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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은 MCU의 꿈을 꾸(었)는가, 다크 유니버스의 현재와 미래

성찬얼기자
〈울프맨〉 포스터
〈울프맨〉 포스터


3월 5일 <울프맨>이 개봉한다. 울프맨. 의무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바로 뜻을 알 수 있을 만큼 쉬운 제목이다. 제목처럼 늑대인간이 등장하는 호러영화인데, 그 뿌리는 무려 1941년 동명의 영화이다. 즉 이 영화는 2020년 개봉한 <인비저블맨>처럼 고전 명작 호러를 리메이크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유니버설이 추진하고 있는 고전 호러 리메이크 프로젝트 ‘다크 유니버스’는 이렇게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데, 당시 최초 발표한 로드맵과는 판이해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유니버설 픽처스의 원대한 꿈이었던 다크 유니버스가 어떻게 변화하고 진행되고 있는지, 근황과 미래를 짚어본다. 


 

창대한 꿈을 안은 시작
 

때는 2017년, 유니버설 픽처스는 공식 채널을 통해 영상, 이미지, 로고 등을 공개했다. 프랑켄슈타인, 길 군, 드라큘라 등 이른바 ‘유니버설 몬스터즈’라고 불리는 캐릭터들의 모습이 나열된 영상 말미에는 ‘다크 유니버스’ 문구가 떠올랐다. 또 그 시기에 공개한 이미지는 한 달 뒤 개봉하는 <미이라>의 톰 크루즈, 소피아 부텔라, 러셀 크로우를 포함해 조니 뎁과 하비에르 바르뎀의 모습이 담겼다. 유니버설 픽처스는 ‘유니버설 몬스터즈’를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리메이크 프로젝트를 발표한 것이다.
 

다크 유니버스 발표 이미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러셀 크로우, 톰 크루즈, 조니 뎁, 소피아 부텔라, 하비에르 바르뎀
다크 유니버스 발표 이미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러셀 크로우, 톰 크루즈, 조니 뎁, 소피아 부텔라, 하비에르 바르뎀


다크 유니버스는 다소 갑작스럽게 등장했는데, 그 배경엔 당시 할리우드가 (2012년 <어벤져스> 등)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유행으로 유기적인 세계관의 힘을 보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크 유니버스는 2017년에 공식 발표되었지만, 2014년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에서 그 떡밥을 뿌리기는 했다. 유니버설은 이 작품으로 유니버스를 열려고 했지만 영화가 큰 호응을 얻지 못하자, 보다 티켓 파워가 강한 톰 크루즈의 <미이라>로 세계관을 확장하기로 선회했다. 그렇게 다크 유니버스의 발표 한 달 뒤 6월, <미이라>가 개봉해 관객들을 만났다. 


누구보다 빠른 몰락

 

1932년 영화〈미이라〉. 보리스 칼로프는 프랑켄슈타인으로도 유명하다.
1932년 영화〈미이라〉. 보리스 칼로프는 프랑켄슈타인으로도 유명하다.
한국 관객들에겐 1999년 〈미이라〉가 가장 친숙할 것이다.
한국 관객들에겐 1999년 〈미이라〉가 가장 친숙할 것이다.


2017년 6월, <미이라>는 다크 유니버스의 전체를 짊어지고 개봉했다. 1999년 개봉한 <미이라> 시리즈가 네 편의 영화로 막을 내린 지 19년 만이었다. 흥행 배우 톰 크루즈를 내세우고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와 <스타트렉 비욘드>로 탄탄대로를 걷고 있던 소피아 부텔라가 악역을 맡아 관객들의 기대가 날로 높아졌다.

그러나 막상 영화가 공개된 후 분위기는 반전됐다. 영화는 1932년 원작처럼 호러도, 그렇다고 1999년 시리즈처럼 액션 어드벤처도 아니었다. 주인공 일행이 금기에 손을 대 생매장된 미이라를 깨우면서 쫓긴다는 메인 스토리는 1999년 영화를 떠올리게 하지만, 주인공 일행의 매력이나 능동적으로 상황을 타개하는 전개가 과거 작품들보다 부족했다. 러셀 크로우가 맡은 헨리 지킬이 유니버스라는 것을 홍보하듯 대사로 떡밥만 늘어놓는 가운데, 호러의 긴장감이 유지되는 것도 불가능했다. 후반에 가서야 액션의 스케일이 커지긴 하지만 관객이 톰 크루즈에게 기대하는 액션과는 결이 너무나도 달랐다.

 

〈미이라〉 톰 크루즈
〈미이라〉 톰 크루즈
〈미이라〉 소피아 부텔라
〈미이라〉 소피아 부텔라


이렇게 <미이라>는 단일 영화로도, 유니버스의 도입부로도 엄청난 혹평을 받았다. 전 세계 4억 달러를 돌파하긴 했으나 영화 제작비가 최소 1억 2천만 달러인 것을 고려하면 결코 대박은 아니었다. 차라리 흥행이 망하고 평가가 좋으면 ‘한 판 더’라도 외치겠지만 <미이라>는 그해 ‘망작계의 아카데미’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 7개 부문에 호명되는 등 평가도 좋지 않았다. 단 한 편만에 유니버스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이 고갈된 것이다. 그나마 한국에서 북미 성적의 25%에 달하는 2,760만 달러(관객 수 368만 명) 수익을 남겼는데, 이 때문에 ‘톰 형’ 톰 크루즈의 한국 사랑이 더 커지지 않았을까 팬들이 추측할 정도였다. 
 

