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 극장가를 평정한 마동석이 2025년 따스한 바람이 불자 또다시 관객을 찾았다. 이번에는 오컬트다. 지난 30일 개봉한 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악마를 숭배하는 이들로 혼란에 빠진 도시를 구하기 위해 어둠의 해결사 '거룩한 밤'이 악의 무리를 처단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 마동석은 퇴마 사무소 '거룩한 밤'을 이끄는 사장이자 주먹으로 퇴마하는 바우 역을 맡았다. 마동석은 이번에도 주연과 함께 기획 및 제작에 참여하며 '마동석표 오컬트 영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영화적인 상상력이 가미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며 이번 작품의 탄생 비화를 밝혔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나 본 마동석과의 이야기를 공유한다.
드디어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가 개봉해요. 많이 기다리셨죠?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지난 2021년 촬영 후 약 4년 만에 세상에 나왔다.)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굉장히 오래전부터 준비했어요. 배우들, 제작진 모두 고생해서 찍은 작품인데 세상에 나오게 되어서 너무 좋아요. 특히 임대희 감독이 이렇게 데뷔할 수 있게 되어서 매우 좋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관객분들이 이 오컬트와 액션을 섞은 장르를 어떻게 보실까 궁금해요.
<범죄도시> 시리즈를 기획, 제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바쁘셨을 것 같은데, 이 작품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범죄도시> 시리즈를 통해서 현실을 기반으로 한 작품을 만드는 데 집중했어요. 실제 형사, 프로파일러 등을 만나면서 자료조사를 하고 복싱 액션을 만들 때도 체육관에서 계속 스파링해보면서 리얼하게 구현하려고 노력했어요. 동시에 저는 중간중간에 영화적인 상상을 더한 작품을 계속 준비하고 있었어요.
임대희 감독을 만나면서 서로가 가진 공포 장르의 시놉시스를 매칭하고 의논해 봤어요. 그런데 계속 상업성보다는 마니악한 장르물이 나오더라고요. 계속 논의를 거치면서 실현 가능한 장르물을 구상하다 보니 오컬트와 다크 히어로를 결합한 세계관을 만들었어요. 마치 지도처럼 펼쳐놓고 일부를 띄워서 영화로 만들고 그 전사는 지금 웹툰('거룩한 밤 : 더 제로')으로 연재하고 있어요. 나중에는 소설이나 애니메이션 등 다른 형태로 보여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우선은 이 영화에 집중했죠.

<범죄도시>가 2017년 10월에 개봉해 엄청난 사랑을 받은 후 2022년부터 매해 2편부터 4편까지 모두 봄에 개봉했어요. 사실 그간 영화계에서 4-5월은 비수기에 가까웠거든요. 그런데 <범죄도시> 시리즈의 연이은 흥행으로 '봄'하면 ‘마동석’이 떠오르게 되었단 말이죠. 이번 작품도 봄에 개봉하게 되었는데요. 의도하신 건가요?
그동안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범죄도시> 4편까지는 계획대로 정확하게 맞물리면서 개봉 시기가 봄으로 맞추어졌어요. 투자 배급사의 개봉 스케줄도 있기 때문에 개봉 시기는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이죠. 그런데 저는 물론 개봉 시기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생각해요. 영화가 재미있으면 재미있는 거고, 재미없으면 재미없는 거예요. 이게 제일 중요해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도 촬영 후 마냥 개봉을 기다리기보다 계속 작업을 했어요. 특수 효과나 사운드 등 극장에서 보면 더욱 극대화되는 지점을 부각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어요.
코로나 이후 몇 년째 ‘영화계 불황’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들리는데요. 실감하고 계시나요?
네, 불황은 맞는 것 같아요. 요즘엔 특히 (스코어를) 예상할 수가 없어요. 100만 넘기 힘들다고 하잖아요. 이런 상황이지만 많은 영화들이 손익분기점을 넘겼으면 해요. 그래야 영화가 계속 만들어지면서 상황이 나아질 거라고 봐요. <범죄도시> 시리즈도, 이번 작품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손익분기점은 넘었으면 좋겠어요.

