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내 남편과 결혼해 줘>(1월), <눈물의 여왕>(3월), <선재 업고 튀어>(4월) 등 상반기부터 브라운관을 달군 작품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하반기에는 상반기만큼의 성적을 낸 작품들이 많지 않지만 탄탄한 서사, 독특한 연출, 색다른 소재 등 넓은 스펙트럼의 다양한 매력을 가진 작품들이 드라마 팬들을 사로잡았다. 2025년의 시작에서 2024년 하반기를 장식한 드라마를 함께 훑어보고자 한다.
*이하 소개되는 작품들은 첫 방송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
7월 <굿파트너>

2024년 상반기의 시작을 연 TV 드라마가 <내 남편과 결혼해줘>라면, 하반기는 <굿파트너>다. 지난 7월 12일 방영을 시작한 <굿파트너>는 대형 로펌의 이혼 팀을 이끄는 차은경(장나라)과 신입 변호사 한유리(남지현)의 이야기를 담는다. 모든 일을 냉철하게 접근하는 유명 이혼 전문 변호사 차은경이 자신의 남편 김지상(지승현)의 불륜으로 이혼을 결심하게 된다. 이 소송을 까마득한 후배 변호사 한유리에게 부탁하면서 이들은 솔직한 마음을 나누게 된다.
<굿파트너>는 7.8%의 시청률로 시작해 단 3회 만에 10%를 돌파했다. 그러던 중 ‘2024 파리 올림픽’의 영향으로 약 3주간 결방하며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다.(7월 26일 5화 방송 이후)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던 <굿파트너>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 그렇게 오랜 공백을 가진 후 재개한 <굿파트너>는 6화 13.6%, 7화 17.7%(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보이며 걱정을 무색하게 했다.
<굿파트너>는 현직 이혼 전문 변호사인 최유나 작가가 집필해 더욱 실감 나는 스토리를 전개했다. 최유나 작가가 10년 이상 이혼 전문 변호사로 근무하며 접한 실제 사례가 녹아들어 ‘드라마보다 더한 현실’이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여기에 24년 차 배우 장나라가 이혼을 하게 된 이혼 전문 변호사 차은경을 완벽하게 소화해 작품에 힘을 더했다. 배우 장나라가 구현한 차은경은 독특한 말투에 섬세한 눈빛이 더해져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8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

지난 8월 16일 첫 방송을 시작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은 독일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살인 누명을 쓴 주인공 고정우(변요한)가 10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와 형사 노상철(고준)을 만나며 과거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담았다. 이 작품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조금씩 진실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서스펜스를 자아낸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은 처음부터 주목을 받은 작품은 아니다. 2.8%라는 비교적 낮은 시청률로 시작한 이 작품은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이 상승하며 뒷심을 보여주었다. 탄탄한 서사와 긴장감 있는 연출로 최종회에서는 8.8%의 시청률을 달성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이 작품은 영화 <화차>로 잘 알려진 변영주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이다. 변영주 감독은 <화차>에서 보여주었듯 이 작품에서도 단순한 오락 범죄물을 넘어서 인간의 선과 악, 진실과 거짓을 넘나드는 주제의식을 담아내 뛰어난 연출력을 선보였다. 덕분에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은 제7회 칸국제시리즈페스티벌 비경쟁부문에 초청되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9월 <지옥에서 온 판사>

<지옥에서 온 판사>는 판타지와 법정물을 결합하는 독특한 시도로 빠르게 마니아층을 구축했다. 6.8%의 시청률로 첫 방송을 시작한 후 8회에서는 13.6%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 작품은 지옥에서 온 악마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판사 강빛나(박신혜)의 몸에 들어가 직접 나쁜 놈을 처단한다는 내용을 담는다.
<지옥에서 온 판사>는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작품이다. ‘통쾌한 복수극’이라는 호평이 주를 이루는 한편, 복잡한 세계관과 폭력성(잔혹성)으로 불편함을 호소하는 시청자도 있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지옥에서 온 판사>에 빠진 시청자들은 시즌 2를 고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속편의 여지를 남겨두고 막을 내렸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이 입장이 밝혀지지 않아 팬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닥터 슬럼프> 이후 6개월 만에 복귀한 박신혜는 악마의 모습으로 죄인을 벌하는 장면마다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며 감탄을 자아냈다. 특히 ‘악마 유스티티아’의 특성을 고려해 다양한 컬러의 의상을 준비했다는 배우 박신혜는 거침없는 액션과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지금껏 보지 못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10월 <정년이>