대작 루트를 버리며 심폐 소생

1번 타자 <미이라>가 출루하지 못한 채 타석에서 내려오면서 다크 유니버스의 미래는 곧바로 불투명해졌다. 당시 계획으론 조니 뎁이 주연을 맡은 ‘투명인간’ 리메이크가 <미이라>의 뒤를 이을 작품이었으나 이내 취소됐다. 공개됐던 시놉시스에 따르면 원조 투명인간의 조카가 삼촌이 남긴 공식으로 투명인간이 되는 법을 알게 되고, 2차 세계대전 중 영국 보안국(MI5)로 입대해 활약하는 내용이었다. 아무래도 <미이라>의 실패로 몸값 비싼 톱스타, 2차 세계대전이란 시대극에 예산을 투입하기가 버거워 취소된 것이 아닐까 싶다.
 

첫걸음부터 발을 헛디딘 다크 유니버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던가. 취소 직전의 다크 유니버스를 다른 방법으로 이어갈 아이디어는 호러 명가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에서 나왔다. <파라노말 액티비티> 시리즈, <인시디어스> 시리즈, <더 퍼지> 시리즈 등 가성비 좋은 호러를 배출한 블룸하우스는 다크 유니버스를 ‘대형 블록버스터 유니버스’가 아닌 ‘고전 호러의 리메이크’라는 특징에 집중했다. 이로써 다크 유니버스는 다크 유니버스지만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노선으로 전면 재기획에 들어갔다. 어떻게 보면 이름만 그대로인, 유니버스가 아닌 하나의 브랜드나 레이블로의 변모였다.
 

1933년 영화 〈투명인간〉. 투명인간이 되는 그리핀이 주인공이다.
1933년 영화 〈투명인간〉. 투명인간이 되는 그리핀이 주인공이다.
2020년〈인비저블맨〉. 그리핀이 아닌 세실리아의 시점에서 호러를 극대화한다.
2020년〈인비저블맨〉. 그리핀이 아닌 세실리아의 시점에서 호러를 극대화한다.


2020년 개봉한 <인비저블맨>이 새로운 다크 유니버스의 선두에 섰다. 기존 리메이크의 설정을 모두 버리고, 애드리안 그리핀의 이야기를 21세기에 맞게 개조했다. 그리핀을 아내 세실리아를 집요하게 괴롭히는 소시오패스 남편으로 각색, 이야기를 풀어내 공포를 극대화했다. 오랜 시간 적은 제작비로 호러 장르를 확장해온 블룸하우스의 노하우가 빛나는 부분. <업그레이드>(2018)로 독창적인 감각을 과시한 리 워넬 감독은 이 영화로 다시 한번 탁월한 연출력을 발휘해 관객들에게 호평받았고, 엘리자베스 모스는 보이지 않는 위험에 몰린 세실리아가 느낄 공포감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연기를 펼쳤다. 그 결과 700만 달러로 전 세계 1억 4,450만 달러를 벌어들여 제작비 대비 17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 
 

엘리자베스 모스의 연기는 명불허전
엘리자베스 모스의 연기는 명불허전

 

이제 다~시 시작이~ 었는데……?

그 결과 다크 유니버스는 완전 중단의 위기는 벗어났다. ‘유니버스’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 독립적인 영화들로 이어지게 되었지만 명맥이 유지되는 것만 해도 어디겠는가. <인비저블맨>의 성공은 개봉하는 <울프맨>(<인비저블맨> 리 워넬이 연출했다)으로 이어졌다. 이번 영화는 1941년 조지 와그너의 <울프맨>을 현대적으로 옮겼다. 짝사랑하는 여자의 친구를 구하다가 늑대인간이 되는 원작의 이야기를 가족을 구하려다 늑대인간이 되는 아버지와 그를 막아야 하는 아내의 서사로 바꾸었다. 전작보다 훨씬 높은 제작비 2,500만 달러를 투입했지만 여전히 저렴(?)한 편이다(2010년 리메이크작은 1억 달러가 들었다).

 

 

1941년 〈울프맨〉
1941년 〈울프맨〉

 

2025년 〈울프맨〉
2025년 〈울프맨〉


다크 유니버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안타깝게도 <울프맨> 이후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에서 <미이라>의 리메이크를 준비하고 있으나 이는 유니버설 픽처스가 아닌 뉴라인시네마, 즉 워너브러더스 배급 작품이다. 이 <미이라>는 2023년 <이블 데드 라이즈>로 호평과 흥행 모두 잡은 리 크로닌이 연출과 각본을 맡는다. 현재의 다크 유니버스라면 유기성이 느슨해 차기작이 천천히 나와도 문제는 없겠지만 프랑켄슈타인, 드라큘라, 하이드 씨, 길 군, 팬텀 등 매력적인 유니버설 몬스터즈를 블룸하우스표 호러에서 언제 만날 수 있을지 조바심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