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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B급 코미디가 필요했다! 쫄보 감독의 호러 빙자 코미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리뷰&기자간담회 현장 말말말

김지연기자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4인 캐릭터 포스터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4인 캐릭터 포스터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4인 캐릭터 포스터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4인 캐릭터 포스터

호러 영화를 못 보는 감독과 ‘쫄보’(겁쟁이)로 소문난 배우들이 모였다.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이하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은 ‘호러’보다는 ‘코미디’에 집중한 작품이다. 귀신과 숨바꼭질을 하면 수능 만점을 받는다는 학교괴담을 듣곤, 평균 성적 8등급의 여고생들이 ‘수능대박’을 위해 나선다.

<빨간마스크KF94> <버거송 챌린지> 등 소위 ‘B급’ 웃음 포인트로 가득한 단편을 선보여 온 김민하 감독은 그의 장기를 가득 담은 장편영화를 자신 있게 내놨다.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은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공개되어 왓챠가 주목한 장편상과 감독상을 수상하며 2관왕을 달성했고, 제24회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됐다.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 기자간담회 현장. (왼쪽부터) 정하담 배우, 손주연 배우, 김민하 감독, 김도연 배우, 강신희 배우. 사진제공=(주)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 기자간담회 현장. (왼쪽부터) 정하담 배우, 손주연 배우, 김민하 감독, 김도연 배우, 강신희 배우. 사진제공=(주)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영화에는 걸그룹 아이오아이와 위키미키 출신의 배우 김도연, 우주소녀 출신 손주연, 독립영화계의 보석 정하담, 신예 강신희가 출연해 특급 케미를 뽐낸다.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은 수능 시즌을 앞두고 지난 31일 오후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언론배급시사회와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관람해 보니,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은 공포물을 빙자한 B급 코미디 영화라는 점, 그리고 영화감독을 꿈꾸는 학생들의 이야기라는 점, 클리셰를 비틀며 웃음을 자아낸다는 점 덕분에 일본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2017)가 떠오르기도 했다.

영화를 본 후에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이 ‘개교기념일’ 편 이외에도 계속해서 시리즈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의외성’이 영화의 재미를 담당하는 요소인 만큼, 많은 관객들이 영화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만 가지고 극장에 들어서서 순수한 재미를 느끼길 바란다. 감히 예상컨대, 극장에 사람이 가득 차 있으면 있을수록 더욱 영화가 재밌을 것이다. 11월 6일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지난 31일 진행된 기자간담회 현장의 말, 말, 말을 전한다.

 

“극장에서 <주온>을 본 이후로 한의원에 가서 한약 처방을 받고 호러를 끊고 살았다”

김민하 감독

(왼쪽부터) 김민하 감독, 배우 김도연, 손주연. 사진제공=(주)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왼쪽부터) 김민하 감독, 배우 김도연, 손주연. 사진제공=(주)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의 공포 수위는, 초등학생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낮다. 영화를 만든 감독 본인부터 공포영화를 잘 못 보기 때문이다. 중학생 때 극장에서 <주온>을 보고 기가 허해져서 한의원에서 한약을 지어 먹었다는 김민하 감독은 공포영화를 멀리하다가, 영화감독의 꿈을 꾼 후로 호러 장르를 공부했다고 한다. 사실, 그가 좋아하는 장르는 코미디라고. 김 감독은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은 코미디 영화다. 내가 좋아하는 포맷과 호러가 자연스럽게 합쳐진 영화”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배우들은 어떨까. 우주소녀 은서로 활동한 배우 손주연은 “나는 우주소녀 때부터 소문난 겁쟁이다. 시나리오를 받고는 호러 장르라서 겁이 났는데, 시나리오에 감독님의 유머 코드가 잘 보였고, 시나리오의 좋은 에너지에 매료가 됐다”라고 밝혔다.

 

“이 영화를 영원히 찍고 싶었다”

배우 정하담

(왼쪽부터) 배우 정하담, 강신희. 사진제공=(주)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왼쪽부터) 배우 정하담, 강신희. 사진제공=(주)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은 세광여고 학생 4인방의 케미가 빛나는 영화다. 영화감독이 꿈이지만 평균 8등급인 지연(김도연), 구독자 26명이지만 꾸준히 ‘은별이의 브이로그’를 찍는 연예인 지망생 은별(손주연), 1인 동아리 ‘종교부’에 소속된 2학년 학생이자 일본어만 1등급인 민주(정하담), 촬영감독의 꿈을 위해 이두박근을 키우는 현정(강신희)는 저마다의 캐릭터로 재기발랄한 매력을 뽐낸다.

김 감독은 ‘짱구’에서 영화 속 4인방의 케미에 대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김민하 감독은 “<짱구는 못말려>의 ‘떡잎마을 방범대’의 앙상블을 모티브로 삼았다. 서로 부족한 점이 한 가지씩 있지만, 서로를 탓하지 않고, 서로를 채워주고, 함께 문제들을 헤쳐 나간다. 그래서 ‘떡잎마을 방범대’는 세상을 구한다. ‘아메바 소녀들’도 그런 앙상블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한편, 촬영 현장도 영화만큼이나 유쾌했던 듯하다. <스틸 플라워>(2015) <검은 사제들>(2015) <항거: 유관순 이야기>(2019) 등에서의 진지한 배역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코미디에 도전한 배우 정하담은 “촬영장에서 ‘이 영화를 영원히 찍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행복했다. 영화를 보니, 그 에너지가 영화 안에 담긴 것 같다”라고 촬영 경험을 회고했다. 

 

“경쟁에 지친 시대를 조명하고 웃음으로 위로해 보자”

김민하 감독

영화는 B급 유머 포인트로 가득해 유쾌하고 기분 좋은 작품이지만, 김민하 감독이 영화의 각본을 쓰고 연출한 배경에는 자못 묵직한 이유가 숨어 있었다. 김 감독은 “우리나라는 등급으로 사람을 나눈다. 그래서 경쟁에 지친 시대를 조명해 보고 싶었다” 전했다. 그러고는 “몇 년 전,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친구가 구급차에 실리는 모습을 봤다. 영화에는 은별(손주연)이가 ‘넌 소중한 존재야, 기억해야 돼’라는 대사가 나온다. 그 대사가 이 영화를 관통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의 소외된 친구들에게 꼭 말하고 싶었다”라며 진심 어린 눈물을 보였다.

(왼쪽부터) 정하담, 손주연, 김도연, 강신희 배우. 사진제공=(주)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왼쪽부터) 정하담, 손주연, 김도연, 강신희 배우. 사진제공=(주)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배우 손주연은 “영화는 ‘가끔은 진지하지 않아도 좋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곧 성인이 될 친구들에게, 꼭 철이 드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걸 전해주고 싶다”라고 영화의 의미에 대해 전하기도 했다. 더불어 수능 시즌에 맞춰 개봉을 앞둔 소감에 대해서 김 감독은 “영화 후반부에는 민주(정하담)의 내레이션으로, ‘수능 결과가 곧 당신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고 나온다. 수능 결과 기다리는 동안 초조하겠지만, 당신은 그 존재만으로도 충분하고,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넸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