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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봐 드립니다. 넷플릭스 〈지옥2〉 볼까? 말까?

이진주기자
〈지옥2〉 포스터
〈지옥2〉 포스터

 

지난 25일, 약 3년 만에 넷플릭스 <지옥>의 속편 <지옥 2>가 공개되었다. 앞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시리즈의 전반부는 엄청난 호평을 받으며 기대감을 고취시킨 바 있다. 그리고 공개된 지 2주가 지난 현재 <지옥>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고 있다.

 

<지옥> 시리즈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기이한 현상에 대해 반응하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담아낸다. 갑작스럽게 초월적 존재가 나타나 몇몇 사람에게 죽음을 예고하고 해당 시간이 되면 괴물의 힘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된다는 설정이다. 공포스러운 현상에 의장 정진수를 앞세운 신흥 종교 새진리회가 이를 ‘고지’, ‘시연’, ‘죄인’ 등의 단어로 종교적 해석을 내놓으며 득세하게 된다. 그리고 정진수 의장은 신에 가까운 권력을 누린다.

웹툰 '지옥'(사진=네이버웹툰)
웹툰 '지옥'(사진=네이버웹툰)

 

<지옥> 시리즈는 연상호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지옥: 두 개의 삶>(2003, 2004)을 배경으로 만든 연상호, 최규석의 웹툰 '지옥'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다. 약 20년 세월 속에 성장해온 작품인 만큼 <지옥> 시리즈는 연상호 유니버스의 끝판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작의 흥행, 주요 배우의 교체, 수많은 떡밥 등 넷플릭스 <지옥 2>가 넘어야 할 산이 높아만 보이는 가운데 ‘지옥’에 들어갈지 말지 결정하지 못한 이들을 위해 이 글을 남긴다. 넷플릭스 <지옥 2> 볼까? 말까?


부활로 세계관을 확장한 <지옥 2>, 그 논란과 기대의 중심에서

*이하 <지옥2>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산행〉
〈부산행〉
〈반도〉
〈반도〉

 

연상호 감독은 그간 초월적 현상에 대한 인간 사회의 면면을 담아내는 작품을 꾸준히 발표했다. <부산행>(2016)과 <반도>(2020) 등의 좀비 아포칼립스뿐 아니라 <사이비>(2013), <방법>(2020) 등으로 종교에 대한 매서운 시각을 견지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지옥> 시리즈는 종교와 인간 사회의 역학관계를 다루는 만큼 반종교적 색채를 띤다는 해석을 낳았다. 이에 연상호 감독은 “나는 크리스천"이라며 “<지옥>은 종교가 아닌 믿음에 대한 작품”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지옥 2>가 또다시 연상호 유니버스에 대한 쟁론을 야기한 것으로 보아 <지옥> 시리즈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이 꽤나 적확했음을 알 수 있다.

〈지옥2〉
〈지옥2〉

 

​<지옥>이 ‘고지’와 ‘시연’ 등 초자연적인 현상을 풀어냈다면, <지옥 2>는 ‘부활’을 통해 세계관을 확장함으로써 혼란에 빠지는 인간과 그 사회에 집중했다. 덕분에 <지옥 2>는 정치, 사회, 종교, 철학 등 우리의 삶에 매우 중요하지만 낯설기에 외면했던 사안을 뾰족하게 깎아낼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관념적인 대사, 새로운 인물의 등장, 동일한 현상의 반복 등으로 <지옥 2>는 기존 팬들에게 주었던 영화적 카타르시스를 상당 부분 놓치는 결과를 낳았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지옥>은 연상호 감독이 자신의 세계관을 펼쳐놓는 단계였다. 시청자들은 초현실적인 사건들 사이에서 <지옥>의 세계관과 이야기를 따라가기 바빴고 <지옥>은 단번에 이해하기 쉽지 않은 파격적인 설정과 압도적인 비주얼로 시청자들을 홀렸다.

