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규동 감독의 영화 〈파과〉가 5월 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27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민규동 감독은 주연 배우 이혜영과의 첫 만남을 회상하며 "이혜영 배우를 보자마자 운명적이라고 느꼈다. 살아온 흔적과 에너지, 아우라가 전해졌다. 마치 오랫동안 〈파과〉를 준비한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파과〉는 전설적인 60대 여자 킬러 조각(이혜영)과 젊은 남자 킬러 투우(김성철)의 대결을 그린 작품으로, 구병모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했다.
소설의 탄탄한 팬층과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나이 든 여성 킬러의 등장으로 제작 단계부터 캐스팅에 관심이 집중됐다. 영화 팬들의 '가상 캐스팅' 최우선 순위로 꼽히던 이혜영이 실제로 조각 역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이혜영은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좋은 배우들이 많은데 왜 나를 선택했을까 생각해봤다"며 "아마 보톡스를 맞지 않아 자연스럽게 늙은 덕에 캐스팅된 게 아닌가 싶다"고 유머러스하게 말했다.

살인 청부업체 '신성방역'의 떠오르는 에이스이자 조각을 쫓는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 역은 김성철이 맡았다. 민규동 감독은 "뮤지컬 무대에서 보여주는 카리스마와 퍼포먼스, 에너지가 대단하다"며 "투우는 지나치게 남성적인 인물이 아닌데, 김성철은 아직 미소년 같은 느낌이 있어 역할에 맞았다"고 설명했다.
액션 도전에 관심이 있었던 김성철은 시나리오를 읽고 큰 고민 없이 출연을 결정했으나, 현장에서는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그는 "투우의 첫 등장 장면은 다섯 번 정도 찍으면 되겠구나 싶었는데 감독님이 '오케이'를 안 해주시더라"며 "결국 총 17번 같은 장면을 촬영했다"고 회상했다.
이혜영 역시 액션 연기에 도전하는 데 두려움이 있었다고 고백하며, 촬영 중 부상을 입기도 했다. 그는 "무술 감독님과 스턴트 배우가 없었으면 이런 장면이 나올 수 없었다. 편집도 너무 잘됐다"고 현장 스태프들의 공로를 인정했다.

〈파과〉는 지난달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부문에서 상영된 후 해외 매체로부터 "총 대신 칼을 든 존 윅을 상상하면 된다" 등의 호평을 받았다.
민규동 감독은 "노화와 인생에 관한 성찰이 담겨 있다"는 외신 평을 언급하며 이 영화가 단순한 액션물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는 "〈파과〉에선 인물들이 몸도 싸우지만, 마음도 싸운다. 몸과 마음이 싸우는 게 진짜 싸움이라 생각한다"며 "그 결과 관객은 인간의 삶을 보게 되고 감정적 여운도 길게 느낄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