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2000년 전 출생자들은 한 번쯤 해봤을 농담. "월드컵 때도 사람이 태어났네?" 그만큼 맨 앞자리가 바뀐 2000년대생들은 어르신(?)에게 조금은 신기한 취급을 받아본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 2000년대생들이 활약하는 시대가 됐다. 인기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연급으로 활약하는 배우부터 적재적소에서 활약하며 조금씩 눈도장을 찍고 있는 배우까지, 앞으로도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은 2000년대생 배우들을 만나보자. 모든 배우를 아우를 수는 없어 10명을 선정했지만 모든 2000년대생 배우에게 응원하는 마음을 보낸다. 아래 목록은 출생연도순, 가나다순으로 나열했다.
노윤서
2000년생

빠르게 성장한 신예 배우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노윤서의 성장 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2000년생 배우 노윤서는 2022년 22살의 나이로 데뷔했는데, 2년 만에 벌써 드라마 주연과 영화 주연 자리를 모두 꿰찼다. 흔히 말하는 '무명 시절 없는' 배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방영주 역을 맡은 그의 데뷔작 <우리들의 블루스>는 수많은 베테랑 배우들과 함께 했는데, 그 사이에서도 본인만의 역량을 뚜렷하게 드러내며 일찌감치 앞으로의 활약상을 짐작케 했다. 이어 영화 <20세기 소녀>와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서 판이하게 다른 캐릭터를 아우르는 소화력, 그리고 영화 <청설>에서 수어를 능숙하게 하며 보여준 표현력 또한 노윤서가 반짝스타에서 그치지 않을 것을 확신하게 한다. 현재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동궁>을 촬영하고 있다.
조아람
2000년생

내가 잘
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더라도 현재 서있는 곳에서 한걸음 물러서는 건 어렵다. 내가 있기 알맞은 곳인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으니까. 그래서일까, 배우 조아람의 급부상은 마치 그 용기에 대한 보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이돌 그룹 '구구단'으로 데뷔했으나 건강 문제로 공백이 길었던 그는 가수가 아닌 배우로 돌아왔다. 그리고 누구도 '왜?'라고 의문을 갖지도 못할 만큼 성공적인 복귀를 이뤄냈다. <살인자의 쇼핑목록>에서 배우로서 데뷔한 그는 <닥터 차정숙>의 전소라로 입지를 다지는 데 성공했다. 댄스동아리의 리더를 해보고 무대에 서본 경험을 살려 <빅토리>의 '서울에서 온 치어리더' 세현 역을 해낼 때, 그리고 <감사합니다>에서 깐깐하기 짝이 없는 신입사원 윤서진의 변화를 담아낼 때, 조아람은 어느새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배우가 됐음을 확인했다. 차기작은 2025년 1월에 촬영을 시작한느 드라마 <달까지 가자>이다.노정의
2001년생

김선아, 황정음, 박신혜, 오윤아, 정려원…. 노정의가 아역 시절 거쳐온 이름이다. 그렇게 누군가의 아역으로 시작한 연기 활동은 청소년드라마 <벼락맞은 문방구 2>와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를 기점으로 점차 '배우 노정의'의 기로로 바뀌기 시작했다. 데뷔 10주년이라 할 수 있는 2020년, <18 어게인>에서 남들 몰래 속앓이하는 어른스러운 모습과 청소년 특유의 둔한 모습 모두를 보여주는 홍시아 역으로 시청자들에게, <내가 죽던 날>에서 유서만 남긴 채 사라진 정세진 역으로 관객들에게 다시 한번 이름을 각인시켰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황야>와 시리즈 <하이라키>에서 활약한 올해에 이어 차기작 <마녀>, <바니와 오빠들>, <로미>에서 다시금 본인의 스펙트럼을 증명할 예정.
채원빈
2001년생

올해 가장 반응이 좋았던 드라마 중 하나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공개 당시만 해도 '믿고 보는 배우 한석규의 차기작' 같은 소개가 많았다. 그러나 뚜껑을 연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연기열전'에 가까웠다. 한석규는 물론이고 한예리, 윤경호, 노재원, 오연수, 그리고 카메오 출연한 배우까지 환상의 하모니로 앙상블을 과시했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의 키를 쥔 건 채원빈이었다.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소시오패스 같은' 딸 장하빈이 드라마의 핵심이었듯, 채원빈은 장하빈의 의뭉스러운 면을 완벽하게 보여줘 시청자들을 쥐락펴락했다. 자기표현이 적은 캐릭터를 일관성 있게 풀어내는 데 성공한 채원빈이, 차기작 <수상한 그녀>에선 어떤 다양한 모습으로 돌아올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홍예지
2002년생

설경구, 장동건, 수현, 김희애… 이 익숙한 이름들 사이에서 눈에 띄게 호명 받은 이름 홍예지. 영화 <보통의 가족>에서 홍예지와 김정철은 네 중견 배우에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남겼다. 홍예지는 변호사 재완(설경구)의 딸 양혜윤 역을 맡았는데 영화 속 다른 인물들처럼 양면적인 캐릭터를 소름 끼치게 소화해 영화에 힘을 실었다. 연초 드라마 <환상연가>와 <세자가 사라졌다>에서 이미 범상치 않은 존재감으로 새로운 블루칩의 등장을 예고한 데 이어 연이은 안타에 성공했다. 현재 차기작은 과거 촬영을 마친 드라마 <여름방학>인데, 아쉽게도 아직 공개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재인
2004년생

