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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를 관통하는 오마주의 향연, 〈서브스턴스〉의 레퍼런스 영화들

추아영기자
〈서브스턴스〉
〈서브스턴스〉


데미 무어, 마가렛 퀄리 주연 영화 <서브스턴스>가 누적관객수 44만(2월 11일 기준)을 돌파하면서 예술영화로는 이례적인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다. <서브스턴스>는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현대 사회의 미와 젊음에 대한 욕망과 집착, 여성에 가해지는 사회적 억압을 신랄하게 비판한 영화다. 바디 호러 장르를 통해 기괴하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영화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에 버금갈 정도로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들을 향한 오마주로 가득 차 있다. <서브스턴스>의 코랄리 파르쟈 감독은 단순한 오마주를 넘어 과거 영화와 적극적으로 대화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 <서브스턴스>가 레퍼런스로 삼은 영화들을 살펴보자. 



<샤이닝>(1980) 
 

〈샤이닝〉의 복도
〈샤이닝〉의 복도
〈서브스턴스〉의 복도
〈서브스턴스〉의 복도


호러 영화의 고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샤이닝>은 <서브스턴스>의 미장센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서브스턴스>의 대칭이 맞는 미장센은 화면 구성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던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기하학적 무늬의 카펫이 깔린 긴 복도는 <샤이닝>의 오버룩 호텔을 연상시킨다. <서브스턴스>에서 엘리자베스가 복도를 걸어가는 장면은 <샤이닝>에서 대니(대니 로이드)가 트라이시클을 타고 호텔 복도를 주행하는 장면과 유사한 불안감을 자아낸다. <서브스턴스>의 후반부에서 복도에 피가 흘러넘치는 장면은 <샤이닝>의 피가 흘러넘치는 장면과 같다. 하지만 코랄리 파르쟈 감독은 단순한 시각적 오마주를 넘어 두 작품의 주제적 유사성을 작품 속에 녹아낸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엘리자베스와 <샤이닝>의 잭 토랜스(잭 니콜슨)는 점점 망가져 가고 본래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게 변한다. 감독은 욕망으로 인한 하강과 폭력성이라는 주제를 두 영화 사이에서 교묘하게 연결한다.

 

〈샤이닝〉
〈샤이닝〉

 



 <캐리>(1976)
 

〈캐리〉
〈캐리〉
〈서브스턴스〉의 후반부 절정 장면
〈서브스턴스〉의 후반부 절정 장면
〈서브스턴스〉의 후반부 절정 장면
〈서브스턴스〉의 후반부 절정 장면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캐리>와 <서브스턴스>는 모두 사회적 억압을 받는 여성의 분노를 다룬다. <서브스턴스>의 피바다 장면은 <캐리>의 유명한 프롬(주로 미국과 캐나다의 고등학교 학년 마지막 해에 열리는 공식적인 댄스파티) 장면을 오마주 한다. 엘리자베스가 무대 위에서 피를 퍼붓는 장면은 돼지 피를 뒤집어쓴 캐리가 체육관의 무대 위에 서 있는 장면과 유사하다. 캐리는 초자연적인 힘으로 소화전을 풀고 물을 뿌린다. 그녀가 퍼붓는 물은 붉은색 조명에 의해 피로 보인다. 두 영화 모두 여성 캐릭터가 사회의 억압에 대해 폭력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을 통해 여성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비판한다. 엘리자베스와 캐리의 초자연적인 힘은 그들의 내면에 억압된 분노와 힘의 표출로 해석될 수 있다. 엘리자베스와 캐리는 모두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외되고 괴물 취급을 받는다. 그러나 그들의 '괴물화'는 결국 그들을 억압하는 사회의 모순을 드러내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비디오드롬>(1983)
 

〈비디오드롬〉
〈비디오드롬〉
〈서브스턴스〉
〈서브스턴스〉


바디 호러 장르의 선구자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대표작 <비디오드롬>도 <서브스턴스>의 주요 레퍼런스다. TV 화면에 비치는 수의 입술 클로즈업 장면은 <비디오드롬>의 텔레비전씬을 연상시킨다. <비디오드롬>에서 텔레비전 화면 속에 있는 입술이 맥스(제임스 우즈)를 유혹하듯, <서브스턴스>에서 수의 입술도 관객을 매료시킨다. 두 영화는 모두 미디어가 인간의 정체성과 육체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다. 또 두 영화 모두 신체 변형과 기괴한 이미지를 통해 관객에게 불편함을 선사한다. 수가 자신의 배에서 치킨을 빼는 장면은 <비디오드롬>에서 맥스의 배에 비디오를 넣는 장면을 오마주 한다. 두 장면은 현대 사회의 미디어 중독과 이미지에 대한 집착을 효과적으로 비판한다.
 

〈비디오드롬〉
〈비디오드롬〉
〈서브스턴스〉
〈서브스턴스〉

 



 <엘리펀트 맨>(1980)
 

〈엘리펀트 맨〉의 존 메릭
〈엘리펀트 맨〉의 존 메릭
〈서브스턴스〉 제작 스틸컷
〈서브스턴스〉 제작 스틸컷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엘리펀트 맨>은 <서브스턴스>의 절정 단계에서 강하게 드러난다. 엘리자베스가 '몬스트로 엘리자수'로 변한 후 무대에 등장하는 장면은 존 메릭이 관객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엘리펀트 맨>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몬스트로 엘리자수의 모습은 ‘엘리펀트 맨’으로 불리는 존 메릭의 모습과 닮아 있다. 두 영화는 모두 사회가 '괴물'로 규정한 사람을 대하는 방식을 통해 보편적인 인간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코랄리 파르쟈 감독은 이 장면을 통해 사회를 비추는 거울을 제시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의 관음증적인 시선을 자각하게 만든다. 
 



<현기증>(1958) 
 

〈현기증〉
〈현기증〉
〈서브스턴스〉
〈서브스턴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현기증>은 <서브스턴스>에서 몬스트로 엘리자수가 귀걸이를 착용하는 장면에서 직접적으로 인용된다. 이 장면에서는 <현기증>의 배경음악 ‘scene d'amour’가 사용되며, 거울을 보는 주인공의 모습도 매우 유사하다. 이는 두 영화가 공통으로 다루는 정체성과 환상의 주제를 강조한다. 주디가 스카티의 환상에 부응하고자 이상화되고 도달할 수 없는 매들린의 이미지로 자신을 변형시키려 하듯, 몬스트로 엘리자수도 사회적 기대와 완벽함의 환상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