시체스영화제 측으로부터 트로피를 건네받았다.
‘시민케인상’을 수상한 <4인용 식탁>(2003)의 이수연 감독

영화 역사상 최고의 데뷔작을 꼽으라면, 많은 이들이 이견 없이 오손 웰즈의 <시민 케인>을 꼽지 않을까. 오손 웰즈는 불과 25세의 나이로 최고의 데뷔작, 아니 최고의 영화를 만들었다.
시체스영화제의 시민케인상(Citizen Kane Award for Best First Feature)은 주목할 만한 데뷔작을 선보인 신인 감독에게 주는 상으로, <시민 케인>으로 데뷔한 오손 웰즈를 기리기 위해 제정되었다. 시민케인상은 경쟁 부문 초청작을 대상으로 카탈루냐 영화 비평가와 작가 협회에서 수여한다.

2003년 제36회 시체스영화제에서는 이수연 감독이 <4인용 식탁>으로 시민케인상을 수상했다. <4인용 식탁>은 흥행은 부진했지만, 지금까지도 2003년작 한국 공포영화를 논할 때 <장화, 홍련>, <거울 속으로> 등과 함께 꼭 언급되는 작품이다. 이수연 감독은 2004년 백상예술대상에도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한편, 이수연 감독은 <4인용 식탁> 이후 약 14년 만에 두 번째 장편 <해빙>(2017)을 내놨다.
시체스 단골손님 박찬욱.. <올드보이>(2003)는 한국영화 유일의 시체스 작품상

‘깐느박’이라지만, 박찬욱은 시체스가 사랑하는 감독이기도 하다. 2004년 제37회 시체스영화제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영광의 작품상을 수상했다. 이는 한국영화 역사상 시체스영화제에서의 첫 작품상이다. 더불어, 2005년 제38회 시체스영화제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로 배우 이영애가 여우주연상을, 2007년 제40회에서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로 정서경·박찬욱이 각본상을 수상했다. 더불어 2009년 제42회에는 <박쥐>의 김옥빈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2011년 제44회에는 박찬경·박찬욱 형제의 <파란만장>이 ‘새로운 시선’ 부문 영화상을 수상했으니, 가히 ‘시체스 박’이라고 부를 수 있을 듯싶다.
감독상은 김지운, 나홍진, 연상호.. 다음에 쓰일 이름은 누구



김지운, 나홍진, 연상호 등 한국 장르영화의 굵직한 이름들은 모두 한 번씩 돌아가며 시체스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바 있다. 2008년에는 제41회 시체스영화제에서는 김지운 감독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으로, 2011년 제44회에는 나홍진 감독이 <황해>로, 2016년 제49회에는 연상호 감독이 <부산행>으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한편, 연상호 감독이 <부산행>으로 감독상을 수상한 해에는 나홍진 감독의 <곡성>이 촬영상을 수상하며 홍경표 촬영감독에게 트로피를 안기기도 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출품된 해 시체스영화제에서 정도안 특수효과전문가에게 특수효과상까지 안겨 2관왕에 올랐다. <부산행>의 정황수 특수효과전문가 역시 2016년 시체스에서 특수효과상을 수상했다.
시체스 관객들이 먼저 응답한 한국영화는

올해 <핸섬가이즈>는 시체스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의 관객상을 받았는데, 이전에도 유수의 한국영화들이 스페인 현지 관객들에게 많은 호응을 받은 바 있다. 2018년에는 허종호 감독의 <물괴>가 동 섹션의 관객상을 받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물괴>는 국내 개봉 당시 한국 관객들에게 좋지 못한 평을 받으며 누적 관객 72만 명이라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