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가 촬영 후 약 4년 만에 개봉한다. 그 사이 극 중 바우(마동석), 샤론(서현)과 함께 구마를 돕는 팀 ‘거룩한 밤’의 분위기 메이커 김군 역을 맡은 배우 이다윗은 육군 제1군단 병장으로 만기전역을 하였다. 입대 직전까지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촬영에 매진했다는 그는 기억을 더듬으며 기자의 질문에 차근차근 답변을 이어갔다. ‘20년간 하나의 일을 쭉 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이냐’는 질문에 ‘아직 데이터를 모으는 중인 듯하다’며 겸손한 답변을 내놓는 그에게서 배우로서 여전한 성장통이 느껴졌다. 오는 30일 개봉하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의 김군 역할을 맡아 극의 활기를 불어넣은 배우 이다윗과의 대화를 공유한다. (참고로 '김군'의 이름은 '군'이다.)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2021년에 이미 촬영을 마쳤어요. 굉장히 오랜만에 개봉하는 작품이죠. 기분이 어때요?
시간이 꽤 지나서 다시 보니까 또 새롭더라고요. 촬영할 때는 전체 그림을 다 알 수 없잖아요. 그래서 완성된 걸 보면서 ‘아 이렇게 나왔구나’ 그런 생각도 들었고, 그냥 관객 입장에서 재밌게 본 것 같아요. 찍을 때 기억이 가물가물한 부분도 있었는데, 그런 것도 재밌게 느껴졌어요.
처음 시나리오 받았을 때 어땠어요?
오컬트라는 장르라서 솔직히 처음엔 조금 긴장했어요. 제가 무서운 걸 잘 못 봐서. (웃음) 근데 시나리오 읽어보니까 무섭기만 한 게 아니라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어서 흥미로웠어요.

김군 캐릭터를 처음 봤을 때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되게 특이했어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과거를 안고 사는 인물 같았어요. 완전히 털어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지워지지 않은 감정들이 남아 있는 그런 느낌? 그래서 일부러 과하거나 극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묻어나게 하고 싶었어요.
김군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뭐였어요?
김군은 밝게 웃고 떠들지만 기본적으로 경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완전히 마음을 여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서, 항상 약간 거리를 두는 느낌을 잊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게 이 캐릭터의 진짜 모습 같았어요.

무서운 걸 잘 못 본다고 하셨지만 공포 장르 촬영할 때 관객 입장에서 생각하면서 연기를 해야 하잖아요. 이번 촬영 역시 장르물로 접근했어야 할 듯한데 어땠어요?
네. 저라도 여기서 무서울까, 어디서 긴장할까 생각하면서 했어요. 리액션도 너무 크면 깨고, 너무 작으면 심심하니까. 그 중간을 잘 잡으려고 했어요.
임대희 감독님은 이번이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잖아요. 임 감독님은 현장에서 어떤 스타일이신가요?
감독님은 자유롭게 하게 두세요. 대신 필요한 부분은 딱딱 짚어주세요. 말이 많진 않으신데 정확하세요. 디테일은 되게 세심하게 보세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마동석 배우님이 제작과 기획에도 참여했는데요. 현장 분위기는 어땠어요?
되게 편했어요. 선배님이 워낙 현장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어주셔서 배우들도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뭔가 막 긴장되고 이런 게 없었어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촬영을 마치고 거의 한 달 만에 입대를 했어요. 군 생활은 어땠어요?
남자 배우라면 다 가는 거지만 그래도 혼자 괜히 뒤처진 기분이 막 들기도 하고, 그런 생각들이 처음에는 들었는데요. 근데 거기서도 사람이 적응을 하더라고요. 적응을 하니까 오히려 저는 좋았던 게, 밖에서 연기를 해오면서 고민하거나 연기 외에도 생각할 게 되게 많잖아요. 뒤처지는 거라든지, 질투라든지, 그런 여러 가지 것들. 근데 그런 걸 안 해도 되는 시간이었던 거예요. 오히려 그냥 오늘 주어진 일과만 하면 되고, 주는 밥 먹고 그렇게 사는 게 나쁘지 않더라고요.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잠시 생각을 멈추고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2023년 4월에 전역하고 <오징어 게임 시즌2>로 화려하게 복귀하셨어요. (배우 이다윗은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후속편에 125번 민수 역으로 등장했다.)
제대할 때쯤 되니까 다시 또 고민이 스멀스멀 올라오더라고요. 제가 서른에 제대를 했거든요. 30살 4월에 전역하고, '올해는 작품 안 해도 돼, 좋은 게 있겠지. 올해까진 쉬어도 돼' 그렇게 마음 편하게 먹자 했어요. 근데 생각지도 못하게 이 작품이 연락이 돼서… 소리 질렀죠. (웃음)
그럼 제대하고 얼마 안 쉬었네요?
네. 한 반 년? <오징어 게임> 시리즈가 워낙 큰 작품이라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인데, 그래도 다시 현장에서 일할 수 있어서 감사했어요. 촬영하면서 배운 것도 많았고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세계관 확장이나 속편 얘기도 나오던데 혹시 들은 거 있어요?
공식적으로 들은 건 없어요. (웃음) 근데 이야기상 확장할 여지는 있는 것 같긴 해요. 현재 프리퀄 웹툰 ‘거룩한 밤: 더 제로’가 연재되고 있기도 하고요. 만약 속편이 나온다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만약 속편이 만들어진다면 김군으로서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요?
김군 과거 얘기 좀 더 깊게 다뤄보고 싶어요. 왜 그렇게까지 믿었는지,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 그런 걸 좀 더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2003년 드라마 <무인시대>로 데뷔해 현재는 연기 경력 20년이 넘었잖아요. 요즘 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렸을 때는 그냥 재밌어서 했던 것 같고요. 지금은 책임감 같은 게 생긴 것 같아요. 내가 하는 연기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더 진심으로 하려고 해요.
그간 슬럼프도 있었어요?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했어요?
당연히 있었죠. 없을 수가 없어요. 억지로 이겨내려고 하진 않았어요. 그냥 ‘아, 지금은 좀 그런 시기구나’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나가더라고요.

마지막으로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를 관객들이 어떻게 기억해주면 좋겠어요?
어렵게 생각 안 하고, 그냥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보는 동안 빠져들고, 끝나고 나서는 ‘아 재밌었다’ 이렇게 생각해주시면 제일 좋을 것 같아요.
씨네플레이 이진주 기자