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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파묘〉가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시체스영화제란? 역대 한국영화와 시체스의 인연

김지연기자

올해 한국영화가 2관왕에 오른 시체스영화제란

2024 제57회 시체스영화제 포스터. 사진=sitgesfilmfestival.com
2024 제57회 시체스영화제 포스터. 사진=sitgesfilmfestival.com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시체스영화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장르 영화제로, 매년 SF, 공포, 스릴러, 애니메이션 등 판타스틱 장르의 영화들을 발굴하고 초청한다. 시체스영화제는 1968년 ‘국제 판타지·호러영화 상영 주간’으로 출범해, 현재는 ‘오피셜 판타스틱’(Secció Oficial Fantàstic a Competició) 등 경쟁 부문과 비경쟁 부문으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다. 

 

시체스영화제에는 매년 한국영화 수 편이 초청받는다. 지난 13일 폐막한 제57회 시체스영화제에는 올해 국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영화 <파묘>, <핸섬가이즈> 등을 비롯해 김민수 감독의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이종필 감독의 <탈주>, 김동철 감독의 <퇴마록>, 허명행 감독의 <범죄도시4>,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 김민하 감독의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 김수진 감독의 <노이즈>, 허범욱 감독의 <구제역에서 살아 돌아온 돼지>, 김종관·노덕·이명세·장항준 감독의 <더 킬러스> 등이 초청됐다. 이번 시체스영화제에서는 <파묘>의 인기가 너무도 많아 현지 관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추가 상영을 진행했다고 한다.

 

〈파묘〉 포스터
〈파묘〉 포스터
〈핸섬가이즈〉 포스터
〈핸섬가이즈〉 포스터

 

더불어, 최근 들어서는 시체스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가 수상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올해는 장재현 감독의 <파묘>가 경쟁부문 심사위원 특별상을, 남동협 감독의 <핸섬가이즈>는 관객상을 수상했다. 경쟁 부문의 심사위원 특별상(Special Jury Award in Official Fantàstic Selection)은 시체스영화제에서 작품상 다음으로 꼽히는 2등상에 해당한다. 

<파묘>가 올해 수상한 상이 바로 이 심사위원 특별상이다. 불과 2년 전, 2022년 제55회 시체스영화제에서도 한국영화가 이 상을 받았다. 김홍선 감독의 <늑대사냥>이 그 주인공이다. 이처럼, 올해 시체스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가 2관왕을 거둔 기념으로, 시체스영화제와 한국영화의 인연을 소개한다. 


데뷔작으로 여우주연상, <화녀>(1971)의 윤여정

〈화녀〉 포스터
〈화녀〉 포스터

 

영화제 설립 초기인 1971년 제4회 시체스영화제에서는 <화녀>(김기영 감독, 1971)의 윤여정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는 시체스영화제 역사상 최초로 한국영화/한국영화인이 수상한 사례다. <미나리>(2021)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기 약 50년 전, 윤여정은 이미 데뷔작으로 국제영화제에서 인정을 받은 셈. 그러나 당시 윤여정은 시체스영화제에 직접 참석하지 못했는데, 39년이 지난 2010년에야 윤여정은 비로소 시체스영화제 측으로부터 트로피를 건네받았다. 


‘시민케인상’을 수상한 <4인용 식탁>(2003)의 이수연 감독

〈시민 케인〉
〈시민 케인〉

영화 역사상 최고의 데뷔작을 꼽으라면, 많은 이들이 이견 없이 오손 웰즈의 <시민 케인>을 꼽지 않을까. 오손 웰즈는 불과 25세의 나이로 최고의 데뷔작, 아니 최고의 영화를 만들었다. 

시체스영화제의 시민케인상(Citizen Kane Award for Best First Feature)은 주목할 만한 데뷔작을 선보인 신인 감독에게 주는 상으로, <시민 케인>으로 데뷔한 오손 웰즈를 기리기 위해 제정되었다. 시민케인상은 경쟁 부문 초청작을 대상으로 카탈루냐 영화 비평가와 작가 협회에서 수여한다.

〈4인용 식탁〉 포스터
〈4인용 식탁〉 포스터

2003년 제36회 시체스영화제에서는 이수연 감독이 <4인용 식탁>으로 시민케인상을 수상했다. <4인용 식탁>은 흥행은 부진했지만, 지금까지도 2003년작 한국 공포영화를 논할 때 <장화, 홍련>, <거울 속으로> 등과 함께 꼭 언급되는 작품이다. 이수연 감독은 2004년 백상예술대상에도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한편, 이수연 감독은 <4인용 식탁> 이후 약 14년 만에 두 번째 장편 <해빙>(2017)을 내놨다. 


시체스 단골손님 박찬욱.. <올드보이>(2003)는 한국영화 유일의 시체스 작품상

〈올드보이〉 스틸컷
〈올드보이〉 스틸컷

‘깐느박’이라지만, 박찬욱은 시체스가 사랑하는 감독이기도 하다. 2004년 제37회 시체스영화제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영광의 작품상을 수상했다. 이는 한국영화 역사상 시체스영화제에서의 첫 작품상이다. 더불어, 2005년 제38회 시체스영화제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로 배우 이영애가 여우주연상을, 2007년 제40회에서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로 정서경·박찬욱이 각본상을 수상했다. 더불어 2009년 제42회에는 <박쥐>의 김옥빈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2011년 제44회에는 박찬경·박찬욱 형제의 <파란만장>이 ‘새로운 시선’ 부문 영화상을 수상했으니, 가히 ‘시체스 박’이라고 부를 수 있을 듯싶다. 


감독상은 김지운, 나홍진, 연상호.. 다음에 쓰일 이름은 누구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황해〉
〈황해〉
〈부산행〉
〈부산행〉

김지운, 나홍진, 연상호 등 한국 장르영화의 굵직한 이름들은 모두 한 번씩 돌아가며 시체스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바 있다. 2008년에는 제41회 시체스영화제에서는 김지운 감독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으로, 2011년 제44회에는 나홍진 감독이 <황해>로, 2016년 제49회에는 연상호 감독이 <부산행>으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한편, 연상호 감독이 <부산행>으로 감독상을 수상한 해에는 나홍진 감독의 <곡성>이 촬영상을 수상하며 홍경표 촬영감독에게 트로피를 안기기도 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출품된 해 시체스영화제에서 정도안 특수효과전문가에게 특수효과상까지 안겨 2관왕에 올랐다. <부산행>의 정황수 특수효과전문가 역시 2016년 시체스에서 특수효과상을 수상했다. 


시체스 관객들이 먼저 응답한 한국영화는

〈물괴〉 포스터
〈물괴〉 포스터

올해 <핸섬가이즈>는 시체스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의 관객상을 받았는데, 이전에도 유수의 한국영화들이 스페인 현지 관객들에게 많은 호응을 받은 바 있다. 2018년에는 허종호 감독의 <물괴>가 동 섹션의 관객상을 받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물괴>는 국내 개봉 당시 한국 관객들에게 좋지 못한 평을 받으며 누적 관객 72만 명이라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