 

누군가는 <지옥 2>에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소명과 세계관에 대한 해설을 요구했고 누군가는 집단의 관계와 인간의 내면 변화에 주목했다. 애초에 <지옥 2>에 기대하는 바가 다르기에 평가가 극단적으로 나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연상호 감독은 고지, 시연, 부활 등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기로 선택했다. “궁금증이 거대해지기를 바란다. 궁금증을 사라지게 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소신을 밝혔다.


<지옥 2>, 신의 한수는?

〈지옥〉정진수 역의 유아인​
〈지옥〉정진수 역의 유아인​

<지옥>을 한층 풍성하게 만든 것은 배우의 힘이 크다. 그 중심에 유아인이 있었다. 새진리회 초대 의장 정진수 역을 맡은 배우 유아인은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하여 자신의 커리어에 한 획을 그을 연기를 선보였다. 문제는 배우 유아인이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하차한 것이다. 이 자리는 넷플릭스 <스위트홈>, 디즈니 플러스 <노 웨이 아웃: 더 룰렛> 등으로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였던 배우 김성철에게 돌아갔다.

〈지옥2〉  정진수 역의 김성철
〈지옥2〉  정진수 역의 김성철

 

김성철의 입장에서 유아인의 뒤를 이어 정진수 역할을 맡는다는 것은 ‘잘 해야 본전’인 상황. 유아인과의 비교는 반드시 따라올 것이기에 전편의 위엄을 넘어설 인상을 남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을 것이다. 이에 김성철은 ‘누가 했어도 비교 당했을 것’이라며 담담하게 마음을 전했다.

 

유아인과 김성철은 완전히 다른 ‘정진수’를 만들어냈지만 그 우열을 가릴 수 없다. 두 정진수가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시즌 1의 정진수는 일찍이 고지를 받고 시연을 당할 운명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끊임없이 일하는 인물이다. 때문에 유아인은 정진수라는 인물을 마치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직장인처럼 지치고 피폐한 형상으로 만들어냈다.

 

한편, 시즌 2의 정진수는 끔찍한 지옥을 몸소 체험하며 공포에 떠는 지극히 인간적인 면모를 보인다. 나아가 부활 이후 같은 부활자인 박정자를 만나 지옥의 실마리를 찾으려 애를 쓰는 등 시즌 1에서의 확신에 찬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김성철은 연약하고 또 그 연약함을 숨기기 위해 강한 척을 하는 정진수의 모습을 부각했다.

 

〈지옥2〉 민혜진 역의 김현주(사진=넷플릭스)
〈지옥2〉 민혜진 역의 김현주(사진=넷플릭스)
〈지옥2〉 박정자 역의 김신록(사진=넷플릭스)
〈지옥2〉 박정자 역의 김신록(사진=넷플릭스)

 

​한편, 전편에 이어 단체 ‘소도’를 이끄는 민혜진 역의 배우 김현주, 죄인이자 부활자 박정자 역의 배우 김신록의 비중이 대폭 확대되며 큰 활약을 선보였다. 김현주는 시즌 1을 뛰어넘는 스케일의 액션신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며 극의 다이내믹을 완성시키는데 일조했다. <지옥> 시리즈를 통해 액션에 처음 도전했다는 김현주는 “나 자신을 고찰하는 계기가 되었다”며 “처음에는 너무 어려웠는데 하다 보니 늘었다”고 전했다.

 

<지옥 2>에서 새 교리를 선포하려 하는 박정자 역의 김신록은 그리 많지 않은 분량 속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다. 부활 후 시연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해 독특한 행동 패턴을 보이기도 하며 시청자들에 두려움을 자아냈다. 이에 대해 연출을 맡은 연상호 감독은 ‘몸을 컨트롤하는 데에 오차가 없는 배우’라는 평을 내놓았다.

〈지옥2〉 햇살반 선생님 오지원 역의 문근영
〈지옥2〉 햇살반 선생님 오지원 역의 문근영

<지옥 2>에서 가장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는 ‘햇살반 선생님’ 오지원 역의 배우 문근영이다. 문근영은 평범한 시민에서 광신도가 된 오지원 역을 맡아 폭넓은 연기력을 자랑했다. 특히 남편 천세형과 신념으로 대립을 하는 장면에서는 종교에 완전히 감화된 광기 어린 눈빛으로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