샤론 역의 서현 배우와 김군 역의 이다윗 배우와의 케미스트리가 돋보이는 작품이었어요. 두 배우를 캐스팅하신 이유는요?
서현 배우는 본래 가진 이미지가 ‘바른 생활’이잖아요. 실제로도 그렇거든요. 이런 친구가 어두운 연기를 해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배우들은 기존의 이미지와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잘 안 들어오거든요. 진짜 맡고 싶은 역할을 평생 못할 수도 있어요. 제가 <범죄도시>를 쓴 것도 ‘나에게 형사 액션물은 죽어도 안 들어오겠구나’ 싶어서 만든 거예요.
이다윗 배우는 어릴 적부터 연기를 해서 연기에 베테랑이에요. 이것저것 다 잘 던지고 받을 수 있는 친구예요. 저희 작품에 멀티플레이어가 필요하고 다방면으로 활기찬 에너지를 줄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는데 이다윗 배우가 떠올랐어요.
연출을 맡은 임대희 감독은 이번 작품으로 데뷔를 했어요. 임대희 감독과 함께 작업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임대희 감독님이 사람이 일단 좋아요. 저는 그게 되게 중요하거든요. 글을 쓰고 나면 다 같이 회의를 하잖아요. 그럼 그날은 두드려 맞는 날이에요. 왜냐하면 시나리오의 좋은 점보다 안 좋은 점을 모아서 다시 수정하고 발전시켜야 하니까요. 그러다 보면 의기소침해질 수도 있는데 임대희 감독은 그런 타격감을 잘 안 느끼고 오히려 좋아해요. 거기에다가 글 작업도 빨라요. 그래서 감독으로서 준비는 다 되어 있는 것 같다고 느꼈죠.

배우 마동석, 제작자 마동석을 넘어 감독 마동석으로 영역을 넓힐 생각은 없으신가요?
저는 그런 생각이 전혀 없어요. 감독을 하려면 한 작품에 1년 이상을 몰입해야 하는데 제가 그런 열정이 안돼요. 저는 여러 작품을 프로듀싱하는 것이 잘 맞아요. 프로듀서의 일이라는 것이 비즈니스 관련된 프로듀싱이 있는데 그건 다른 분이 하고 저는 크리에이티브한 일에 많이 관여하고 있어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바우보다 샤론의 역할이 더 크다고 느껴졌어요. 앞서 서현 배우는 마동석 배우가 늘 ‘너희가 앞으로 나서야 해’라고 했다고 하던데…
이 이야기의 코어는 샤론과 은서(정지소)예요. 이들의 싸움이 핵심이에요. 저는 한발 물러나서 이들을 지켜주는 사이드킥 정도로 나오는 거죠. 물론 액션도 중요하지만 이번 작품은 오컬트가 주요한 장르여서 샤론과 은서의 이야기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바우의 전사(인물이 등장하기 이전의 상황)도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설명할 시간이 없어요. 영화에서는 관객이 유추할 수 있을 정도로만 묘사해놨어요. 이러한 얘기는 웹툰에 나와요.
이번 작품에서도 마동석 특유의 유머가 빠지지 않는데요. 이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감이 높다 보니 아무래도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오컬트 장르이니만큼 더 진지하게 만들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이에 대한 고민은 없으셨나요?
저희가 유머가 없는 버전과 있는 버전으로 호응도 조사를 했어요. 그런데 유머가 있는 버전이 압도적으로 반응이 좋더라고요. 특히 어린 관객들, 학생층이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웃음) 그래서 결국에는 지금과 같이 유머가 있는 버전으로 나오게 된 거죠.
유머를 넣을 때 환기가 되는 것인지, 리듬이 끊기는 것인지에 대한 테스트를 많이 해요. 그래서 그걸 데이터로 뽑아봐요. 상업 영화에서는 이 데이터가 중요하거든요. 물론 영화에 정답이라는 것은 없지만 조금이라도 더 즐겁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런 유머가 대부분 즉흥적인 애드리브가 아니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애드리브처럼 보이는 유머는 다 대본에 만들어 놓아요. 캐릭터와 장르에 맞으면 유머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마동석 캐릭터’를 활용하는 역할에서는 대부분 이러한 유머를 원하세요. 영화 <백두산>(2019), 드라마 <38사기동대> (2016) 등 마동석 캐릭터가 덜 들어가는 작품에서는 줄이죠. 그런데 그러면 내 캐릭터를 기억 못 하시더라고요. (웃음)