경력은 12년차, 하지만 이제 스무 살. 배우 이재인이 걸어온 길도 짧지 않은데, 그의 남은 길에 그보다 더 큰 기대를 걸게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보여준 연기 때문이다. <어른도감>에서 철부지 삼촌까지 휘어잡는 애어른 중학생, <사바하>에서 기묘한 운명을 타고난 이금화/그것 쌍둥이, 이 캐릭터들을 연이어 보여준 이재인은 당시 10대였음에도 '아역배우'라는 표현이 붙지 않는 몇 안 되는 배우 중 하나가 됐다. 그만큼 광범위한 소화력으로 무장한 그는 <봉오동 전투> <발신제한> <슬기로운 의사생활> <라켓소년단> 장르 불문 다양한 작품에서 수많은 얼굴로 보는 이의 시선을 잡아챘다. 최근 출연작들이 상대 배우의 논란으로 공개가 연기되곤 했는데, 이 같은 '억까'야말로 이재인이 앞으로 더 큰 활약상을 펼칠 복선이 아닐까 싶을 정도. 현재 영화 <하이파이브>가 다음 공개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수인
2004년생

신발 끈 바짝 묶어매고 다시 돌아왔다. 2016년 <우리들>의 이선으로 당시 영화계를 사로잡은 최수인은 이후 숨돌리기에 들어갔다. '이 시간에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놓치지 않으면서 단편이나 단막극으로 연기를 이어온 그는 2023년 <더 글로리>의 이선아 역으로 다시 대중 앞에 나섰다. 엄마 강현남 역의 염혜란과의 호흡으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더니, 2024년 영화 <최소한의 선의>에선 그 누구보다 당찬 고등학생 미혼모 유미로 극 전체를 이끄는 에너지를 과시했다. 이제 20대에 접어든 그는 지금도 다작보다는 연기를 위해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더 많은 경험을 하고 단단해져서 돌아올 최수인의 모습이 벌써 기대된다.
문승아
2009년생

(단편 제외) 다섯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출연작 수. 그렇지만 알차다. 딱 네 작품뿐이지만 문승아는 앞으로 한국영화계에서 한 획을 그으리라 감히 확신할 수 있다. <흩어진 밤>, <소리도 없이>, <비밀의 언덕>, <패스트 라이브즈>. 때로는 극단적으로, 때로는 겉에 드러나지 않게 자신의 상황을 감당하는 아이들의 얼굴이 문승아를 통해 스크린에 그려졌다. 특히 2023년 <비밀의 언덕>은 생생하게 살아있는, '아이의 인정 욕구'를 형상화한 명은이란 인물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면서 동시에 영화 전체를 이끄는 주연으로서의 역할까지 온전히 해냈다. 그해 59회 대종상영화제에선 최연소 신인여우상 후보로, 2024년 60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신인연기상 후보로 이름을 올리며 앞으로의 가능성까지 인정받았다. 아직 차기작 소식이 없으나 그동안 그의 작품 선택을 보면 차기작도 만만치 않은 작품일 것 같으니 벌써 기대가 된다.
유나
2011년생

'천재 아역'. 이 쟁쟁한 한국연예계에서 이런 별명이 붙은 것에서 유나가 작품에서 보여준 연기가 얼마나 인상적이었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다. 2019년 단편영화로 데뷔한 후 2022년 <파친코>에서 선자(김민하·윤여정)의 어린 시절을 맡으면서 단번에 글로벌 스타로 이름을 알렸다. 2023년엔 <유괴의 날>이란 작품에서 윤계상과 함께 투톱 주연을 맡았는데, 거기에 1인 2역까지 소화하며 제60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신인연기상을 수상했다. 거기에 연이어 출연한 <굿파트너>에서 어른스럽게 굴어왔지만 엄마 차은경(장나라)과 아빠 김지상(지승현)의 틀어지는 관계에 점차 위축되는 딸 김재희를 눈물 나게 소화해 주연 성인 배우들 못지않게 호평받았다. 그 와중 연극 '바닷마을 다이어리'로 무대 경험까지 착실하게 쌓고 있으니, 그의 연기는 앞으로도 성장세를 멈추지 않을 것 같다. 현재 <두 번째 아이>라는 공포영화를 촬영 중에 있다.
박소이
2012년생

앞서 '천재 아역'에 준할 만한 별명을 가진 배우는 박소이다. 박소이는 (데뷔 당시 막 유행어로 떠오르던) '대박 아역'으로 주목받았다. 2018년 드라마 <미스트리스>로 데뷔한 박소이는 지금까지 한 해도 빼놓지 않고 출연작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2020년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범죄조직에 납치된 유민 역으로 실어증에 대사 한 줄 없이 피폐해진 납치 아동을 표현했고, 이어 <담보>에선 사채업자들 앞에서도 당돌한 꼬마 승이를 똘망똘망한 눈빛과 감정 연기로 풀어내 그해 57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신인연기상 후보(<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26회 춘사영화제 신인여우상 후보(<담보>)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에는 드라마 <마우스> <작은 아씨들> <이번 생도 잘 부탁해> 등에서 주역의 아역으로도, <로스쿨> <하이클래스> <악귀>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등에서 한 명의 주연으로서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재 위에서 소개한 유나와 함께 <두 번째 아이>라는 작품을 촬영하고 있으니 이 영화에서 두 배우의 연기 경합을 기대해도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