여성 국극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룬 <정년이>는 주연 배우 김태리를 포함한 다수의 배우들이 오랜 기간 판소리 훈련을 거쳤다는 점에서 방영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윤정년 역의 김태리는 2021년부터 무려 3년간 소리를 연습했고 허영서 역의 신예은은 약 1년간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고 한다.
<정년이>는 서이레, 나몬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1950년대 후반 여성 국극이 화려하게 꽃 핀 시대에 국극 배우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이 작품은 대중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국극 장면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며 국극에 대한 관심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년이 속 국극이 시청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자 극중극인 ‘춘향전’ 풀버전이 공개되기도 했다. 드라마 <정년이>측은 본편에 담기지 못한 22분 분량의 국극 공연을 몰입도 높게 재편집하여 공개해 이들이 얼마나 국극에 진심인지 예상케했다.
4.8%(전국 기준)으로 시작한 <정년이>는 6회에는 13.4%를 기록하며 지난해 tvN 시청률 2위를 기록했다. 최종화에서는 16.5%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해 tvN 기준 역대 9위에 올랐다.
11월 <열혈사제2>

<열혈사제>가 무려 5년 7개월 만에 돌아왔다. 지난 11월 8일 첫 방송한 <열혈사제2>는 낮에는 사제로 밤에는 범죄와 싸우는 벨라또의 보스로 활동하는 김해일(김남길)이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분투하는 내용을 담는다.
분노조절장애 신부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중심으로 액션과 코미디를 적절하게 첨가해 사랑받은 <열혈사제>는 무려 두 달 동안 총 40회를 방영하면서도 꾸준히 사랑받아 최종화에서는 시청률 22.0%라는 놀라운 기록을 보여주었다. 마약 유통, 성범죄 등 현재 우리 사회를 물들이는 사회적 문제들을 다루면서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산 것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주연 배우 김남길은 특유의 장악력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며 제10회 대중문화예술상 국무총리 표창, SBS 연기대상 대상 등을 수상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열혈사제2>는 전편에 비해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지만 더욱 탄탄해진 액션 장면들과 새롭게 추가된 매력적인 캐릭터 등으로 호평을 받았다. 특히, 배우 서현우가 열연한 비리 검사 남두헌은 극의 재미를 배가시켜주는 캐릭터로 사랑받고 있다. 배우 서현우는 맛깔나는 경상도 사투리와 어울리지 않게 달고 다니는 딸기 스무디로 남두헌을 인상적인 캐릭터로 구현해냈다.
12월 <나미브>

드라마 <나미브>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23일 첫 방영을 한 이 작품은 스타 제작자 강수현(고현정)과 장기 연습생 유진우(려운)가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나미브’는 아프리카 남서 해안에 있는 사막의 이름으로 ‘아무것도 없는 땅’이라는 뜻을 내포하기도 한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집필한 엄성민 작가는 첫 드라마 데뷔작인 <나미브>에 대해 “사막처럼 메마른 삶을 살던 여자와 바다처럼 떠돌던 아이가 만났지만 그 만남이 사막과 바다가 맞닿은 나미브 사막만큼 아름다울 수 있다는 의미를 전하고 싶었다”고 전한 바 있다.
<나미브>를 방영 전부터 배우와 제작진, 제작사 간의 불화와 하차로 아슬아슬한 행보를 보였다. 연출을 맡은 한상재 PD(강민구 PD와 공동 연출)와 배우 고현정이 제작발표회에 불참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뿐만 아니라 몇몇 배우의 하차로 급하게 캐스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출항한 <나미브>가 시청자들에게 어떠한 반응을 이끌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