앞서 말했듯 꽤나 한국 영화계가 장기적인 침체 상황이에요. 그럼에도 꾸준히 영화를 만들고 뚝심 있게 자신의 스타일을 밀고 나가잖아요. 정말 대단한 일이에요.
제가 귀가 두꺼워요. (웃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 듣고 한 번 더 생각을 해보죠. 저는 영화든 연기든 긴 여정으로 봐요. 지금 이 순간에 판단해서 좋은지 나쁜지를 판단하기보다 결국에는 전체를 마지막까지 보고 따져봐야죠. <범죄 도시> 8편 끝나고 다시 한번 얘기해 봐요. (웃음)
샤론 역의 서현 씨가 마동석 씨에 대해 ‘일에 미친 것 같다’고 표현하시기도 했는데요.
저는 하는 게 거의 없어요. 집에서 글 쓰고 나가서 촬영하고 회의하고, 아니면 복싱장에서 하루 종일 있거든요. 그거 말고는 특별히 재미있는 게 없어요.
종종 번아웃이 오지는 않나요?
이걸 일이라고 생각하면 힘든데 저는 워낙 좋아해요. 특히 액션신도 12시간씩 찍으면 힘들잖아요. 어떤 장면이든 연기를 계속하면 진이 빠지고 팔이 잘려나가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럼 안 하고 싶어져야 하는데 다음 날이면 나도 모르게 복싱장에 가요. 가서 선수들 잡아주고…(웃음) 쉬어야 채워지는 사람이 있잖아요. 저는 생산적인 일을 하면 채워지는 것 같아요. 저도 쉬어봤거든요. 그런데 안 돼요. (웃음)
제가 패드에 글을 쓰거든요. 그런데 손가락이 두꺼워서 이렇게 쳐요. (마동석은 검지를 펼쳐 독수리 타법을 선보였다. 빛의 속도였다.) 그런데 엄청 빨라. (웃음) 이렇게 글을 써서 대본을 다 썼거든요. 사람들이 안 믿는데 실제로 보여주면 이해해요. 밑줄도 긋고 다 하거든요. 이렇게 하니까 얼마나 힘들겠어요. 이렇게(독수리 타법) 쳐서 그런 게 아니라 뇌를 많이 쓰니까. (웃음) 다하고 나면 ‘힘들어’ 이게 아니고 갑자기 기운 이 솟아나요. ‘만들어냈다’는 느낌을 받으면. 그래서 제작하는 일이 잘 맞는 거 같아요.

'배우 마동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 중 상당수는 ‘매번 비슷한 캐릭터를 맡는다’는 것이에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미국에는 ‘캐릭터 배우’가 많잖아요. 어떤 작품에 등장해도 그 배우의 색이 드러나는… 저는 예전부터 그런 배우가 꿈이었어요. 다양한 역할을 다양한 연기로 보여주는, 메소드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도 있는데요. 다니엘 데이 루이스 같은 배우들 너무 좋아해요. 그런데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게 있거든요.
작품마다 나름대로 변주를 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스스로 계속 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거든요. 예를 들어 액션 장면을 다르게 구성하는 거죠. 복싱하는 후배들이 영화를 보러 오면 이런 말을 해줘요. “이번에는 스텝을 많이 썼네?” 일반 관객분들은 모를 수 있지만 모두가 그러한 점을 일일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현재는 100% 영어로 제작되는 영화 <돼지골> 촬영 중이시죠. 공개 예정 중인 작품들 소개 부탁해요.
네. 복싱 관련해서 큰 거를 하나 준비하고 있고요. 지금 찍고 있는 영화 <돼지골> 후속편을 생각하고 있어요. 시리즈로는 곧 방송할 <트웰브>라고 있어요. (마동석이 주연과 제작을 맡은 영화 <돼지골>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100% 영어로 제작되며 <범죄도시2>의 이상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한편, 드라마 <트웰브>는 마동석이 주연과 제작을 맡은 판타지 액션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