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이 새로운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에 대해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던 인물들이 겪게 되는 파멸과 구원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18일 서울 마포구 호텔나루 서울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연상호 감독은 작품의 연출 의도를 상세히 밝혔다.
〈계시록〉은 소녀의 실종 사건을 중심으로 목사 성민찬(류준열 분)과 형사 이연희(신현빈), 전과자 권양래(신민재)의 얽히고설키는 관계를 그린 스릴러다. 실종 사건의 범인을 단죄하는 것이 신의 계시라 믿는 목사와 죽은 동생의 환영에 시달리는 형사가 각자의 믿음을 따라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연 감독은 "판타지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사실적인 톤과 연기로 내밀한 심리 스릴러를 만들어내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목사에게 나타나는 계시 장면을 연출할 때도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을 최소화하는 등 사실적으로 촬영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연 감독은 "인디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해 다양한 영화를 만들어왔는데 〈계시록〉은 인디 애니메이션부터 갖고 있던 제 색깔을 정리하고 응축한 느낌으로 작업했다"며 "제가 만든 작품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분들은 〈계시록〉 한편만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영화 〈계시록〉의 총괄 프로듀서(Executive Producer)로 멕시코 출신 거장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참여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래비티〉(2013), 〈로마〉(2018) 등을 연출한 쿠아론 감독은 연상호 감독의 〈돼지의 왕〉을 통해 그를 알게 되었으며, 〈부산행〉을 감명 깊게 본 쿠아론 감독이 직접 제작사를 통해 협업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상호 감독은 "〈계시록〉은 한국적인 면이 많은 작품이어서 전 세계적으로 어필할지 고민할 때였는데, 쿠아론 감독이 한국적인 이야기만이 아니고 보편적인 이야기일 수 있다고 말해줘서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한 "(쿠아론 감독은) 제가 이 영화로 어떤 비전을 가졌는지 얘기를 듣고 그것을 살리기 위해 어떤 방식의 편집이 좋은지 얘기해줬다"며 "마케팅 단계에서 예고편이 비전을 잘 보여주는지도 조언했다"고 설명했다.
연상호 감독은 쿠아론 감독이 직접적으로 제안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영향을 받아 영화 속 하이라이트 장면을 '원신 원컷'(one scene one cut·컷으로 나누지 않고 장면을 이어가는 기법)으로 촬영했다고 전했다. 쿠아론 감독은 이 기법을 자주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연출자다.
계시를 좇는 목사 역할을 맡은 배우 류준열은 "(〈계시록〉이) 믿음으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전 세계 사람들이 내 이야기라고 느낄 정도로 많이 공감할 것 같다는 점에 매료됐다"고 출연 배경을 설명했다.
류준열은 캐릭터 구축을 위해 인간의 믿음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을 통해 목사들의 기도를 녹음하고 촬영 중에는 직접 기도문을 작성하는 등 사실적인 캐릭터 구현을 위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형사 역할을 맡은 신현빈은 "자기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을 마주할 때 하는 선택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게 흥미로웠다"며 "관객들에게 많은 재미와 생각할 거리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연상호 감독과 네 번째 작품을 함께하는 신민재는 이번 작품에서 범인으로 의심받는 전과자 역할로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그의 불길한 존재감은 영화 초반 분위기 조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신민재는 "해본 적 없는 역할이어서 도전이 되는 작품이었다"며 "흉터 등 외형적인 변화를 많이 줬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연상호 감독은 "(신민재 배우는) 범인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미묘한 순간들을 잘 연기해줬다"며 "이런 부류의 범죄자 중 독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계시록〉은 오는 21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